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흐름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우려 섞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가 편향적으로 서술돼 있다는 당 지도부에 주장엔 일면 공감하면서도, 국정화 강행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을 거란 위기의식에서다.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박근혜 대통령 의중에만 발맞춰 당력을 총 집중하는 것에 대한 물밑 불만도 포착된다. 내년과 후년으로 예정된 총·대선을 앞두고는 지지층 결집 전략보다는 중도층 끌어안기 전략이 필요한데, 청와대가 정반대로 당을 끌어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공개적으로 가장 먼저 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다. 정 의원은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명단을 무단 공개했다 패소한 전력이 있다. 그런 그는 15일 tbs 라디오 '열림아침 김만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는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자는 것은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잘못 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주장하는 (현행) 교과서는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다양화·자유화 사회에서 갑자기 획일적으로, 거의 독점적으로 (역사 교과서 발간을)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보수적 역사관이) 사실 경쟁에서 졌다고 할 수 있다"면서 "경쟁력을 키워 그런 쪽의 입장이 국민들한테 더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EBS에서 싼 가격으로 교과서를 만들면 되지, 뭘 그걸 국정화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정 의원은 마침 이날 대법원에서 과거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한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정 의원을 포함해 명단을 공개했던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10명에게 전교조에 총 10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으며, 이 중 현직은 정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가 소집한 '긴급 국정 교과서 의원총회'에서 '총선 역풍'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특히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특히 수도권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똑똑한 전략을 잘 쓰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유리한 싸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실제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일부 의원들에게선 이 같은 불만 기류가 읽힌다. 한 수도권 지역 재선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적 고려 자체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낡은 이념 공세 방식인 '반공'의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박근혜 정권 하반기 리더십에 당이 끌려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과 함께다.
일각에서는 '너무 나가다 보면 2010년 6.4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것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좌우 균형은 허울뿐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에 매몰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강연에 많은 의원들이 손뼉으로 호응을 했던 것을 두고 나온 우려다. (☞관련 기사 : 새누리 교과서 '본색'…"좌우 균형 허울, 교학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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