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LG그룹 최초의 외국인 상무 에리크 쉬르데주가 쓴 <한국인은 미쳤다!>(권지현 옮김, 북하우스 펴냄)가 긴 시간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그가 LG그룹 프랑스 법인에서 일하며 겪은 일을 외국인의 눈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기업의 군사적 문화, 재벌 경영 체제의 부조리함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관련 기사: LG 직원 연수, 마지막은 아내 바느질 교육?)
이 책은 그가 LG그룹 프랑스 법인에서 일하며 겪은 일을 외국인의 눈으로 기록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기업의 군사적 문화, 재벌 경영 체제의 부조리함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관련 기사: LG 직원 연수, 마지막은 아내 바느질 교육?)
<프레시안>은 이 책의 저자 에리크 쉬르데주와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그는 현재 유럽에서 사모투자회사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책이 나간 후 전 직장 동료들의 반응을 전하며 한국 재벌 체제의 아쉬운 점을 추가로 전했다. 특정 가문이 그룹을 지배하는 경우는 유럽에서도 있지만, 한국의 재벌 체제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LG에서 직원들에게 이 책 어떤지 물었다더라"
프레시안 : 이 책은 한국 내에서도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당신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에리크 : 내 책이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니 기쁘다.
현재 나는 파리에 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여러 차례 돌아다닌다. 투자자산운용사에서 근무 중이며, 회계법인에서도 일한다. 수익성 있는 개발 프로젝트에서 구조 조정 계획이나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이 책이 나온 후 옛 LG 동료들에게서 연락을 받은 적 있나?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이 질문을 한 이유는 많은 한국인이 대기업에서 근무한 후 자신의 옛 직장의 나쁜 점을 말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에리크 : 중요한 점을 짚었다.
내가 LG 프랑스 법인에서 일어난 일을 밝힌 데 대해 프랑스에서 함께 일한 '전 한국인 동료' 절반 이상이 말이나 글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상사가 그들에게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책으로 쓰기 적합한 내용이 아니고 책에 적힌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그렇게 거짓말을 한 데 대해 내게 사과했다. 어떤 종류의 문제도 겪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프레시안 : 이 책은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됐다. 프랑스 내 반응은 어떤가?
에리크 : 프랑스에서 이 책은 뚜렷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는 프랑스의 기업도 실행해야 할 일을 밀어붙이고 업무 시간을 일일이 관리하는 한국의 경영 모델에서 영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명확히 설명한다. 하지만 인간 경영의 관점에서 한국의 기업은 프랑스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프레시안 : 네덜란드, 일본 등 여러 초국적기업에서 근무했다. 당신이 근무해본 각 기업의 특징과 장단점을 말해줄 수 있나?
에리크 : 여러 국적의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뭐가 더 나은지) 비교는 불가능하다!
독일 회사는 매우 교육적이고 존경할 만하지만, 세부적인 결정 사항을 사원들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 회사는 결과를 얻기 위해 끝없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따르는 건 중요하지만, 초반 관리가 잘 된 이후에는 세세한 부분을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 회사는 사원들에게 개별 목표의 결과와 그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은 절차를 잘 지키고 기업 윤리를 잘 지킴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회사(LG)는 일이 잘 안 되거나 해로운 평가가 나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매우 의존한다. (문맥상 상사의 질책이 두려워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풍토로 추정된다.편집자.) 프랑스 회사는 예외 사항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인사 관리에서 사실이나 결과에 기반을 둔 경영을 잘 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LG에서 근무할 때,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점은 어떤 것인가?
에리크 : 그룹 수뇌부의 간섭 때문에 우리 지부의 관리자와 내가 (그 지시가) LG그룹의 재무적 이익, 비즈니스 측면의 이익, 혹은 인사 측면에서 해가 됨을 알면서도 행해야만 할 때였다.
프레시안 : <한국인은 미쳤다!> 책을 보면 당신이 임원 연수를 받을 당시 일화가 나온다. 연수 마지막 부분에 임원 후보들의 아내까지 교육에 참여했다는 부분은 놀라웠다. 젊은 한국인들에게는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문화다. 당신이 이 경험을 통해 가진 생각이 있다면 말해 달라.
에리크 : LG 임원의 아내는 남편이 업무 목표의 성공을 위해 150% 집중할 수 있게끔 모든 집안 대소사와 아이의 교육까지 책임지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바느질 교육을 넘어 완벽한 임원의 아내가 되는 교육 안내를 받는 (사실은 강요되는) 이유다.
내 아내가 이 이상한 교육에 빠질 수 있었던 건 내게 좋은 뉴스였다!!
"한국 재벌 오너는 간섭쟁이"
에리크 : 젊은 한국인들은 유럽의 경영 모델과 그 가치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업무 평가와 관련된 일과 위계적 명령이 우선이고, 이 때문에 (관심 사항은) 제재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회사 내 승진을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한국 재벌 문화의 특징은 소수 지분을 가진 사주 가문이 전 그룹을 대물림하며 지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은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와 같은 경영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 프랑스에도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가?
에리크 : 이런 일은 몇몇 프랑스 기업에서도 일어난다. 예를 들어 뮬리에즈 그룹(제라르 뮬리에즈가 1961년에 세운 프랑스 최대의 식품 그룹 오상과 스포츠 유통업체 데카슬론 등을 거느림)과 로레알(1909년 설립한 세계 최대의 화장품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그룹에서 총수 일가는 핵심 경영자를 임명한다. 하지만 한국 재벌 오너처럼 매일같이 경영 사항에 나서거나 그룹을 직접 관리하려 드는 간섭쟁이(interventionist)는 아니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 재벌은 그들이 소수 지분으로 그룹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킨다. 프랑스 재벌도 이와 같은 문제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나?
에리크 : 프랑스에서는 보통 은행이 대그룹의 경영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프레시안 : 적잖은 한국의 재벌이 최근 경기 침체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반 부진의 이유가 한국식 재벌 경영 모델에도 있다고 생각하나?
에리크 : 내 생각에 한국의 재벌은 내부 조직을 구조화함으로써 그들의 환상적인 성장세를 (그룹 차원으로) 통합하는 데 실패했다. 이런 조직화가 이행되어야 획기적인 혁신의 시기나 시장의 침체 국면에서 그룹이 적자를 볼 때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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