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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박근혜에게 "경제 어려운데 왜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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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박근혜에게 "경제 어려운데 왜 교과서에…"

5자회동 시작…朴 "원래 그렇게 사이가 좋으십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및 여야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5자회동을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약 1분 정도 먼저 접견실에 도착해 여야 대표단을 기다렸고, 이후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도착해 약 4분간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이 "언론에서 뵈니까 오늘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귓속말도 하시고 반갑게 아주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시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요"라고 묻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님 이름에 '종' 자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제 이름에는 '유' 자가 들어가고, 그래서 19대 국회가 이번이 마지막 회기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자, 심지어 이런 구호를 만들자고까지 했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은 마침 이산가족 상봉 3일째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3일 동안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참 듣기도 가슴 아프더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데 분단국가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픔이다. 우리 정치권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같이 더욱 노력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이 감동을 주고 있는데, 저도 이산가족 상봉을 해 본 적이 있다. 저희 어머니가 북한의 여동생을 만나서 상봉하는 그 자리에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다. 정말 이산가족으로서는 상봉이 좀 더 정례화되고, 확대되고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대통령께서 그런 것을 유념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담이 끝난 후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테이블에 앉았고 곧바로 비공개 회담을 시작했다.

문재인 "이렇게 경제 어려운데 왜 역사 교과서에 매달리나"

앞서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5자 회동 '모두 발언'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 실제로는 비공개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원고를 읽지 않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언론에 공개한 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 경제는 절박한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 원으로 사상 최대, 비정규직도 600만 명을 넘어서 사상 최대, 청년 실업률도 10%대로 IMF 이후 사상 최고치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와 함께 △청년 실업 대책 강구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촉구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기조 전환 촉구 △공천제도 개혁 논의에 대한 개입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언론에 공개한 모두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을 만나달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의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은 새정치연합이 공개한 문재인 대표의 모두 발언 전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저도 이산가족 상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북한의 여동생을 상봉하는데 모시고 갔었습니다.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와 확대를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이산가족들을 간절한 바람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가계부채 1100조로 사상 최대, 비정규직도 600만을 넘어서 사상 최대, 청년 실업률도 10%대로 IMF 이후 사상 최고치입니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상태입니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당장 정부가 정책을 바꿔 국민의 생명, 안전, 복지와 관련한 공공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해서 민간 대기업도 청년 고용을 늘리도록 의무화하고, 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빚내서 집사라’는 부동산 대책은 전월세 값만 폭등시켰고 서민은 고통스럽습니다. 작년에 부동산3법을 합의처리 할 때 공공임대를 1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서 전월세 안정화로 바꿔야 서민들의 주거난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로 국민의 삶이 더 궁핍해지고 있습니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내수가 살아납니다. 부채 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전환해야 합니다.

국민의 간절한 요구는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당은 초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정상적으로 발전된 나라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상식이 반대하고, 유엔도 반대합니다. 국회의장도 반대하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외교와 안보에도 국민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일본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수 있다는 총리의 말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일본 군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대통령께서 분명하게 천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본이 우리 동의 없이 북한에 자위대가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일본 자위대가 우리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 들어올 수 없는 것으로 한미일 간에 합의가 된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대통령께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으로부터 7조원이 넘는 전투기를 도입하면서도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KF-X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표류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께서도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고, 대책을 강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가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국회법 개정을 무산시키데 이어서 공천제도 혁신을 위한 여야 대표 간 합의에 개입해서 간섭한 것은 3권 분립과 의회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통합의 정치를 원합니다.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돼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은 새정치연합이 공개한 이종걸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 전문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그리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님.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입니다.
저는 오늘 지난 3년 동안 국민의 고통을 짊어지고 왔습니다. 오늘따라 청와대의 기와가 더 푸르게 보입니다. 청사(靑史)에 부끄러움이 없으라는 뜻으로 느껴집니다.

오는 길에 광화문 광장에 서있는 세월호 가족들의 힘겨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약속하신대로 유족들을 만나주십시오. 고통 받는 그 분들에게 최고의 치유가 될 것 입니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쓴 연애편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헌법정신을 스스로 왜곡하는 주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민족이 자랑스러운 것은 36년 동안 싸워온 항일투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재를 이겨낸 4.19 민주 시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헌법 전문(前文)의 정신입니다.
국정교과서는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역사 윤리를 실추시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간과하고, 다양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하고 획일화로 가는 것입니다.

국회법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던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설령 부분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국회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행정부를 이끌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셨습니다. 올해가 전태일 열사의 45주기입니다. 지난 45년간 수많은 전태일이 있었습니다. 노동법은 여기에 기초해서 나와야 합니다. 바로 그 헌화하셨던 마음으로 노동법을 대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편에서 이 자리에 임하겠습니다. 오늘의 회동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좋은 합의점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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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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