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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태 하천 트레킹,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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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생태 하천 트레킹, 어떤가요?

[박진현의 제주살이] 생태관광 마을만들기 사업

사회적 기업 '제주생태관광'이 서귀포 하례리에서 생태관광 마을만들기에 나섰다. 제주의 대표적인 곶자왈 동백동산이 있는 선흘1리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생태관광'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하천인 효돈천이다.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쇠소깍이 있다. 쇠소깍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하례리 생태관광마을만들기 테마는 쇠소깎이 아니다. 효돈천 그 자체다. 효돈천은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온 물이 흘러흘러 두 줄기로 나눠진다. 하례리 마을은 나눠진 효돈천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물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모여서 살았다. 마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효돈천은 생명수였다. 그래서 구석기 시대 유적도 발견됐다. 효돈천 주위 괴(동굴)에서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유적이 나왔다.


▲ 화산으로 만들어진 암석이 물과 바람을 만나 지금의 효돈천을 만들었다. ⓒ제주생태관광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는 "효돈천의 물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오는 물이다"라고 설명했다. 효돈천을 찾은 며칠 전에 태풍이 제주도를 몰아쳤다. 한라산에 1400밀리미터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찼다. 태풍이 며칠 전에 제주도를 지나쳤지만 효돈천에는 아직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효돈천은 제주 대부분의 하천이 그렇듯이 평소 때는 물이 없는 건천이다. 화산이 만든 토양은 물을 가둬두지 못하고 지하로 내려 보낸다. 비가 내려야지 하천에 물도 흐른다. 제주 사람들은 하천의 물이 흐르는 것을 "내가 터졌다"라고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건천인 효돈천에서도 물고랑소, 고살리 같은 곳은 사계절 물이 흘러 주민들이 생활수로, 식수원으로 이용했다. 수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효돈천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고 식수였다.


효돈천은 건천이기 때문에 육지의 계곡 같은 피서지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마을주민들과 제주생태관광이 효돈천에서 주목한 것은 무엇일까. 하천 트레킹이다. 하례리 생태관광협의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주민 현경진씨는 "하례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하천전문 트레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유네스코가 2002년에 제주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그 중 효돈천은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이다"라고 강조했다. 효돈천은 하천 자체가 천연기념물보호지역이기도 하다. 효돈천 아래 쪽에서 한라산이 있는 위쪽으로 트레킹을 하다보면 아열대 지대에서 아고산(주로 해발 1500미터에서 2500미터에 이르는 산악지대를 일컫는다.) 지대까지 만날 수 있다. 윤순희 대표는 "하나의 생물권 지역에서 다채로운 기후대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효돈천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생물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제주의 계곡은 육지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화산활동이 만든 계곡이기 때문이다. 계곡 전체가 하나의 돌이었다가 물과 바람에 의해 깨져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사뭇 신비로움 모습이다. 계곡에 있는 돌의 결에서 제주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 동안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 날 것 그대로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다. 윤 대표는 "효돈천은 건천일 때 오히려 훨씬 아름답다"며 "하천이 갖고 있는 원시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계곡을 걷기 때문에 편하지 않다. 오히려 발이 불편한, 때로는 네발로 걸어야 하는 여행"이라며 "효돈천 하천 트레킹은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날 것 그대로의 제주 자연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례리는 전국에서 최초로 하천트레킹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제주생태관광

'제주생태관광'이 만들고자 하는 여행은 자연과 역사를 느끼고, 마을을 살리는 여행이다. 여행을 만드는 과정도 다르다. 주민들이 참여해서 프로그램부터 먼저 만들어 나간다. 행정이 나서서 건물부터, 하드웨어 토건 사업부터 먼저 하는 여느 농촌마을만들기 사업과 다르다. 제주에서도 00체험사업의 이름으로 건물부터 지은 곳을 여러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제대로 활용이 되고 있지 않다. '제주생태관광'이 지금하고 있는 것은 '효돈천 생명스토리 잡기 마을주민 구술조사'이다. 하례리 마을 주민 대학생 자녀 6명이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70여 가구를 방문해 주민들의 효돈천에 대한 추억,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다. '제주생태관광'은 잃어버린 하천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들을 되찾는 것부터 생태관광마을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세대 간의 공감으로도 이어진다. 할아버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효돈천'이라는 주제로 서로의 기억을 돌아보고 세대 간의 공감을 만들어 나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미정 씨는 "처음으로 마을에 대해서 조사를 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동네 어르신들이 손자들한테 말하는 거처럼 자세히 조곤조곤 설명해주셨다"고 말했다. 마을주민의 자녀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손자들한테, 자식들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말할 수 있었던 것. 김미정 씨는 본인의 아버지와도 인터뷰를 하고 "아빠의 세대와 나의 세대를 보면 시간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추억을 쌓아 효돈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30여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윗세대와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 김미정, 김욱형 자매가 마을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있다. ⓒ제주생태관광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단비 씨는 할아버지 연배인 김기만 씨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이단비 씨와 김기만 씨 인터뷰 내용.

"여기 혹시 목욕했던 곳은 따로 이수과?
"목욕했던 곳은 먹는 물 바로 거기서 150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다보면 커다란 물통이 이서"
"거기서 물이 솟아나는 거에요?"
"아니 솟아나는 건 아니고 비가 내려서 내가 치면 그 물이 한참 오랫동안 고여 이서"
"목욕했던 데는 지명이 어수과?"
"응"

효돈천이 건천인데 어떻게 목욕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풀렸다. 인터뷰는 효돈천에 대한 추억과 기억으로 시작해서, 1960년대, 70년대 일본에서 묘목을 가져와 귤농사를 처음 시작한 이야기, 잔치 때 먹던 몸국, 돼지고기 등 음식 이야기, 4.3 이야기까지 흘러 흘러갔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할아버지가 마을에서 살았던 평생의 이야기가 나왔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단비씨와 같이 간 마을 분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삼춘 그럼 예기는 여기까지 다 끝났구얘. 이제 개인적으로 물어볼게 있는데 여기 어른와가지고 설쳠신디 막 옛날얘기들 물어봤잖아예. 근데 막 생각 안남쪄 안남쪄 해도 계속 캐묻고 영하난 어떵하우꽈"
"난 막좋다 옛날 것도 기억나고 살아난 한 거 생각나도 막 좋다"
"기특하우꽈"
"잘햄쪄"

환경부가 작년 하례리를 생태관광마을로 지정했다. 제주에서는 선흘1리에 이어 두 번째다. 하례리생태관광협의체가 구성되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례리생태관광협의체는 하례 1,2리 주민 14명, 제주생태관광, NGO 대표, 서귀포시, 관련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했다. 생태관광협의체가 먼저 하고 있는 사업이 잃어버린 하천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다. 생태관광이 주민의 이야기를 만나 더욱 재미있고 풍부해지고 있다. 마을 주민 자녀들도 이 과정을 통해 마을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후에는 주민들이 하천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마을사람들이 추억이 깃든 장소를 발굴하고 보전하는 사업이다. 부녀회는 지역 특성음식도 개발하고 있다. 감귤과 서귀포 지역 계곡에만 자생한다는 소귀나무 열매를 이용한 먹을거리를 만들고 있다. 주민이 직접 환경교육 교사가 되어 하례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환경과 생태 가치를 가르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오는 2학기부터 시작한다.

▲ 서귀포에서만 자란다는 소귀나무 ⓒ제주생태관광

윤 대표는 "생태관광마을만들기는 주민공감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여행의 문화도 바뀌고 있다. 주요 관광지를 스쳐 지나가듯이 관람하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곳에 체류하면서 온전하게 자연과 지역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여행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사한 내용은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효돈천의 진짜 모습이, 그 곳을 터전 삼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책에 오롯이 담겨 있을 것이다. 생태관광마을만들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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