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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는 사모펀드, 왜 재벌 오너처럼 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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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K는 사모펀드, 왜 재벌 오너처럼 대하나"

[인터뷰] 홈플러스 새 주인 MBK, 논란에 입 열다 ①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노동조합이 23일부터 회사 인수업체인 사모펀드 MBK에게 직접 교섭할 것을 요구하면서, 2015 임금교섭 투쟁승리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MBK가 경영진과 얘기하라면서 노조와 직접 교섭을 거부하고, 경영진 역시 임금협상에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총파업 첫날인 23일 전국 매장에서 조합원 2000여 명이 참가하며 이중 1500여 명이 상경해, 이날 오후 1시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MBK 직접 교섭 촉구, 홈플러스 경영진 퇴진, 2015 임금교섭 투쟁승리' 홈플러스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에는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전체 조합원이 참가한다. 노조는 MBK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홈플러스 경영에 대한 의지가 없으며 투기자본의 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는 사모펀드의 속성 상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프레시안>은 MBK의 속내를 그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긴급 인터뷰를 했다. 당초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한 인터뷰였지만, 'MBK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인터뷰 일부 내용을 인용하기로 했다. 오프더레코드를 전제한 인터뷰였기에 'MBK 관계자'의 표현은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인터뷰 초반은 MBK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보다는 논쟁적인 질문에 대해 MBK 측의 답변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레시안: 사모펀드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우리에게는 '먹튀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홈플러스 인수도 역시 MBK에게는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수익을 뽑아내는 대상일 뿐이라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MBK: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인수했다는 것이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MBK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투자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뽑아낸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 홈플러스의 새 주인이 MBK 아닌가? 노조가 대주주에게 직접 교섭을 하자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MBK: MBK는 사모펀드에 참여한 여러 자본들의 운영자일 뿐이다.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재벌 오너가 아니다. 자금 운용자가 특정 기업의 경영 능력이 있나? 홈플러스 노조가 MBK를 오너처럼 대하는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재벌 기업의 오너가 아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자본은 70%가 외국자본이다. 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자금을 운용하길 원한다. 우리는 홈플러스 경영에 직접 개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재벌 기업의 오너처럼 대주주도 아니면서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경영을 좌지우지하길 노조가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프레시안: 사모펀드라고 해서 홈플러스의 경영에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MBK: 사모펀드의 목표가 최대한 빨리 수익을 내서 되파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목표를 위한 경영 개입은 있다. 그런데 그것은 큰 방향을 제시하는 차원의 경영 개입이다. 큰 방향을 제시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목표를 위한 경영을 하느냐는 전문 경영인이 할 일이다.

프레시안: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논리 같다.

MBK: 그렇게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만일 홈플러스 직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홈플러스의 성장에 기여한 대가를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격렬한 반발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굳이 그런 소모적인 갈등을 무릅써야 할 이유가 있나? 이미 홈플러스 경영진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주주인 MBK가 경영진의 입장을 뒤집어야 할 이유가 없다. 노조가 대주주를 오너로 간주해, 직접 고용승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토종사모펀드 MBK, 외국계와는 좀 다르다"


프레시안: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영국 테스코 그룹이 막대한 차익을 얻고 '먹튀'하는 것을 도와줬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MBK: 삼성이 미국에서 월마트를 인수해 운영하다가 사모펀드에게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두면, 먹튀인가?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인수합병으로 차익을 거둔 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것인가?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가 외국에 투자해서 차익 남기면 먹튀라고 비난할 것이냐고 묻고 싶다. 테스코가 차익을 거뒀다면, 홈플러스를 성장시키면서 고용 창출 등 한국 경제에 기여한 몫을 정당하게 챙겨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사모펀드는 국내에 세금도 안내고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 외국자본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늘 '먹튀 투기자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닐까?

MBK: 바로 그 점에서 MBK를 외국계 사모펀드와 함께 도매금으로 비난만 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MBK가 운용하는 자본 중 외국자본의 비율이 높지만, 사업 근거지가 한국이기 때문에 '토종 사모펀드'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는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은 조세회피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도 한국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MBK는 그럴 수가 없다.

프레시안: MBK가 토종사모펀드로서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에 성공한 비결이 뭔가?

MBK: 이런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지난 2004년 한국에서 사모펀드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한국인을 중심으로 중국인, 일본인 등 몇몇이 함께 독립을 해 2005년에 설립한 것이 MBK다. MBK 자체가 김병주 회장의 영문 이니셜(Michael Byungju Kim)이다. 외국자본은 철저하게 실적 기록을 따져서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지역 특성과 문화를 잘 아는 전문성이 없으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MBK는 출발할 때부터 지역 전문성을 인정받은 로컬 펀드, 로컬 마켓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로 전략적 투자를 해왔다. MBK가 외국의 쟁쟁한 사모펀드들과 경쟁해서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트랙 레코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칼라일에서 번 돈이 아무리 많아도 연봉 모아서 사모펀드를 차리기는 어려웠을텐데, 그래서 MBK가 비밀스러운 자금으로 시작했다는 소문이 많았다. 장인인 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후원설이 무성했다.

MBK: 물론 연봉이나 성과급을 모아서 사모펀드를 차린 것은 아니다. 남의 돈 끌어모으기가 얼마나 어렵겠나. 하지만 칼라일에서 보여준 실적이 이미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조금씩 자본을 모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자부하는 것은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그중에서 30%는 국내 자본으로 구성되는 명실상부한 토종 사모펀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13조 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국내 자본이 참여한 비율이 비슷하다. 다른 국내 토종사모펀드와 비교할 때 몇 배나 되는 비율이다.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본 구성에서도 MBK는 국내 자본 비율이 독보적으로 높은 편이다.

7조 원짜리 홈플러스, 3조 원 들여 인수한 비결?


인터뷰 초반 'MBK 관계자'는 "우리는 재벌 오너가 아니다. 홈플러스 노조가 대주주인 사모펀드를 직접 대화 상대로 삼겠다는 것은 한국 특유의 재벌 행태에 길들여진 후진적 관행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는 오너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기업 경영을 보장해 성공한 모델을 만들어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재벌그룹 내의 노조가 오너를 대화 상대로 요구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기업 풍토를 고려하면, MBK 측의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인터뷰 후반에 MBK가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을 주고 샀는데, 자체 투자금은 2조 90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4조 3000억 원은 차입으로 조달하는 인수방식, 이른바 LBO(차입매수)라는 사실을 둘러싼 문답 과정에서 MBK 역시 '약탈적 자본'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문제는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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