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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신동엽도 눈독 들이는 홍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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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신동엽도 눈독 들이는 홍대, 하지만…

[포럼] 뜨는 홍대 거리, 쫓겨나는 문화예술인들

최근 서울 마포구 '홍대 상권' 빌딩을 매입한 연예인이 언론지면에 오르고 있다. 영화배우 손예진 씨는 지하철 합정역 인근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지난 1월 93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방송인 신동엽 씨는 지난 4월, 128억 원에 서교동 상상마당 인근 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사들였다. 앞서 슈퍼주니어 예성은 지하철 상수역 인근 건물을 9억9000만 원에 샀다가 2014년 10월 19억3000만 원에 팔아 약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인근인 마포구 상수동, 연남동으로 연예인이 하나둘씩 노른자위 건물을 매입하고 있다. 일명 중소규모 자본이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2000년대 이후 홍대 상권은 카페거리로 확장되면서 그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메세나폴리스몰, 이랜드 서교자이갤러리 등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면서 덩달아 주변 상권도 들썩이고 있다. 연예인들이 '홍대 상권'에 투자하는 이유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간 홍대 문화권을 만든 이는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상인과 문화‧예술인들이다. 그들 사이의 긴밀한 커뮤니티가 바탕에 깔려 홍대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많은 이가 홍대를 찾는 이유가 됐고 지금의 '홍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온 기존 상인과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씩 홍대를 떠나고 있다. 높아진 임대료, 그리고 하루아침에 가게를 빼라는 건물주의 횡포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가수 싸이와 마찰을 빚고 있는 한남동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도 비슷한 상황이다.

25일 마포마을넷과 다정한사무소 주최로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는 '마을공동체의 성장판을 닫는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적 대안은 있는가?'라는 마포지역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 마을공동체와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이 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왜 부당한지를 논의했다.

▲ 지난 25일, 마포마을넷과 다정한사무소 주최로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는 '마을공동체의 성장판을 닫는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적 대안은 있는가?'라는 마포지역포럼이 열렸다. ⓒ프레시안(허환주)

지금의 홍대는 젠트리피케이션

이날 발제를 맡은 위성남 다정한사무소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설명하면서 지금의 '홍대'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말로 런던 내부에서 일어난 저소득층 거주지역이 고소득, 중산층의 거주 지역으로 대체되는 도시변화 현상을 설명할 때 처음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산층이 도시 내부 낙후된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시설이나 주택 등이 개선되는 등 주거환경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지대가 상승하여 기존 거주 도시노동자 및 빈민계층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 용어는 '현재'의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지역보다는 상업지역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도식을 그려보면,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스튜디오, 갤러리, 공방 등 예술가들의 거점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따라 문화인들이 즐겨 찾을 만한 카페, 식당이 문을 열면서 이곳이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손님이 몰린다는 소문이 나면 더 많은 카페와 식당이 개점하고 이후 대형 식당과 술집 등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문제는 이렇게 상권이 형성되면 땅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점이다. 자연히 애초 상권을 만들었던 예술가, 문화인, 그리고 소규모 카페, 식당 운영자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빈 공간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온다. 결국, 특색 있던 동네가 또 하나의 대규모 상업지구로 전락하게 되는 식이다.

부동산은 스스로 가치를 생산하는가

위성남 대표는 "모든 상품의 가격은 임금+이윤+지대로 나눌 수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지대'가 다시 문제의 전면에 떠오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위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자본주의의 핵심인 자본의 영역에서 지대 부분이 독자적인 힘을 과도하게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지대가 안정적 경제 성장과 주민 거주권을 심하게 위협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소유권이 모든 이윤을 차지하는 구조도 지적했다. 그는 "지대는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권리를 가지고 부가가치의 독점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부동산은 과연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늘날 토지는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토질의 상태가 아니라 단지 지리적 위치가 갖는 유리함만으로 추가 가치를 부여받는다"며 "건물 가치에 대한 판단은 건축비라고 하는 비용투자분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건물주와 건축설계사 등이 건물 투자자본을 상회하는 부가가치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대 앞의 대표적 번화가인 주차장 길.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에 저항하던 문화인들의 상징적 건물이었던 서교365번지가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이미 대형 빌딩들이 이곳을 포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손님이 오지 않으면 가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위 대표는 상가부동산의 가치 구성요소를 크게 '건물비용투자', '상인의 노력', '소비자'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건물에 들어간 세입자들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점은 마땅히 인정해야 한다"며 "또한 자영업자들의 특별한 노력과 경영노하우에 따라 건물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 건물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서비스와 문화 활동을 공유하려는 소비자들도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라며 "아무리 멋들어진 건물을 지었다 한들, 아무리 매력적인 가게를 운영한다 한들, 손님들이 오가지 않으면 새로운 가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부동산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며 "거기에 그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경영자의 노력과 그러한 공간을 공유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노력이 덧붙여져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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