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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권력에 취했나?

[기자의 눈] '돌출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다

사실상 새 정부의 출범만 남겨두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난처해졌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특별한 현안도 없이 지자체를 방문해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인수위 자문위원 등 30여 명 '향응접대' 파문 )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즉각 공식적인 사과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인수위 인사의 돌출적인 행동"이라면서 파문의 진화에 부심하는 눈치이지만, 공식출범 이후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인수위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벌써부터 권력에 취해 좌충우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언론사찰, 부동산 컨설팅…사고마다 "개인적 돌출행동"?

사실 인수위 관계자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을 자초한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 때마다 인수위는 이를 인수위 차원의 일이 아니라 '개인적 돌출행동'이라고 선을 그어 왔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월에는 경제2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모 부동산 컨설팅 업체 고종완 대표가 고액의 자문료를 받고 부동산 투자상담을 해 오다 결국 해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모든 인수위원들이 열심히 일하지만 불미스런 일이 하나 생기면 인수위 전체 이미지라든지 우리 위상에 큰 피해 준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고 전 자문위원 개인이 자초한 사고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인수위 관계자가 문화관광부에 언론사 사장단, 편집국장, 정치부장 등과 함께 주요 광고주 업체 대표 등에 대한 '성향조사'를 지시했다가 비난의 대상이 됐을 때에도 비슷한 해명이 나왔다.

파문이 일자 이명박 당선인은 "그런 사고를 가진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경숙 위원장도 "스스로 회초리를 맞는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면서 "이명박 당선인과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고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이명박 당선인)", "개인적 돌출행위라고 하더라도(이경숙 위원장)"이라는 단서는 빠지지 않았다. 역시 이 당선인이나 인수위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향응제공 파문'에도 인수위 측은 어김없이 "개인적인 돌출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저한 경위파악과 관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익숙한 레퍼토리'도 빠지지 않았다.

권력의 밑둥은 부패가 흔든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청렴결백한 도덕성'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당선인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터질 때마다 "일을 하다 보면 그릇도 깰 수 있고, 손도 베일 수 있다"는 '그릇론'을 앞세워 왔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과거'에 대해선 과감하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이제 대기업 CEO도, 서울시장도 아니다. 그는 국가 전체를 이끌고 가야 할 대통령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를 '일부 몰지각한 구성원의 돌출행동' 쯤으로 치부할 일인가? 특히 오롯한 정신으로 5년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인수위 구성원들이 권력에 취해 호가호위하는 일이 반복되는 건 심각한 경고음이다.

가뜩이나 지방권력, 행정권력에 이어 4월 총선에서 의회권력까지 한나라당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견제받지 않는 초유의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다.

크건 작건 '부패'는 언제나 정권의 밑둥을 뒤흔들었다. 지금은 작은 선물꾸러미 하나 챙겨들었다지만 이렇게 권력에 취한 이들은 언제 게이트의 주범이 될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통상 임기 말에나 나올 법한 향응과 부패가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거듭되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는 물론이고 권력 전반의 도덕적 기강을 돌아봐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당선인의 과거를 너그러이 용인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얼마든지 '분노의 민심'으로 뒤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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