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자위대가 한국 영역에서 활동할 경우 한국의 동의를 받겠다"면서도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고 말한 데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양당 정책위의장이 각각 공개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휴전선 남쪽'이라는 발언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우리의 동의 없이 북한에 군사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참으로 오만하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정부는 우리의 동의 없이 북한 지역에서 어떤 군사적 행동도 할 수 없음을 일본 측에 분명하고 강력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그러나 "일부 교과서가 대한민국 정부를 '38선 이남의 합법 정부'로 (서술)했다가 수정 명령을 받았다"며 "이런 역사 교과서로는 일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이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연결시키기도 했다. 김 의장의 말대로, 이같은 서술은 이미 수정돼 있고 현재 교과서에는 어디에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주변 국가에 대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일본의 군사주의적 발상을 경계한다"며 "한반도 분단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지배) 범위를 '휴전선 남쪽'이라 강변한다"고 나카타니 방위상을 비판했다.
최 의장은 "역사적·헌법적으로 한반도 전역의 주권은 대한민국 시민이 보유하고 있다"며 다만 남북 관계에서 북한 정권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의장은 "일본 방위상이 한일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하는데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화살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으로 돌렸다. 그는 "정부·여당과 '애국 보수'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어디 있나. 국가보안법, 헌법을 아버지로 모시는 '애국 보수'는 어디에 숨었나"라고 했다. 특히 이른바 '보수' 세력의 '건국절' 주장이 결국 일본 방위상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그는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948년 8월 15일(광복절)을 건국절이 아니라 '분단절'로 불러도 상관없느냐"며 "(이같은) 해석을 확장하면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되는데 상관 없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황교안 총리의 '자위대 입국 허용' 발언과 윤병세 외교장관의 "남중국해 갈등 외면", 차세대 전투기 개발(KF-X) 사업 핵심 기술 이전 실패 등을 "정부 외교안보 팀 무능"으로 규정하고 "주권과 영토에 대한 수호의지를 상실한 외교안보 팀 개편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육군 대장(4성장군)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회의석상에서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라며 "참여정부 시절,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계획 5029'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북 지역 수복은) 한국 방어라는 주한 미군의 임무와 별개 사안이며 미국의 개입은 주권 침해'라고 중단을 요구했다. (그만큼) 한국의 주권이 북한에 대한 절대적 권한이라는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백 의원은 전작권 환수 연기 결정 등을 들어 "이렇게 북한 문제에서 우리의 전략 주도권이 약화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국 눈치를 보는 게 아닌 우리의 생존은 알아서 판단한다는 자주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국정 교과서로 국론을 분열시킬 시간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이 될지 깊게 고민하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반면 역시 장성(육군 중장) 출신인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을 뿐,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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