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40대 보험설계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심학봉 국회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단 한 차례 피의자 조사 후 속전속결로 내린 결론이라 '봐주기 부실 수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무혐의 잠정 결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된 심 의원을 '혐의 없음' 의견으로 이르면 5일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4일 밝혔다.
심 의원은 3일 오전 2시간여 동안 진행됐던 극비리 조사에서 보험설계사 ㄱ씨와의 강압적인 성관계는 없었다고 진술하며 성폭력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심 의원은 또 ㄱ씨가 심 의원을 고소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지인들의 중재로 대구시내 한 식당에서 ㄱ씨를 만났지만,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나 협박을 한 적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ㄱ씨는 지난달 24일 경찰에 처음 신고를 하던 때에는 "심 의원이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심 의원을 만나고 하루 뒤인 27일에는 경찰을 다시 찾아 "성관계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도망가지는 않았다"고 번복했다.
경찰은 심 의원과 ㄱ씨가 만난 26일, 일행이 1시간 30여 분에 걸쳐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인근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30여분 술을 더 마신 점을 '화해'의 근거로도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래방까지 간 것으로 볼 때 서로 간에 충분히 화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사건 무마를 위한 금품 제공 등의 정황도 경찰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심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의 이 같은 신속한 무혐의 처분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눈치 보기 각본 수사"라며 "즉각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경찰이 피해 여성은 3차례나 조사했고 심 의원은 한 차례만 조사했다는 점, 피해 여성이 돌연 진술을 바꾸었음에도 회유나 협박 정황이 없다는 경찰 조사를 거론하며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을 두고도 "탈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면서 "국회의원이 평일 오전에 소속 상임위원회의 회의는 불참하고 호텔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각을 벌인 것은 의원직을 물러나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피해 여성의 직업상 경제적 약자라고 볼 때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이른바 갑질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심 의원이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회가 의원직을 박탈해야 마땅하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 등 34명 의원은 이날 국회 윤리위에 심 의원을 제소하고 제명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의 탈당 처리 자체가 '면죄부'란 비판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3일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해 "탈당계를 수리하지 않고 붙잡아놨다가 징계해야 한다"면서 탈당은 "당에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 목사는 "이런 경우 대개 얼른 탈당한다. 탈당하면 비(非) 당원이니 당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제가 윤리위원장일 때는 탈당계를 받지 않고 징계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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