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지적장애인 언니를 보살피며 근근이 살아온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13분께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류모(28·여) 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류 씨 소유의 EF쏘나타승용차는 시가 40여만 원으로,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 씨는 유서에서 '할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라며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고 남겼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류 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적장애 1급인 언니(31)를 거의 한평생 돌봤다.
갓난아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유아기 때 재가하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류 씨는 자신과 언니를 키워준 할머니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자 홀로 일하면서 언니를 챙겼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때 삼촌 부부와 함께 살기도 했지만 언니가 대구에 돌아가고 싶다고 해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특히 생활이 어려워지자 언니를 시설보호소에 보냈지만 언니가 함께 살고 싶다며 돌아오자 같이 생활해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밖에 류 씨는 최근 언니와의 동반자살을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류 씨 언니는 경찰조사에서 "동생이 높은 곳에서 같이 뛰어내리자고 했지만 죽기 싫어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류 씨 언니가 평소 양손을 떨지만 동반자살을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자 류 씨가 차마 같이 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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