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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속지 않는 법 알려주는 단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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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속지 않는 법 알려주는 단 한 권의 책"

[프레시안 books]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아버지가 응급실을 찾아야 할 상황에 닥쳤던 적이 있다. 어머니에게서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간 후, 서울의 대형 병원에 병실을 구하게 됐다.

그 후, 우리는 한 대학병원으로 이동했다. 다시 아버지는 응급실로 향했다. 더는 응급환자가 아니었지만 "원래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후 1인실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 뒤에야 의료비가 싼 6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이동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역시나 "원래 그렇다"는 말이었다. 당연한 듯 선택 진료도 했다.

나중에야 병원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6인실을 법이 정한 기준에만 딱 맞게 최소한으로 두고, 비싼 의료실을 많이 늘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택 진료가 병원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고, 이를 병원이 악용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강주성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를 읽고서다.

지난 2007년 나온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 8년의 세월을 반영해 각종 수치를 올해에 맞게 수정하고, 몇 가지 글을 새로 실었다. 통계 수치가 일부 변했을지 몰라도, 병원이 어렵고 병원비가 두려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병원은 여전히 환자 위에 군림한다. 우리는 신해철의 죽음을 통해 의료 사고가 일어날 때 환자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생생히 지켜봤다. 입원 환자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비급여 진료비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인 뉴스다. 마치 추세선을 그리는 양 병원의 민영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의료의 중심은 환자여야 한다.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의사와 병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병원이 돈 없는 환자를 받지 않거나 꺼리는 일, 각종 명목으로 비급여 진료를 받게끔 유도하는 일 등은 여전히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병원에서 오가는 언어가 워낙 전문적인 데다, 환자는 자신의 목숨을 맡긴 판이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이를 하소연하기조차 힘들다.

▲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강주성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행복한책읽기
이 책은 제목대로 환자로서 알아둬야 할, 우리나라 병원의 실상을 알려주는 교과서 역할을 한다. 실제 백혈병 환자로서 병원에서 환자가 처하는 무력한 상황을 누구보다 생생히 경험했고, 환자 권익을 지키기 위한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직접 만든 저자가 모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여러 사례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저자는 비급여 진료 문제, 비싼 병실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는 병원의 실태, 선택 진료 문제, 환자가 이중으로 부담하게 되는 의료 물품비(병원 물품비) 문제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분위기를 타고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는 병원 제도가 환자에게 얼마나 불리한지를 따져 묻는다. 책 말미의 '불법 청구된 진료비를 되찾는 법', '모르면 손해다, 올바른 병원 이용 방법',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10가지 행동 요령' 등은 특히 유용하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 어떤 일로든 병원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반드시 알아둬야 할 필수 상식 교재인 셈이다. 책을 읽다 보면 수록된 내용을 전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의료 현장에 종사하는 모든 이를 비양심의 대명사인양 묘사하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주류 의료 사회는 이 책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이 나온 후 "물에 빠진 놈 살려줬더니 뒤통수를 쳤다"는 식의 항의를 현직 의사로부터 들었던 경험담을 수록한다. 실상 우리 사회의 이익 집단은 이와 같은 논리의 방어막 뒤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보수화한다.

그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면, 그 기득권은 부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권력의 하나인 병원의 기득권을 부수고, 국민 건강이란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의 하나임을 모두가 인식할 기본 단서를 제공한다.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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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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