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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왜 화이트칼라 자살자가 늘어나는지 아세요?"

[이 주의 조합원] 법률 상담 시작하는 양지훈 변호사

가끔씩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자 기자로서 뿌듯할 때가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는 이곳저곳의 프레시안의 조합원, 독자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덕수의 젊은 변호사 양지훈(37) 변호사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 변호사는 <프레시안>의 오랜 독자이자, 조합원입니다.

양지훈 변호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을 다니다 뒤늦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법무법인 덕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다들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정규직을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회사에 다닐 때, 무언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화이트칼라로 몇 년간 일하면서 노동 인권을 공부하고 싶은 희망도 있었고요. 대학원에서도 노동법을 재미있게 공부했고, 지금도 노동 사건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변호사의 직업적 매력 가운데 하나는, 일하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다른 변호사들이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지요. 화이트칼라 노동 문제도 그렇고요.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화이트칼라 노동 문제가 우리 사회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화이트칼라만의 노동 문제요?

"블루칼라 노동 문제는 근로 계약의 형태나 임금 등 노동 조건을 문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화이트칼라는 고용이 안정되어 있고 임금이 높아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러나 실제 노동 현장에서 화이트칼라는 블루칼라 못지않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수당 없는, 저녁이 없는 삶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 실제 화이트칼라 작업장 안에서의 삶은 엄청난 경쟁과 압박 속에서 긴장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구조 조정과 실적의 괴로움 속에 많은 화이트칼라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습니다. 일부 금융권 근로자를 제외하면 노동조합의 보호도 받을 수 없고요.

얼마 전 대기업 통신 계열사 임원이 사내 왕따를 당해 자살했던 사례도 있었는데,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경제 활동 인구 가운데 자살자 비율의 증가 속도가 화이트칼라 관리직이 최고였습니다. 자살은 극히 이례적인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 병들어 있는 조직과 화이트칼라들의 어떤 징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양지훈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한국 사회의 여러 전문직 가운데 가장 과대 대표되는 직업군이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에 역설적으로 정치는 힘이 약해지는 반면에 법의 힘은 갈수록 커져 왔다. 대통령을 탄핵할지 말지,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 사업을 진행할지 말지, 혼외정사를 처벌해야 할지 말지 등 공사를 막론한 모든 일이 결국 법의 심판으로 좌지우지된다.

정부-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문제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헌법 소원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 민주화 이후에 '정치'와 '법치' 사이에 긴장 관계가 있습니다.

"정치는 법치보다 더 큰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법원이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커야 하고, 그래야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최근 경향 가운데 하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 강한 불신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모두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제가 겪어본 법원은 어쩌면 다른 국가 기관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공정한 일처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무에서 불공정한 판결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요.

그럼에도 일반인이 느끼는 법원에 대한 불만은, 성폭력 사건의 낮은 형량이나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결과에서 크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사실 판결에는 신문 기사의 몇 쪽짜리 원고만으로 전달될 수 없는 숨겨진 진실이 존재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판결은 고민의 결과를 상세하기 보여주기 어렵고, 결국 O/X의 선고 결과만 비판의 대상이 되죠.

이런 판결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면, 시민들이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동체의 문제를 정치가 아닌 법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죠. 정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당이 문제를 숙고하고 토론하며 시민의 동의를 조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그런 맥락에서 야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법원으로 가져가려는 건 어떻습니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부 고시를 놓고서 야당이 헌법 소원을 여러 전략 중 하나로 구사하는 것은 고시의 정당성이나 헌법 소원의 타당성을 떠나서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문제까지도 법원으로 가져가는 건 결국은 정치만 더욱더 왜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 사법 시험을 놓고서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단순히 노무현 정부에서 급속하게 추진된 졸속 정책이 아닙니다.

보수 정부였던 김영삼 정부에서 사법 개혁 관련 위원회를 조직하여 10여 년 이상 논의했고, 그 결과 사법 개혁 방안으로 추진되고 입법되었습니다. 과거 사법 시험은 대학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수많은 고시 낭인을 양산하는 시스템이었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시험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의 로스쿨이 도입된 것입니다.

로스쿨을 '음서제'라고 딱지 붙이는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법 시험보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전국 대학 학부의 수가 더 많으며, 사회적 취약 계층의 법조인 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특별 전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말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로스쿨 출범 6년이 지나고 있는 만큼 운영상 문제를 보완하고 시정하면서, 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 방식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양지훈 변호사는 프레시안이 송사에 휘말렸을 때 무료 변론을 자처할 정도로 '열성' 독자이자 조합원이다. 조만간 프레시안 조합원과 독자를 위해서 무료 변호 상담도 <프레시안> 지면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생 시절부터 <프레시안>을 열독했는데, 마침 언론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한다고 하여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으로의 새 출발은,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기존 언론과 다른 색깔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 프레시안의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프레시안은 인터넷 신문이지만 굳이 속보 경쟁에 나서지 않고, 심층 분석 기사와 새로운 시각의 칼럼이 꾸준히 게재되어서 좋습니다. 느낌상 최근에는 <연합뉴스>와 같은 곳에서 받아쓰는 기사의 비중이 조금 늘어난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더 자기 색깔과 영역을 강화하면 좋겠습니다."

- <프레시안> 지면에서 법률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죠?

"법률은 왠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는 선입견이 강합니다. 그런데 사실 법률은 우리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규칙인 것이고, 한편으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기준이되기도 합니다. 모든 법률을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지만(실제로 법률가도 그러하지 못합니다), 알고 있으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 지식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프레시안>의 지면 법률 상담을 통해 시민이 실제 겪은 여러 사례를 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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