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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직 박탈은 '위헌'이다"

[기고] "벌금형과 당선 무효형은 병존할 수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허위 사실 유포 죄로 당선 무효형을 1심에서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또다시 서울 교육 행정의 공백이 예상되어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2심의 재판 과정을 끝내고 이제 9월 4일 항소심 판결을 남겨 놓고 있다. 조희연 판결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선거나 헌법 해석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법적 의미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조 교육감 사건에서 입법 취지에 맞게 선거법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적용된 선거법 규정 자체가 심각한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선거 과정의 표현 행위를 문제 삼아 선출직 공직을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논의는 그간 집중적으로 거론되어 왔기에 나는 그 외의 심각한 문제점인 벌금형만으로도 당선 무효형을 강제하는 법률 규정의 위헌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벌금형은 형사 책임 정도가 약하여 재산으로 제재에 갈음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벌금 500만 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액수이기는 하지만,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직을 박탈할 만한 중요한 형사 책임에 해당되는지 의문이다. 이 법률 조항은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대통령에게 당선 무효형을 선고할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에 그 헌법적 타당성은 더욱 의심스럽게 될 것이다.

헌법상 형사 사법권의 발동은 법치주의에 기초한 비례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비례 원칙은 책임에 비례하는 법적 효과가 부과될 것을 요구한다. 특히 형벌의 효과가 단순히 개인의 처벌에 그치지 않고 공적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 형벌의 부과는 그 공적 질서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를 엄격히 형량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선거는 유권자의 민주적 의사에 의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므로, 그 결과를 번복시킬 수 있는 특별 형사절차는 개인 책임만을 부과하는 일반 형사 절차와는 달리 국민 대표 관계에 국가 기관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과도한 흑색선전으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에 영향을 끼쳐 선거 결과를 번복할 만한 위험을 낳았다면, 그러한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공직을 박탈하는 것이 선거가 가진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해소되어야 할 의혹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게 하여 걸러졌어야 할 후보가 당선되거나, 사소하고 경미한 부주의로 유권자가 선택한 당선자가 공직을 박탈당한다면, 선거가 가진 본래의 목적은 오히려 상실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당선 무효와 같이 선거 결과가 번복되는 경우, 책임의 정도에 상응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입법자의 신중한 법익 형량이 필수적이다. 선거법은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 유죄 인정이 되면 사실상 공직을 박탈해야만 하도록 사법 판단의 재량을 없앰으로써, 법의 해석 적용에 있어 독립성을 가지도록 요구하는 사법권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권력 분립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선거법의 위헌성을 사법 과정에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 법제 하에서도 가능한 모든 법익 형량의 방법을 동원하여, 과연 선거 범죄의 책임성이 공직을 박탈할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사법적 형량을 통해 양형을 하는 것이다. 설령 위법 사실이 인정된다손 치더라도 선거 결과를 번복할 만한 중대성을 갖추었는지를 엄격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육감에 대한 당선 무효형은 유권자가 교육감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므로, 직무 수행의 단절로 인한 공동체의 손실과 지방 교육 행정의 공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처럼 위법 사실이 있더라도 그 중대성이 공직을 박탈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면, 공직을 박탈하는 사법 결정을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 된다.

조희연 사건의 제1심은 국민 참여 재판의 과정에서 이와 같은 법익 형량과 관련한 법리를 재판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시하지 않았고, 재판부도 최종 선고시 이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선거 범죄 사건이 결국 선거 소송적 효과를 수반한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불법 행위가 있으니 법정형을 선고한다'는 단순한 형식 논리로 일반 형사 사건 대하듯 처리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그에 따라서 양형을 했을 뿐이고, 양형 결과에 따라 교육감직이 박탈되는 것은 1심 재판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교통 위반으로 벌금을 내는 것과 교육감이 벌금을 내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 액수도 액수이지만, 그 벌금형으로 인한 후과에 있어서 비교를 할 수 없다. 벌금형으로 교육감직을 박탈하는 것은 교육감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1000만 서울 시민이 관련된 거대한 교육 행정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것을 고려하는 것이 바로 '헌법적 관점'에서의 합리적 사법 행위다. 그런 점에서 1심의 결론이 매우 유감스럽다.

벌금형과 당선 무효형은 헌법 체계상 병존하기 힘든 관계이다. 선거 질서의 공정성과 엄정성은 형사 사법 절차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의 자유로운 결정이 최대한 존중될 때 그 의의를 가질 뿐이다. 선거 결과를 도리어 번복하는 과잉 규제의 선거법은, 목적은 온데간데 없는 수단의 남용에 불과하고,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의 정신에 반한다. 2심 재판부가 이런 점에서 헌법과 헌법 정신에 기초하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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