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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싸이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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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싸이의 결단을 기대한다

[기자의 눈] 병역 특혜 의혹 당시 '법의 피해자'라던 싸이, 지금은…

싸이가 컴백했다. 정규 앨범으로는 3년5개월 만의 복귀란다. 나는 싸이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를 해외로 강제소환시킨 '강남스타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전에 그가 부른 '비오니까'나 '아버지', '벌써 이렇게'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 가사가 좋았다.

2007년으로 기억한다. 싸이가 병역특례비리 의혹을 받을 때였다. 2005년 11월 13일 병무청으로부터 복무만료처분을 받은 싸이가 2년 뒤 다시 군대로 끌려갈 상황에 처했다. 대체복무인 산업기능요원으로서 3년의 병역의무를 마친 그였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제대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병무청에 '병역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조치 의뢰'를 공문으로 보냈다. 이후 병무청에서는 '복무만료 처분 취소 및 산업기능요원 편입 취소 사전통지'를 그에게 통보했다.

꼼짝없이 싸이는 다시 군대생활을 해야만 했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이 최악의 악몽으로 손꼽는 군대 재송환이 그에 벌어진 셈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싸이의 병역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그의 '잘못된 처신'을 질타했다.

하지만 당시 기자초년병이었던 나는 애매하게 만들어진 병역특례법에 싸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허술하게 운영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짚지는 않고 마냥 싸이만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세우는 언론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싸이가 연예인이기에 더욱 가혹하게 비판받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싸이 측 변호사와 인터뷰한 이유다.

이후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싸이는 현역으로 입대해 2년간 군복무를 마쳤다. 통상 5년의 병역의무를 진 셈이다.

ⓒ프레시안(허환주)

잘못된 법의 피해자 싸이, 이제는…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카페 측은 건물주 싸이와 분쟁을 겪고 있다.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자가 이 사건을 처음 취재한 게 봄이었는데 벌써 겨울 초입길이다. 기자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건물주가 가수 싸이이기 때문도, 한남동 카페 '드로잉'이 문화공간이라서도 아니었다. 이유는 한가지. 잘못된 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소수이고 약자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페 '드로잉'과 싸이의 분쟁은 잘못된 상가임대차보호법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닌가.

대다수 언론이 가수 싸이 편에서 기사를 내고 있다. 카페 '드로잉'이 생떼를 부리며 나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싸이가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마타도어를 한다. 사건의 본질, 즉 이 사건이 발생한 근본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녀사냥식으로 '드로잉' 측을 몰아붙인다. 마치 병역특례비리 의혹을 받던 2007년 싸이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의 중심에는 가수 싸이 측이 자리 잡고 있다. '법이 그러하다'며 막무가내식 강제집행은 물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진행했다. 게다가 '드로잉' 측과 관련된 문화예술인들에게 각종 소송을 남발했다. 카페 '드로잉' 운영진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과거 잘못된 법에 의한 피해자라면서 억울하다던 싸이 측이 이제는 잘못된 법도 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더구나 법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지금의 싸이 측이다.

▲ 드로잉 측은 1일에 맞춰 서울 합정동 YG 사옥에서 '건물주 싸이, 문화공간의 공공성을 파괴하지 말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월드스타' 싸이가 나서길 기대해보련다

드로잉 측은 가수 싸이가 컴백하는 날인 1일에 맞춰 서울 합정동 YG 사옥에서 '건물주 싸이, 문화공간의 공공성을 파괴하지 말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간 합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여러 상황과 이유로 불발에 그쳤다. 지금까지 분쟁이 이어져 오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분쟁이 반복될 듯 하다는 점이다. 당장 카페 '드로잉' 측은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대망명'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예술가의 전시와 퍼포먼스, 포럼과 캠프, 연극, 영화상영 등을 진행한다. 이후에는 또 무엇을 할지 모른다.

이제는 풀어야 하지 않을까. 그간 싸이 측 변호사도, 양현석 YG 대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사태를 풀지는 못했다. 이제는 가수 싸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잘못된 법의 피해자였던 과거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다. '월드스타' 싸이의 결단을 기대해보련다.

* 아, 한 가지 더. 사실 싸이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에서 넥스트(N.EX.T)와 함께 부른 '하늘'이라는 노래다. 그가 이 노래가사를 다시 음미해보길 바란다.

~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그런 세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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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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