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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 발언' 김무성, 진실 무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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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 발언' 김무성, 진실 무시하나"

[기고] 콜트‧콜텍 노동자를 '꿈의 공장'으로 돌려보내 달라

이 나라의 여당대표에 의하면 강성노조가 쇠파이프로 공권력을 두들겨 패는 나라, 강경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는 나라, 노조의 쇠파이프 때문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리고 노조 때문에 문을 닫은 건실한 회사 중 한 곳이 콜트, 콜텍이라고 한다.

이 문장 그대로라면 이 나라는 노조가 정말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체 노동자의 10%도 되지 않는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그렇다. 여기서 정확한 사실 하나를 말씀하셨다. 전체 노동자의 10%가 되지 않는 노동조합, 다시 말해 노동조합 조직률이 10%근처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10% 남짓 정도 되는 숫자의 노동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함으로 인해 국가 경제 전반이 손해를 입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

한 나라의 경제가 10% 남짓한 소수의 노동자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면 그건 그 나라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노동조합이 밥그릇 챙기는 것이 뭐가 이상한 일인지….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이익집단의 속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다. 더욱이 국민 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강성 노조의 쇠파이프 운운하는 발언은 이치에 맞지 않는 무지한 발언이며, 여당 대표로서는 더더욱 적절치 않은 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결국, 김무성 대표는 현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나라 경제를 망치는 소수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을 아예 노동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콜밴

곡을 연주하는 악기를 만드는 사람은 보통 '장인'이라는 칭호를 받게 마련이다. 거기에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예술에 대한 경외심이 깔렸고 미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악기에 대한 존중이 들어 있다. 장인으로 대접받아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부당 해고에 맞서 3100일이 넘게 싸우고 있다. 바로 전 세계 기타의 30% 정도를 생산하는 '콜트‧ 콜텍' 해고 노동자들이다. 바로, 김무성 대표가 건실한 회사를 망가뜨린 주범이라 언급한 그 회사다. 과연, 그가 이야기기한 대로 콜트‧콜텍은 강경 노동조합 덕분에 회사가 문을 닫았을까? 7년이 넘게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걸어온 시간을 조금만 되짚어 보면 회사의 문을 닫게 한 건 노조가 아니라 박영호 사장 측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서울 고등법원의 콜트악기의 노동자 해고는 불법해고라는 판결과 2012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대표적 근거다. 통기타를 생산하던 대전 콜텍 악기의 해고 무효소송에선 2014년 파기환송, 재상고심의 결과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상상력이 넘쳐나는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그 역시도 해고 시점 당시가 회사 경영의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는 역설이 드러나는 판결이다.

이렇게 한 나라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인물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행하는 건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가능한가. 이는 진실에 대해 무지한 자가 진실에 대한 무시를 일삼는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이들이, 처음 기타라는 악기를 접하는 이들부터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이들까지 콜트‧콜텍에서 생산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음악이라는 꿈의 시작과 성취, 발전과 함께 하는 꿈의 기타를 만들어온 이들이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본인들을 모욕한 여당 대표 및 정권과 자본에 목소리를 드높이기 위해 다시 거리에서 노숙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이번 농성이 끝나면 그들이 만든 기타로 많은 이들이 그들과 함께 꿈을 꿀 수 있도록 그들을 꿈의 공장으로 돌려보내 달라. 그것이 많은 음악가의 바람이자, 바로 노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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