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영업의 상징인 치킨집이 해마다 늘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의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치킨전문점 수는 2만2천529개로 편의점(2만5천39개) 다음으로 많았다.
통계청이 집계한 치킨전문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통계청 관계자는 "치킨전문점은 원래 표준산업분류상 피자·햄버거와 함께 하나의 항목군으로 분류됐지만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은 치킨집만 따로 떼어내 집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주판매 품목이 치킨이면서 호프집 등 타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3만개를 훌쩍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전문점수는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6천개에 달한다.
이 연구소는 당시 KB카드 개인사업자 가맹점을 상대로 치킨전문점 현황을 분석했다.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 체계를 기본적인 토대로 닭강정, 불닭 등 치킨을 주판매 업종으로 하는 사업체를 더했고 닭갈비, 찜닭, 삼계탕, 닭 꼬치 등을 파는 곳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KB경영연구소의 분석대로라면 한국의 치킨집은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5천429개·2013년)보다도 많다.
한국에서 치킨집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은퇴 후 생계형 창업으로 치킨전문점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치킨집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자들이 많이 몰린다.
실제로 한국의 전체 자영업자 수는 하락 추세이지만 치킨전문점이 포함된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숙박 및 음식업점 수는 2013년 기준 68만6천225개로 2006년(62만1천703개)에서 6만5천개 가량 늘어났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창업에 몰리면서 자영업자의 평균 연령대도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0세 미만 자영업자 수는 2007년 324만명에서 2013년 246만명으로 줄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같은 기간에 289만명에서 328만명으로 39만명 늘었다.
문제는 50세 이상 자영업자들이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보다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으로 내몰린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청의 실태 조사(2013년)에서 자영업으로 뛰어든 동기에 대한 질문에 '생계유지 위해서(다른 대안이 없어서)'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82.6%에 달했다.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자영업을 시작한 비율은 2007년 79.2%, 2010년 80.2%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을 놓고 생계유지를 위한 개인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창업의 쓴맛만 보고 문을 닫는 사례도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이를 단순 비교하면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폐업률을 보면 치킨집이나 커피전문점 등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많았다.
주 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입 장벽이 낮은 치킨집 등의 창업이 많지만 그만큼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월급쟁이'의 꿈이 빨리 돈을 모아 가게를 하나 차려 나가는 것이었는데 과거 10년간 자영업은 '월급쟁이들의 무덤'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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