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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산재', 제2의 세월호 참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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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산재', 제2의 세월호 참사 예고편?

[기자의 눈] 반복되는 안전사고, 근본 원인은…

최근 이해하기 어려운 산업재해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고로는 지난 8월 2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벌어진 사고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 업체 노동자가 열차와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해 충격을 받은 끔찍한 사고였다. 빈번하게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시간에 운행 중지 요청도 없이 수리를 하다가 사망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달 말에는 충북 청주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지게차에 치여 노동자가 크게 부상을 당한 사고가 있었다.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태였는데, 현장 관리자들은 119에 연락하는 것을 꺼리다가,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지정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에 이르렀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스크린도어 산재'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면서 매뉴얼까지 만들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고, '지게차 산재'는 살릴 수 있는 사고인데 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살인사건'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살인자는 없다. 심지어 살인사건과 관계된 최소한의 책임자들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게차 산재'의 경우, 현장 관리자들이 119를 부르지도 않고, 오히려 사고 소식을 알게 된 시민이 연락해서 119가 출동을 했다. 그걸 현장 관리자들이 돌려보냈다. 다리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된 피해자를 들것도 없이 회사 승합차에 실어, 이 정도의 심각한 부상은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정형외과인 지정 병원에 옮겨 결국 사망했다.

'스크린도어 산재'도 마찬가지다.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하청 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2년 전에도 있었다. 그래서 원청 업체인 서울메트로가 "열차 운행 시간 중 작업을 하려면 먼저 관제센터에 연락하고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지침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져 사망 사고가 또 났고,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도 책임의 주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원청 업체와 외주 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침묵으로 얼버무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 산재'처럼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사고가 아니면, 산재 사고 자체가 축소, 은폐되기 일쑤다. 지난 8월 30일 제2롯데월드 타워동 1층 공사 현장에서 수신호로 후진을 유도하다 자재 트럭에 부딪힌 근로자가 사고 9일 만에 끝내 숨졌다는 산재 사고 역시 은폐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인부가 사망한 건 이번이 4번째이고,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심각한 산재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정황이 있다. 그런데 당초 이 사고는 왼쪽 어깨와 다리에 골절과 타박상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피해 노동자가 갑자기 뇌 부위에 감염 증세가 악화돼 사망했다니 축소, 은폐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실상 살인사건'이라고 할 정도의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외주 업체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을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외주화'가 산재가 반복되는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특정한 업무를 외부의 다른 업체에 맡기는 '외주화'는 사람이나 안전보다는 경비 절감 등 효율화를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 논리상 산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일단 산재가 일어났을 때 처리 과정을 보면, 하청 업체 노동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특히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산재에 대해서 원청 업체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하청 업체는 계약 유지를 위해서 원청 업체의 눈치를 보면서 무리하게 업무를 하게 된다. 사고가 나면 은폐하기 바쁘고, 책임 소재를 따지면 원청 업체는 하청 업체에 떠미는 식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안전처로 간판 바꾸면, 제2의 세월호 참사 막아지나?


이때문에 '외주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사람보다 돈, 효율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버리지 않는 한 외주화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외주화'가 경비 절감을 넘은 '위험'을 대상으로 삼아, 외주화로 이뤄지는 산업 현장은 '책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임의 사각지대'가 무서운 이유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어도 실제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하청 업체나 노동자들의 안전 불감증 탓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하청 업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 대목에서 세월호 참사가 떠올려진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고간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도 '책임 회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다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면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로 간판만 바꿔다는 조치를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이것이 또다른 세월호 참사를 예방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매뉴얼이 있어도 무력화된 채 다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산재'와, 이 사고를 둘러싼 책임 회피 공방은 우리 사회에 또다른 세월호 참사가 이미 예고되어 있다는 불길한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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