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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서 월세 낼 돈이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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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에서 월세 낼 돈이 사라졌어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주거 복지 현장 : 짧은 이야기

올해 7월부터 '가구별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하나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개편되었다. 그 일환으로 주거 급여는 보건복지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주무 부서가 바뀌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종전에 없던 조사 기관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내가 일하는 주거 복지 지원 센터에서 만난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최근 현실을 살펴보고 올바른 제도 시행을 촉구하고자 한다.

수급비가 덜 나왔어요.

"여기 이거 좀 설명해 줄 수 있어요? 당최 동사무소에 물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해서 내가 하도 답답해하니까 여기 가보라고 알려줍디다."

한 어르신께서 아침 일찌감치 센터로 찾아오셨다. 텔레비전에서도 플래카드에서도 주거 급여가 오른다고 해서 기대하고 통장을 들여다봤는데, 정작 받은 돈은 전 달보다 더 적어졌더란다.

통장을 봐 달라며 얼른 내미신다. 6월에는 국민 연금 22만4000원, 기초 연금 20만 원, 생계 급여 5만6000원, 주거 급여 1만5000원으로 총 49만 원선이 찍혀 있었다(노인 1인 가구. 일반 수급 가구). 제도 변경 직후인 7월에는 국민 연금과 기초 연금은 같고, 생계 급여 1만 원, 주거 급여 1만 원만 찍혀 있었고, 총액은 44만 원이었다. 이 분은 지난 달보다 급여액이 낮아졌다.

ⓒ김선미
혹시나 싶었다. "할머님 어디 사셔요?" "나, 요 앞에 00아파트." 그렇다. SH 재개발 임대 주택, 즉 공공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분이셨다. 주거 급여법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진 시행 고시에 의하면 "공공 임대 주택 입주민의 주거 급여(임차 급여)는 수급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지방 공기업(서울시는 SH) 명의의 계좌로 임차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할머님은 본인의 주거 급여(임차 급여)가 이미 SH로 지불된 걸 모르셨던 거다. 당신 통장에는 그런 내역이 찍히지 않았으니 모르시는 게 당연할 수밖에. SH에 문의했다. 대답 왈, "이미 해당 내용에 대해 설명회도 했고, 통지문도 각 호에 발송했는데 모를 리 없다"고 했다. 어느 공공 임대 주택이든 취약 계층이 대다수이다. 설명회에 가지 못했거나 글을 모르거나 우편물 확인을 못 하거나 할 수도 있다. 그런 분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할머님 SH에서 임대료를 수급 날 가져간 것 같아요. 전화로 SH에 확인하시거나 관리 사무소에 물어보시고 이상이 있으면 저희한테 전화주세요" 하고 배웅했다.

당사자 결정권 박탈

주거 급여 시행 고시에 대한 우려점이 이렇게 발견되었다.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 급여에 대한 선택권"의 문제 말이다. 적어도, 공공 임대 주택에 입주한 주거 급여 수급 당사자에게는, '본인이 아닌 LH나 SH 등 공기업이 직접 수령하는 것에 동의하는가'에 대한 확인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나?

공기업이 직접 임차 급여를 받도록 한 것은 국토부가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현금 급여가 아니라 바우처 방식으로 주거 급여에 접근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왜 또 공공 임대 주택 수급자에게만 적용하는가? 민간 임대 주택과 공공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거 급여 수급자는 다른가? 이런 의문 때문인지 국토부는 "민간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거 급여 수급자가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집주인의 신고'에 의해 급여 지급을 중지하고, '집주인'의 신청에 의해 집주인이 임차 급여를 직접 받도록 하는 조항도 만들어두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역시 "수급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조항이 없다. 게다가 적어도 왜 체납했는지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조항 없이 바로 지급 중지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 주거 급여 시행 고시에는 당사자의 선택권이란 어디에도 없다.

홍보가 기가 막혀~

주거 급여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급여 당사자들의 문의 외에도 여러 '희한한' 장면을 접하게 된다. 어느 날인가 웬 여성분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센터로 들어왔다. 내용인즉 "LH 주거 복지 센터(종전에 통합 관리 센터로 이름 붙였던 곳으로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에서 주거 급여 조사원인 본인에게 몇 개 기관의 리스트를 주면서 센터의 실무자들과 함께 '주거 급여 홍보 인증샷'을 찍어 오라"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들고 온 리스트에는 달랑 5개 기관만 있었다. 성북구만 해도 복지 관련 기관들이 십수 개나 되는데 말이다.

ⓒ국토교통부
'사진이요? 홍보하러 오셨으니 그것부터 하시죠' 했더니 머뭇거리다 이미 배포될 대로 되어있는 주거 급여 리플릿을 꺼낸다. 그리고 '내용은 아시죠?'한다. '그럼 리플릿만 주고 가세요' 했더니 달랑 두 장만 본인이 가져왔단다. 물론 이건 조사원의 잘못만은 아닐 게다. 당장 관할 LH 통합 관리 센터로 전화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관할 센터장과 통화는 못 하고 실무 담당자라는 사람과 통화했고, 이게 홍보의 방식인지 항의했다. 그랬더니 '기관이 그러시면 사진 안 찍어 주셔도 됩니다.' 한다. 헐~ 대박!

글자 그대로의 홍보(弘報)란 해당 내용을 널리 알리는 거다. 그걸 아는 걸까? 우리는 주거 복지 지원 센터라는 이름으로 초창기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구청과 동 주민 센터를 방문해 리플릿을 비치하는 것과 동시에 관할구역 내 복지관 및 관련 센터,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주거 복지 및 주거 지원 사업에 대해, 그리고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한 홍보를 진행해 갔다. 목적은 공공 주거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 대상자 발굴에 두고 말이다. 그런데 달랑 두 장 들고 온 리플릿을 들고 찍는 인증샷이 홍보라고? 그야말로 홍보가 기가 막힌다!

씁쓸하게 뒤돌아서는 조사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조사 항목에 임대료 체납 여부와 체납 액수, 혹은 겨울철 연료비나 연료비 체납 경험 등은 조사합니까?" 했더니, "저희는 그냥 묻기는 하는데요, 조사표로 작성되어서 취합되지는 않습니다"라고 한다.

주거 급여가 새롭게 시행되면서 LH는 주거 급여 조사 기관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시범 사업 기간 중 국토부는 주거 급여 전수 조사에 기간제 현장 조사원을 1000여 명 투입했다(전국 총 49개 사업소에 1579명을 투입). 제대로 된 전달 체계, 즉 '주거 복지 업무'의 일환인 주거 급여를 수행하기 위한 조사 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 하려면 단순히 임대 여부나 임대료, 주택의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해당 가구가 가지고 있는 주거 문제를 살펴야 한다. 기간제 조사원 1인당 20여 가구를 하루에 조사하도록 하고, 그 가운데 '홍보(?)' 업무까지 수행하도록 하고, 조사 항목에는 구체적인 주거 문제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양질의 주거 복지 전달 체계가 구축'과는 분명 거리감 있는 얘기다.

그 외에 우려되는 몇 가지 상황들

이런 상황 외에도 우려되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크게 염려되는 건 임대인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주거 급여가 상향 조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민간 임대 주택의 임대인들은(특히 고시원이나 쪽방 등 취약 계층이 밀집한 거처) 1만 원씩 임대료를 올려 받기 시작하고 있다. 현행 주거 급여는 수급 가구에 대한 규제만 있고, 임대인에 대한 규제는 전무하다. 임대료 상승에 대한 규제책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 밖에도 통장 지급 내역에 생계 급여와 주거 급여가 함께 찍혀 있어서 당사자가 얼마의 주거 급여를 받는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주거 급여 선정 기준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중위소득 43%는 기존 차상위 기준보다 10%정도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거 급여 선정 기준인 소득에 여전히 부양 의무자 기준과 재산의 소득 환산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한들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된다.

첫술에 배부르랴?

고작 시행 2개월, 맞다. 그리고 첫술에 배 안 부르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이미 1년 전부터 시범 사업을 진행해왔고 기존 기초 보장 제도의 사각지대 포괄을 위한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음을 우리는 안다.

법적 제도가 목적하는 바대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주거 급여를 실시하여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 향상에 이바지하기를" 그리고 수급권자, 수급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집행하고 시행하기를 촉구한다.

성북주거복지지원센터란?

성북주거복지지원센터는 서울시 조례로 설치된 주거 복지 전달 체계로 서울시가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 중인 10개 센터(강북, 관악, 금천, 노원, 서대문, 성동, 성북, 송파, 영등포, 은평구에 위치함) 중 하나이다. 센터는 주거 문제에 관한 각종 어려움이나 욕구가 발생한 시민에게 전화 상담을 기본 활동으로 하고, 대상자가 밀집하는 곳과 도움을 요청하는 거처에 찾아가는 상담을 한다. 또한 주거 박탈이나 주거 불안 상태 등의 위기에 놓인 가구에 긴급 주거비 지원을 비롯해 주거 안정을 위한 사례 관리를 한다. 취약 계층의 가구 상태에 맞는 공공 임대 주택을 소개하거나 신청을 돕고, 공공 부조를 신청하도록 안내한다. 필요한 경우 행정 동행, 병원 동행을 하거나 장애인이나 노인 등 취약한 사람들의 집 찾기, 간단한 집수리, 가계 관리 방식에 대한 안내와 교육, 재개발 문제에 대응하는 등의 각종 주거 지원 서비스를 수행한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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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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