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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항소심…검찰, 또 당선 무효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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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항소심…검찰, 또 당선 무효형 요구

9월 4일, 항소심 선고…조희연 "공직 적격 검증 위한 정당한 행동"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검찰은 1심과 똑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벌금 700만 원. 교육감 당선을 무효로 하는 형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선거에서 상대 후보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자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고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점이 공식 확인됐다. 조 교육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한 셈이 됐고, 1심 법원은 벌금 500만 원 형을 선고했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은 경쟁 후보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조 교육감이 선고받은 형은, 법이 규정한 최저 형량인 셈이다. 법원 역시 조 교육감의 잘못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감 당선은 무효가 된다. 선거법상 당선무효 기준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이다. 따라서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선거보전금 30억 원도 반납해야 한다.

항소심 1, 2차 공판은 지난달 10일과 24일에 각각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달 7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항소심에서 남은 절차는 선고뿐이다. 9월 4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이뤄진다.

조희연 측 "모든 게 확인된 뒤에만 말해야 한다면, 후보 검증은 불가능"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고승덕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자라는) 의혹 제기 근거는 오직 <뉴스타파> 기자가 트위터에 의문문 형태로 올린 16글자뿐이었다"며 "기자도 근거가 부족해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조희연 교육감)은 <뉴스타파> 기자에게 확인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자신도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공직적격 검증을 명목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적격검증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없는 흑색선전을 차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의혹이 이미 제기됐고 많은 사람이 믿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확인된 다음에만 비로소 말해야 한다면 유권자에게 필요한 공직후보자 검증은 봉쇄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최후 진술에서 "(지난해 선거 당시 의혹 제기가) 공직후보자 적격 검증을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자책도 있지만 양심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며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헌법정신에 따라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적 정의의 관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동의하기 어려운 많은 상황과 조건이 있지만 결국 제 부덕의 소치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돼 많은 유권자, 학부모님들께 송구스럽다. 하루속히 서울교육감의 자리로 돌아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프레시안(최형락)

- 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무더운 여름날, 많은 재판을 담당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모쪼록 저의 재판을 잘 이끌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를 위해 헌신을 다한 변호인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비록 저의 반대편에서 유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재판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신 검사님들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씀 드립니다.

사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이 최후진술 시간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무척이나 고심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저의 말 한마디가 저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과 부담이 매우 큰 것이 사실입니다. 실은 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과 진심을 담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진술서를 작성해보기도 했습니다만, 아쉬움을 접고 결국 이렇게 짧게 소회를 밝힙니다.

저는 이번 항소심을 겪으면서 제가 참 많은 분들께 본의 아니게 빚을 지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간 조희연을 믿고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단지 저와의 친분이나 신뢰 때문만이 아니라, 교육적 대의와 정치적 명분, 그리고 사법적 정의 차원에서 분연한 마음으로 저에 대한 지지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국내의 많은 법학자 분들을 포함하여 학계와 단체에서 마치 자신의 일인양 진심어린 내용을 담아 의견서와 탄원서를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멀리 해외에 계신 한국계 학자, 그리고 심지어 외국 학자들까지 수백 명이 저에 대한 구명에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그 고마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 법대에 계신 한인섭 교수님께서는 평생 처음으로 탄원서를 써보았다고까지 말씀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교수, 전문가 등 고명하신 선생님들의 마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을 물론이거니와, 더욱 저로서는 감사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격려입니다. 공대위에서 1만인의 서명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들 한 분 한 분 마음 어찌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특히 손으로 꼭꼭 눌러 쓰신 탄원서를 보내준 수많은 학부모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가슴이 뭉클하고 목이 메었습니다. 이 분들의 마음을 제가 어떻게 다 갚아드릴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동의하기 어려운 많은 상황과 조건이 있지만, 결국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이런 혼란스런 상황까지 왔다고 깊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이때, 서울교육가족 에게 오히려 불안감을 안겨드린 것은 아닌지, 그저 죄송하고 송구스런 맘뿐입니다. 안전을 교육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제가 정작 서울교육의 안정성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부족한 저에 대해서 이 수많은 분들이 지지와 격려의 뜻을 보내주시는 것은 단지 저 개인의 안위를 걱정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교육자치의 발전이 저해될까 염려하시는 분, 선거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까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무엇보다 우리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저는 그 마음을 더욱 또렷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결코 개인 조희연으로 살 수가 없습니다. 그 모든 분들의 숭고한 뜻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적 도구로서 살아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으로서 '모두가 행복한 서울교육' 실현에 헌신하는 것만이 모든 분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삶은 시련의 연속이고, 큰 일을 할수록 큰 시련이 많은 법인가 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서울교육에 있어서 또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슬기롭게 해결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저를 더욱 단련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혹독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기치 않은 큰 시련 속에서 큰 깨달음과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는 물론 무죄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보다 세심하게 판단하고 실정법을 꼼꼼하게 신경 썼다면 이렇게 불필요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반성을 합니다. 스스로는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현실을 잘 고려하여, 매사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교육감이라는 막중한 공직에 있는 지금은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앞으로 교육감으로서 더욱 신중하고, 사려는 깊어야 하며, 더 많은 의견을 경청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번 재판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교육감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미 변론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만, 저가 선거 과정에서 했던 의혹해명요구는 공직 선거에서 후보자의 적격 검증을 위한 정당한 선거 활동이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조금 과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선관위로부터 경고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보다 더 신중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반성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저의 활동이 범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할 정도로 그렇게 대범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제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과 상식 선에서 가능한 것을 했을 뿐입니다. 고의로 했느냐 하는 동기적 측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결과적 측면 모두에 있어서도 위법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재판장님께서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일로 법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운명을 가르는 법의 정당성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사회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법의 적용 잣대는 과연 어때야 할까. 법이 갖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법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법이 좀 더 우리 사회를 자유롭고 공명정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재판이 이러한 사회로 가기 위한 역사적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가져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부디, 저의 진심을 잘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서울교육가족과 서울시민 모든 분들께도 거듭 죄송하고 또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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