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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회장 노리는 정몽준은 '한국의 블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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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회장 노리는 정몽준은 '한국의 블래터'

[최동호의 스포츠당] 그의 출마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8월 17일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상식과 투명성,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개혁을 선명하게 내세웠다. 제프 블래터 전 회장을 부패의 온상으로 단정해 부패 청산과 개혁을 자신의 것으로 차용했다. 또 이미 출마 선언을 한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회장마저 블래터와 한통속의 구태 인사로 치부하며 자신을 확실하게 차별화했다.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주요 통신사는 정 명예회장의 출마 선언을 反블래터 프레임으로 보도했다.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을 향한 첫 공식 행보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세계 축구 대통령'. FIFA 회장의 자리는 막강하다. 블래터의 스승쯤 되는 아벨란제 전 FIFA 회장은 "축구는 권력"이라고 단언했다. 아벨란제도 블래터도 월드컵을 무기로 웬만한 국가의 정상을 아이 다루듯 능수능란하게 요리했다. 어느 FIFA 집행위원은 "우리는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할 때마다 돈으로 샤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FIFA가 저개발 국가의 축구 지원을 명분으로 뿌려대는 돈은 국제 축구계, 나아가 국제 스포츠계 내에 FIFA 마피아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회장님의 뜻대로' 움직이며 충성을 다했다.

정 명예회장이 공언한 8대 공약엔 '회장의 급여,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총회의 토론 기능 강화',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 기구 간 견제와 균형 강화'가 포함돼 있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 그 누구도 FIFA 회장이 얼마를 받고 얼마를 쓰는지 아무도 몰랐고 총회는 회장의 결정을 추인하는 무대인 데다가 회장을 견제하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뜻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나 실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FIFA에선 새 시대의 개혁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FIFA가 얼마나 무법천지, 파워 게임의 장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 정몽준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정 명예회장의 출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언론과 국민 일반의 시각인 '국익론'이다. '국익론'으로 본다면 '정몽준 FIFA 회장'은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에 비견되는 경사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발전', '국익'이라는 코드가 동원된다. 대개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콤플렉스가 종국에는 국익을 추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말자.

하지만 FIFA를 개혁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국익과는 모순되지 않는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있을까? '국익론'의 관점으로 본다면 정 명예회장은 마키아벨리식 파워 게임을 벌여야하고 당선 후엔 블래터식 독재와 부패를 들어내고 정몽준식 독재와 부패를 FIFA에 심어야 한다.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당선을 응원한다면 그것은 국익 때문이 아니라 FIFA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리더십을 위해서일 뿐이다.

두 번째 시선은 '자질론'이다. 나는 선뜻 정 명예회장을 응원하기 힘들다. 이왕이면 한국인 FIFA 회장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정몽준이기 때문에 주저한다. 정 명예회장은 93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다. 이 기간에 대한축구협회는 수많은 논란을 자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 대표 팀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정 회장과 측근 몇몇이 밀실 행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은 축구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구설에 올랐다. 정 회장 시대의 대한축구협회는 민주적이지 않았고 투명하지도 않았다. 그의 후임 조중연 회장 시대엔 수렴청정이란 딱지가 붙었다. 오히려 밀실과 독선에 대한 불만은 커졌을 뿐이다. 정 명예회장의 입에서 나오는 개혁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정 명예회장은 파리 선언을 마치고 귀국한 18일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209개 FIFA 회원국을 모두 방문해 지지를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유치한 현대가 특유의 저돌적인 DNA,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 스포츠계 표심을 고려한다면 정 명예회장의 당선이 어렵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정 명예회장은 FIFA 회장 출마를 처음으로 언급하는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성원을 얻기 위해선 대한축구협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한 한 마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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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YTN 보도국 스포츠부 기자를 시작으로 IB스포츠 신사업개발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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