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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 아이와 함께 '치유'와 '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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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 아이와 함께 '치유'와 '놀이'를!

[박진현의 제주살이] 제주의 '숲살림'

<제주기행>을 쓴 주강현 씨는 "제주도는 그야말로 숲과 나무의 보고이다. 어찌 보면 제주도의 놀랍도록 다양한 식생이야말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주요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에 분포하는 식물종은 4500여 종입니다. 그 중 2000여 종이 제주도에 있습니다. 한라산과 곶자왈 같은 숲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곶자왈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숲입니다. 화산활동이 만든 용암무더기 위에 나무들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더욱이 놀랍도록 다양한 식생으로 사람을 매혹합니다. 제주의 숲을 갈 때 숲해설을 신청해서 들어도 좋습니다. 딱딱한 자연공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숲해설사는 숲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숲해설사가 상주하고 있는 곶자왈도 많습니다. 제주로 오시면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기를 권합니다. 제주에 많이 왔더라도, 미처 알지 못하는 비밀의 숲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제가 일하는 한살림 제주에서도 '숲살림'이라는 프로그램을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림(양은영)과 늘보(최재형)가 강사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전하는 숲의 이야기는 다른 해설사들과 조금 다릅니다. 숲 놀이와 숲 치유를 강조합니다.

자림은 '숲치유센터 - 내 삶의 봄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늘보는 '안트레숲학교협동조합' 대표입니다. 자림은 각박한 경쟁 속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숲에서 위로와 자기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늘보는 안트레숲학교협동조합에서 아이들이 제주의 자연과 숲을 보다 가깝게 느끼고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한 늘보 최재형 ⓒ박진현

늘보: 나는 아이들이랑 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것 같아요. 어른 대상 프로그램도 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이들이랑 하면 코드가 맞습니다. 재미있어요. 어떻게 보면 유치하지만, 내가 유치하기도 하니까요. 어른들은 숲에서 즉흥적이고, 대비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면 대개는 당황스러워 합니다. 나는 오히려 정형적인 것을 하지 못해요.

한살림 제주가 하는 '숲살림' 프로그램은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나이에 따라 참가자가 나눠진다면, '숲살림'은 엄마,아빠와 아이가 함께 참여합니다. 자림은 "늘보가 파트너가 아니었다면 숲살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늘보: 숲해설사 공부를 하고 아는 게 생기니까 설명해주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저렇고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 보니까 그 설명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더라고요. 아이들은 아는 순간에 재미가 없어져요. 자기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경우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미리 다 설명을 해버리면 아이들은 스스로 탐구하려는 의지가 사라져요.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험을 즐깁니다. 어른이 만들어놓은 규칙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타기도 합니다. 많은 엄마들이 그런 것을 참지 못하고 아이를 제지합니다. 과도한 어른의 개입, 안전만 고려한 지루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흥미를 잃습니다. 한 방송국에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와 엄마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엄마는 다른 엄마와 달랐습니다. 아이가 노는 것 하나 하나 다 간섭했습니다. 장난감도 아이가 선택하도록 놔두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다 골랐습니다. 아이는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할 줄 모르게 되고, 수동적인 스마트폰의 세계로 빠졌습니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는 "놀이터에는 어른이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숲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탐구를 합니다. 숲 속에서 어른의 과도한 개입은 지루한 놀이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자림 양은영ⓒ박진현

자림: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나도 늘보처럼 했어요. 그러면 엄마들이 불안해하고 주변에서 못 견뎌요. 내가 조급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되요. 특히 숲에서는 더 그래요. 아이마다 다 틀리기도 하고요.

뭘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림: 자꾸만 설명을 하려고 듭니다. 위험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고요. 어른들이 두려워하는 것인데, 아이들이 두려워 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버리는 거죠.

늘보: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늘 불안해합니다. 아이들이 보호하고 지켜야할 대상은 맞지만, 아이들도 좀 크면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거든요.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븐능이 있어요. 자연에서는 오히려 그런 능력들을 잘 발휘하죠. 사실 밖보다 안이 더 위험해요. 사고통계를 보면 대형사고는 주로 구조물이거나 실내에서 나요. 자연에서 나는 사고는 특수한 것이거나 빈도가 낮죠.

부모 세대들은 어렸을 때 자연 속의 경험들이 있습니다. 우리사회 아웃도어 붐은 부모 세대들이 어렸을 때 느낀 자연에 대한 향수가 소비욕구와 만난 것이 아닐까요. 제주 이주 러시 또한 각박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불러온 현상입니다.

자림: 아빠들과 숲에서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른인지 아이인지 모를 정도로 확 뒤집어져요. 이미 우리 안에 자연과 맞닿은 경험들이 저장되어 있다가 숲에 와서 다시 발현되는 거죠. 우리가 하는 것은 그 경험과 기억을 꺼내어 보게 하는 것이에요. 숲에서도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아이와 어떻게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효과는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자연 속의 아이를 다시 깨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심리치료를 할 때 성인들은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유아시절의 경험과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림과 늘보는 2007년 숲연구소에서 숲해설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자림은 2009년 가톨릭대학교에서 산림치유지도자 과정도 밟았습니다.

자림: 숲치유는 독일과 일본에서 하던 것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어요. 일본에서는 숲에서 활동을 하면서 혈압, 맥박, 스트레스 지수를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해요. 숲 프로그램을 하면 의료 관련자가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를 맡죠. 대사질환에 문제가 있으면 어느 숲에 들어가면 좋은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판단을 합니다. 나는 육체적인 치유보다는 정신요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자림이나 늘보나 숲에서 오감을 연결하고 여는 과정을 중요시 합니다.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면 자연 속에서 온전한 나를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 숲살림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가족이 모였다ⓒ박진현

박중환이 쓴 <식물의 인문학> 책에 일본의 한 예방의학연구소가 발표한 숲 치료 효과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아토피를 3년 이상 앓던 어린이 21명을 한 달 간 산골마을에서 살게 했더니 18명의 거의 다 나았으며, 나머지 3명도 현저한 차도를 보였습니다. 우울증과 천식환자는 65%가 3개월 사이에 괄목한 만한 치유효과를 보였고, 고혈압과 당뇨 환자는 80% 이상이 정상치에 근접했으며, 암 말기 환자의 75%에서 항암 면역력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 서귀포 가시리에는 치유의 집 '수신재'가 있습니다. 수신재를 운영하는 윤갑노씨는 항암치료 대신 야생약초로 암을 극복했습니다. 윤갑노 씨는 "야생약초를 필요한 만큼만 채취해야지 그 일대를 초토화시키듯이 채취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야생약초가 사람에게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야생약초에서 나오는 약리성분은 식물의 이차대산물 때문에 발생합니다. 식물이 생장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광합성으로 얻은 탄수화물로 대사는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필수 부산물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피톤치드도 식물의 이차대산물입니다. 이 피톤치드는 사람에게는 이롭지만 진디물이나 나무를 괴롭히는 해충에게는 독성성분입니다. 식물의 이차대산물이 반드시 사람에게 이롭지 만은 않습니다. 식물은 나를 해치는 대상인지, 이로운 대상인지 구분해서 약리를 내뿜기도, 독성을 내뿜기도 합니다. 윤갑노 씨의 말대로 야생약초더라도 생존에 위험을 느끼게 되면 약리성분이 아니라 독을 내품게 됩니다.

▲나무가지도 좋은 놀이기구가 된다.ⓒ박진현

▲숲에서 호흡과 명상을 하고 있다 ⓒ박진현

제주의 숲과 자연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 숲을 어떻게 바라보고,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그 치유효과는 다릅니다. 저는 제주에 오기 직전에 성미산공동체라고 불리는 마을에 살았습니다. 서울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마을공동체를 이룬 곳은 반드시 조그마한 산이라도 하나 있습니다. 자연 없이는 마을공동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성미산 사람들이 그 조그만 산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도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숲에서는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갑니다. 혼자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숲은 사람에게 더불어 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대인은 각박하다 못해 처절한 경쟁으로 몸과 영혼이 황폐해져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더불어 삶을 말하는 숲이야말로 치유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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