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교 역사 관련 교수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연세대에 이어 경희대와 고려대 교수들도 이에 동참했다. 서울대 등에서도 불참 선언을 검토 중이라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은 전국적으로 번질 전망이다.
고려대 역사계열 4개 학과(사학과·한국사학과·역사교육과·고고미술사학과) 교수 22인은 14일 성명을 내고 "고려대 역사계열 교수들은 향후 진행될 국정 교과서 제작과 관련된 연구 개발, 집필, 수정, 검토를 비롯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역사학계와 역사교육학계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 역사전공 학생들과 시민단체 등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반대해 왔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국정 교과서는 편향된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뀐다는 것은 교과서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1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를 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졸속 부실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교수들은 "정부의 무리한 국정화 추진 이래 역사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가려는 논의는 실종된 채 구태의연하고 비상식적인 이념 대립만 남았다"며 "이 모든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경희대 사학과 소속 교수 9명 전원도 이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러한 집필 거부 움직임은 대학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이화여대 사학과의 경우 이미 내부에서 집필 불참을 결정하고 성명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대 국사학과는 동양사학과·서양사학과·역사교육과 등과 집필 불참 여부를 의논하기로 했다. 서강대 역사학과 사학과 교수들도 불참 성명 발표를 논의 중이다.
한국외대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의 역사학 교수들은 집필 거부 연대 성명을 곧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 거부 움직임은 한국사 관련 학회로 번지고 있다. 이날 한국근현대사학회 전·현직 회장단을 비롯한 소속 학자 500여 명 전원이 국정 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한국역사연구회는 15일 긴급회의를 열어 집필 거부를 포함해 국정 역사 교과서 대응 방안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고대사학회는 16일 열리는 학회에서 불참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