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꾸역꾸역' 운영해왔다. 마을주민이 운영하던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를 넘겨받아 성미산학교 교사 몇 명이 카페 '작은나무'를 연 것이 2007년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경영이 쉽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작은나무 카페에서는 공정무역으로 구매한 원두로 커피를 만들고, 우유도 자연방목 우유를 사용한다. 원두는 일주일이 지나면 자동폐기한다. 신선한 원두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자주 찾는 아이스크림도 유기농이다. 차, 과일 등도 모두 유기농이다.
그렇다 보니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유기농 음료와 질 좋은 간식을 내놓느라, 운영수익은 언제나 빠듯하다.
결국, 경영이 어려워져 마을주민 70명과 기관출자자 세 군데에서 3000만 원을 모아 마을카페 '작은나무'를 다시 오픈했다. 1년이 지난 2008년의 일이다. 그리고 2013년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낮에는 주부, 저녁에는 직장인의 공간
작은나무는 시작부터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했다. 출자자들의 정기총회가 1년에 한 번,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해왔다. 초창기에는 운영진의 절반이 실무를 담당했으나, 지금은 운영진이 실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운영위원장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운영진은 주로 카페에서 진행되는 문화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적자가 났을 때 대책을 마련하는 등 재정 부문에서 역할을 한다.
작은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출자자와 관리자, 그리고 손님이 같은 사람들, 즉 마을주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손님이면서도 주인인 주민들의 힘으로 극복해왔다. 작은나무는 가족 단위로 출자하는데, 현재 출자자는 200여 명이다. 초기 출자금은 10만 원이지만 추가 출자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작은나무 카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마을의 복합공간이라고 보는 게 맞다. 낮에는 주부, 아이들의 공간, 저녁에는 마을 활동가, 직장인들의 공간이다. 낮에는 커피와 차,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저녁에는 맥주와 안주를 판매한다.
작은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외로울 때 찾아오고,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는 그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일종의 사랑방 개념이다.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사라져야 하나"
하지만 이 공간도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2014년 작은나무 카페가 있는 건물의 주인이 바뀌면서부터다. 2014년 5월 이 건물을 인수한 새 건물주는 '건물 개‧보수'를 이유로 나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작은나무 측은 이사할 수 없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간 만들어온 마을공간으로서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개‧보수가 끝난 뒤, 재입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개‧보수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2015년 7월 9일까지 나가줄 것을 최후 통보했다.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작은나무 옆에서 27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해온 A씨는 6월 말, 가게를 뺐다. 30대 초반부터 해오던 세탁소를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된 셈이다.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은 "작은나무 카페는 과거 마을 입구에 정자나무 하나 세워져 있고 거기에 놓인 평상에서 마을주민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이런 공간이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작은나무 카페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동조하는 많은 마을 주민이 있다"며 "그런 이들의 마음을 무시하고 소유권만을 인정하는 게 지금의 구조"라고 말했다.
작은나무지키기 마을주민모임은 9일 서울 마포구 작은나무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의 사회에서 계약으로 묶여 결국 건물을 내주어야 한다 해도, 그 속에 쌓아놓은 유형, 무형의 많은 자산에 대한 권리는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있다"며 "건물주는 작은나무협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고 성실한 협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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