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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주진우가 '청년 비례'로 금배지를 단다면…

[우석훈 칼럼] 새누리당과 똑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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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을 처음 하게 된 것은 2005~2006년의 어느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히 청년 전문가이거나 세대 전문가라서가 아니다. 경제학자로서 여러 자료들을 놓고 분석해볼 때, 당시 전개되는 한국 경제의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20대의 문제가 생겨나고 그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파멸적인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 조사들을 추가해 <88만 원 세대>(박권일 공저, 레디앙 펴냄)를 발간한 것은 2007년이다. 가장 큰 문제이며 동시에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한국 경제에서 청년 문제에 대한 내 진단이었다. 내 나이 30대 후반,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경제학자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 라인에 합류하게 된 것은, 이래저래 1년 정도 된다. 박영선 비대위원장 시절의 일이다. 그 짧은 시간에도 격랑이 생겨 결국 임명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받았다. 그 이후 내가 한 일은, 욕 진짜 많이 먹는 이 야당 한 구석에서 정책이 움직일 수 있게 기본적인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었다. 1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1년 동안, 청년의 의미나 청년 정책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금융 정책, 산업 정책, 대기업 정책, 이 당에 비어 있는 정책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였고, 그걸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지난 1년을 썼다.

내가 청년에 관해 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일은 처음인 것 같다. 이 당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글 쓰고, 책 쓰는 것을 업으로 하고 살아왔던 나에게도 무서운 일이다. 논쟁이 벌어지면, 논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왕따'를 만들고, '옆구리 쑤시고', 그리하여 결국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일상적인 동네다.

그리고 무슨 논쟁을 하든, 언론의 프리즘을 통과하고 나면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계파 논쟁으로 결론이 나게 된다. 과연 그렇게 계파라고 할만한 게 존재하고, 진짜 이 모든 논의들이 계파적으로 결정되는가? 진실은 상관 없다. 많은 것은 친소 관계와 공천과의 연관성으로 분석된다. 그것이 옳거나 아니거나, 그 프레임 안에 우리는 이미 들어가 있다. 거기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무는 것이 상책이다.

지난 1년간, 나 역시 입 다무는 비겁한 선택을 했다. 한 가지의 합리적인 얘기를 위해 아홉 가지의 비겁한 변명을 해야 하는 그 구조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름을 걸고 있는 많은 당직자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우리는 대체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최소한 '청년'이 몇 살까지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편의점에서 만나는 그 삶을 위해서, 더더욱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바로, 청년은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다. 그 청년이 주로 대학생이냐 아니냐, 그런 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 던졌던 비판이라고 이해한다. 나는 대학생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어쨌든 20대 중후반, 그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그게 내가 생각했던 애초의 청년 문제였다.

법적인 청년의 기준을 잠시 살펴보자. 고용 통계상 청년은 15세에서 29세다. 우리가 흔히 정부 통계를 기준으로 청년 실업을 얘기할 때 그 수치는 29세까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년 고용 통계는 15세에서 24세까지다. 정말 엄밀하게 국제적 기준을 맞춘다고 하면, 25세부터는 이미 청년이 아니다. 물론 한국과 같은 대학 진학률이 극단적으로 높은 사회는 이 기준에 잘 안 맞는다. 20대 후반은 국제적으로는 이미 중장년으로 분류되는 나이지만 많은 남학생들은 군대에 가고 대학을 다니고 있을 나이다. 여기에 취준생과 공시족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OECD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이미 멀어져도 너무 멀어졌다.

그리고 한국에서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준인 청년고용촉진법에서의 청년은 15세에서 29세다. 새로운 법이 등장하기 전까지, 청년들의 경제 활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법은 이 법이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청년들의 고용 정책이라고 광고하면서 이 연령을 34세로 올리자고 하는 게 큰 변화이다.

반면, 정책만 논의하지 실제로 무슨 지원을 주는 결정을 하지 않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정책 대상은 19세에서 39세까지다. 그냥 떠들 때에는 39세, 뭔가 지원을 해줄 때에는 34세, 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청년의 기준이다.

최근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제라는, 변형된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청년 경제와 관한 법령이 없기 때문에 성남시에서는 청소년 기본법을 기준으로 논의하는 중이다. 여기에서의 청소년은 9세에서 24세까지다. 성남시에서 아무리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의 상한선은 24세다.

법적으로는 이렇고, 정당 내에서의 청년의 기준을 한 번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45세까지다. 세세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들은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미래 세대라는 별도의 기준을 정해서, 실제로 청년 논의는 35세 정도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35세다.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진보정치 2세대를 내걸고 돌풍을 일으켰던 조성주가 37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 기준은? 새누리당과 같은 45세다. 정말?

원래는 42세였는데, 지난 번 문재인 후보가 당대표가 되었던 바로 그 2.8 전당 대회에서 45세로 올렸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청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준이 다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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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청년 기준이 과연 몇 살이어야 하는가? 20대 취업 준비생과 알바는 연일 힘들다고 고통을 토로하는데, 청년위원회의 나이 기준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게 너무 한가해 보여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 나이 기준이, 바로 취준생의 취업과 알바의 삶의 질과 바로 관련된 질문이라서, 공개적으로 몇 살이어야 하는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아는 제도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청년의 나이는 29세, 35세, 39세라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20대 정치, 이렇게 청년 정치를 얘기하면 29세가 맞다. 원래는 그렇다. 그러나 청년들이 워낙 힘들다 보니, 사회에 진출하거나 독립하는 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 변화된 상황을 고려하면 30대 중반까지 올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청년고용촉진법을 고쳐서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39세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국제적으로, 청년 기준으로 39세로 쓰는 경우의 대표적인 경우가 농업 분야다. 유럽연합(EU)이나 일본에서, 청년농업직불제, 즉 청년이 농업에 종사하려고 하면 월급을 주는 제도를 운용한다. 원래는 35세였는데, 실제 제도를 운용하다보니까 그렇게 젊은 사람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실효성이 없어서 39세로 좀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의 대표적 영역으로 불리는 농업에서 기준을 그렇게 정했다. 이걸 45세까지 올리자는 논의가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의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야당의 청년 기준만을 놓고 잠시 살펴보자.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39세였다. 청년을 위한 특별한 제도는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무도 기억 못한다. 대통합민주신당 때 이 기준이 55세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대선 이후 45세로 낮추었다. 그리고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시민 사회와 통합을 하면서 42세로 낮추었다. 당시 더 낮추려고 했었는데, 지방에는 청년 당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낮추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번 전당대회를 하면서, 45세로 올렸다.

45세 청년, 누가 봐도 이상하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당장 내가 청년이던 시절, 청년의 문제에 주목해 <88만 원 세대>를 썼다는 얘기다. 당시 내가 30대였지만, 당사자로서 '내 문제'라고 이 현상을 보지 않았다. 후배들과 다음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했지, 그 시절의 내가 '나와 내 또래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45세 청년은, 그걸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얘기이다.

지난 일이지만, 지난 총선에서 청년 비례 대표 선출하는데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이 온 적이 있다. 당시에 나도, 나에게 부탁한 사람들도, 당연히 내가 심사를 하는 게 맞지, 그 비례 대표 선수로 뛰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의 45세 기준이라면, 내가 청년이라고 비례 대표 후보로 나가고, 내가 청년을 대변하겠다고 해도 된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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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데, 나도 아주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 년 동안, 청년들의 '당사자 운동'을 주장하면서 정치 세력화 방안도 같이 주장을 했다. 수가 적더라도 20대~30대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제도적 개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점차적으로 청년들의 정치적 발언권도 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실제로 청년 국회의원들이 야당에 생겨났다. 청년 스타는 이준석, 손수조 등 새누리당에서 생겨났지만, 진짜 국회의원은 야당에 생겨났다.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가 얼마나 제도를 더 강화시킬 것인가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2명 정도의 청년 비례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도 생겨날 것이다.

이 비례 대표 2명이 20대 한 명, 30대 한 명이 될 것인가, 아니면 30대 한 명, 40대 한 명이 될 것인가? 이 문제 때문에 죽어라고 제1야당이 청년의 기준을 45세로 고집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분석한다. 그 이유가 아니면 20~30대의 지지를 받으며 박근혜 정권의 대항축을 형성하는 이 야당의 청년 기준이 45세로 다시 높아진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40대 비례 대표 한 명을 위해 수많은 20대 청년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상식과 같이 30대 중반 그 어디에 청년의 기준을 둘 것인가.

진짜로 알바와 청년들의 문제가 경제적 문제라면, 나는 더 많은 비례 대표를 청년들에게 할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 알바들을 대변하고, 취준생을 대변하고, 쪽방이나 반지하에 사는 바로 그 청년들이 국회 본청에서 "당신들이 청년들의 삶을 아느냐?"라고, 눈물 뚝뚝 떨어지는 대정부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40대가 야당의 청년 비례 국회의원이라고 청년을 대변한다는 상황, 너무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아무리 정당의 일이고, 국회의원 앞에서는 모든 논리가 굴절해간다 하더라도, 나는 45세가 청년이라는 그 논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 총선을 바라보며, 청년들에게 왜 이 당에 투표해야 하는지 이유를 만들고, 정책을 만들고,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20대 초반, 20대 후반, 그들의 삶을 더 면밀히 보고 그들에게 맞춘 정책이 더 필요하다. 독일에 10대 국회의원이 등장한지 이미 한참 지났다. 그런 이유로 독일이 망하거나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재 새정치연합 기준으로 보면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여전히 청년이다. 그가 국회로 가기 제일 빠른 길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바로 입당해서 상향식 청년 비례 선거에 나가는 길이다. 주진우 기자가 시민 사회의 많은 것을 대표하기는 하지만, 청년을 대표한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박근혜 정부가 청년고용촉진법에서 청년을 34세까지로 규정했다. 야당이라면, 최소한 이 기준보다 내리면 내려야지, 더 올린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소하지만,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사소하지 않을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 과연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을 몇 살까지로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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