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은 서울시 교육감 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게 요점이었다. 항소심 재판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측 변호인이 한 긴 변론은, 결국 이 문장을 위한 거였다.
조희연 측 "선고유예 내려달라"…"교육감 직 박탈은 비례의 원칙 어긋나"
1심 법원은 조 교육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죄목에 따른 가장 낮은 형벌이다. 문제는, 이 정도 형만 선고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교육감 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그래서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흔히 있는 후보 검증 작업인데, 그 때문에 시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을 내치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항소심, 또는 대법원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하면, 조 교육감은 교육청을 떠나야 한다.
항소심 재판에선 변호인단이 바뀌었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은 "선고유예를 내려달라"고 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선고를 미루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법관이 재량껏 쓸 수 있는 제도다. 일종의 선처다. 그렇게 되면, 조 교육감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변호인단이 주장한 근거는 '비례의 원칙'이다. 처벌은 죄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 "선거 과정에서 조 교육감 측이 한 의혹 제기는 정당했다. 따라서 무죄다. 설령 죄가 있다 해도, 교육감 선거를 다시 치르고 선거 비용 30억 원을 개인이 물어내게끔 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 이 같은 주장이다.
조희연 "1심 배심원 비난한 것처럼 보도, 답답하고 억울하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10일 오후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 나선 조 교육감은 1심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논거로 삼은 판례는 보다 폭넓은 해석이 가능했다는 것. 그런데 이런 판례에 대한 해석과 적용 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따지지 못했다는 것 등이다. 이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 뒤에도 조 교육감이 했던 이야기다. 이런 메시지가 국민참여재판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 데 대해 조 교육감은 아쉬워했다. "마치 1심 배심원을 비난한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답답함과 억울함"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검찰 역시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 "조희연 교육감 측 주장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 대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라는 게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1심보다 더 딱딱한 공방이 있었다. 민병훈 변호사가 변론을 이끌었다. 1심 변론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주도했었다. 그들을 대신해, 2심 변론을 이끄는 민 변호사는 성향이 다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1심 재판을 맡았었다. 당시 삼성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려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았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최태원 SK회장 등 재벌 총수 관련 사건을 종종 수임했다.
그는 판사 시절 선거법 관련 사건도 많이 담당했다. 선거법 전문가이되 대형 로펌 소속은 아니라는 점이, 조 교육감 측의 변호인 선임 배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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