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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승민 사퇴하면, 朴 대통령 낙인 찍힌다"

[인터뷰] 정병국 "비노+비박 신당? 의미 없어"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논란과 관련, 새누리당 내에 소장파 혹은 '쇄신파'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의 내분이 청와대·친박과 비박계 원내지도부 간의 힘 겨루기처럼 비치는 가운데, 초·재선의원들이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취지다.

구 한나라당 시절 원조 쇄신파로 불렸던 '남·원·정' 트리오 가운데 유일하게 현재 원내에 있는 정병국 의원을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정 의원은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계파 갈등 또는 '반공 보수 대 합리적 보수'의 노선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이는) 민주냐 비민주냐 하는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할 이유가 뚜렷이 있는 게 아니"라며 "누구 한 사람만의 책임을 물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면 최고위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에) 책임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구 친이계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한 정 의원은, 현재 박근혜 정부 하의 당청관계를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소규모 그룹별로 의원들과 자리를 많이 가졌는데도 '불통' 얘기를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다면, 지금은 얼마나 답답할까"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서 생략된 부분은 누구나 짐작 가능하다. '지금'이 어떠냐는 부분 말이다.

당내 소장파가 사라진 현실에 대해 그는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의 60~70% 정도를 교체해 온 관행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하며, 당 차원에서도 물갈이의 폭을 줄이는 한편 초·재선 의원들 스스로도 정치적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의 '여당 비박 + 야당 비노' 신당론에 대해 "그렇게 모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는 일축했다. 그는 단 "이념적으로 중도를 지향하는 합리적 정당, 지역주의 타파의 계기를 마련하는 정당" 등은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全文).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유승민 사퇴하면 朴 대통령은 낙인 찍힌다"

프레시안 : 지난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사람을 희생양 만드는 것은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론을 폈다고 들었다.

정병국 : 거부권 행사가 됐을 당시 의총에서 다수 의견이 '원내대표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였다. 의견이 조율된 것이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종용하듯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관점이라면, 최고위원들은 책임이 없나?

프레시안 : 같은 회의에서 '중진들이 얘기해도 의견 반영이 잘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고 들었다.

정병국 : 그건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인데, 무슨 얘기를 하면 이것을 '비박이 하는 얘기', '친이가 하는 얘기' 이렇게 규정한다. 지금 친이가 어딨나. 친박은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규정을 하니 당에서도 그것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들 길대로 '마이웨이'를 한다. 그러니 현안에 대해 얘기하기가 꺼려진다. '친이니까 그런 얘기 한다'고 매도당하는 것 같다. 유 원내대표 사퇴는 정말로 원칙의 문제다.

더는 (이를) '계파'로 규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왜곡이다. 실제로는 계파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도되다 보니 '말 없는 다수'가 참여를 못 한다.

언론에서도 프레임을 잘 짜줘야 한다. 이것은 민주냐 비민주냐,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이냐 파괴하려는 세력이냐 이렇게 원칙적인 입장에서 규정해야 한다.

야당의 '친노-비노'나 우리 당의 '친박-비박(프레임)'은 다 이해관계로 보는 것 아니냐. 똑같은 사람들이 다음 공천권, 기득권을 놓고 세력 싸움을 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원칙을 정해놓고 국민이 판단을 하게 해 줘야 한다. 누가 옳은 건지 시시비비를 가려 줘야 한다.

프레시안 :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 없나?

정병국 : 제가 생각하기에는 위헌이 아니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법권이 우선이냐 행정권이 우선이냐 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국회에서 만든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시행규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프레시안 : 그러나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자동 폐기를 시키겠다고 했는데?

정병국 : 저는 근본적으로는 자동폐기 수순으로 가는 것도 불만이지만, 제가 정당민주주의를 하자고 하는데 당론이 결정됐으니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이걸 거부하면 이것 또한 정당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오늘 본회의에서도 (의원들이) 당론에 따를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국회법 개정안이 부결되면 유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병국 :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책임을 물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안 된다?

정병국 : 사퇴해야 할 이유가 뚜렷이 있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유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의총에서 거취 관련 얘기 안 할 것'이라고 하는 등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이는데, 향후 사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지?

정병국 : 유 원내대표가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텐데,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가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유 원내대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서다. 만약 그렇게(사퇴하게) 되면 대통령은 낙인이 찍히게 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그대로 돼버리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위도 세워 드리고, 문제도 푸는 길이 어떤 것이냐가 고민인데, 향후 당청 관계 등이 원활하게 되려면 대통령께서 크게 한 번 안아야 한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정병국 : (웃음) 그러니까 걱정이죠.

프레시안 : 이번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 계파 갈등이냐, 보수세력 내의 노선 갈등이냐에 대해 다른 시각이 있다.

정병국 : 노선도 아니고 계파도 아니다. 이 사태가 의회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에 맞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지, 그것을 계파나 노선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된다. 저는 원칙의 문제라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MB는 의원들 그룹별로 만나도 '불통' 소리 들었는데 지금은…"

프레시안 : 정 의원은 지난 정부 당시 친이 직계로 분류됐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냈다. 그런 한편 남경필, 원희룡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당 활동도 열심히 했다. 정 의원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지금의 당청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병국 :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청와대의 구조 자체가 원활한 소통이 작동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소통을 하고자 해도, 워낙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장막이 있다. 대통령이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대통령께서 소통에 대한 중요도(부여)나 의지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제가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부속실장으로 5년 근무했지 않나. 그 구조적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안다. 제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이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되면 청와대 안 쓰고 정부종합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만들어서 집무 본다고 하시라' 한 적도 있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엄청난 조직이 정부 전체를 컨트롤하듯 하니 장관 지휘 아래 임의적으로 (업무를) 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는데, 대통령께서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당청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의 상황과도 좀 비교된다. 이명박 정부 때는 집권 1년차에 벌써 '남원정'이나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참여한 '민본21' 등 범친이계 내에서 청와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그룹이 있었다. 반면 지금은 박근혜 정부 3년차인데, 친박 내에서 청와대를 비판한 건 유 원내대표와 원외의 이혜훈 전 최고위원 정도다.

정병국 : 이명박 대통령 때 보면, 이 (당시) 대통령이 그룹별로 소규모로 의원들과 자리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소통 안 된다, 불통이다 얘기 들었다. 첫째, 앞에서 말한 청와대 구조 때문이고, 둘째, 소통이란 게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진정한 소통은 상대를 인정해줄 때, 상대 얘기를 들어줄 때 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이 사람 많이 만나고, 현장도 많이 다녔음에도 그 당시 불통 소리를 들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다고 한다면, 지금은 얼마나 답답할까. 상상이 되지 않나.

프레시안 : '남원정' 가운데 지금 유일하게 원내에 있다. 이번 유승민 대표 거취 논란에서, 당내 초·재선 의원들이 소장파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유가 뭘까?

정병국 :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물갈이'를 거듭했다. 선거 때마다 60~70%를 갈아 왔다. 그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단순히 물갈이가 능사냐, 이러다 '인턴 국회'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정치에 대해 좀 알만 하고, 길을 찾으려 하면 국회를 떠나야 하는 게 아쉽다. 물갈이도 필요하지만 60~70%를 하는 것은 맞지 않고, 30% 정도가 조화롭지 않겠나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저희도 초재선 때 '물갈이' 당사자로 들어왔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 1~2년 정치를 하다 보니, 우리가 액세서리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회창 총재 시절이었는데, 젊은 층을 겨냥하는 자리에만 우리가 액세서리로 등장하고, (당 운영 등에는 : 편집자) 우리 목소리가 전혀 반영이 안 됐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를 놓고, 우리 스스로 비용을 갹출해 사무실을 얻고, 매주 수요일 아침 7시에 모여 공부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었다. 그래서 단단한 그룹이 됐다. 정치 개혁이라는 것이 홀로 목소리를 내서는 어렵고 그룹이 돼야 하는데, 그래서 저희가 했던 방식이 잘했던 것 같다. 정책 공부를 하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훈련이 됐다.

지금도 우리 당 초재선 의원님들 면면을 보면 다 훌륭하신 분들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그룹핑(무리짓기)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으신 것 같다. 교수나 변호사 출신 등 뛰어난 분들이 들어오시다 보니, 각자가 그 분야에서 최고라 오히려 그런 게 잘 안 되는 게 아닌가 한다. 우리는 대학 때 운동권에서 그런 것을 훈련받았던 사람들이고….

프레시안 : 그래서인지 지금 '아침소리' 모임 간사도 운동권 출신인 하태경 의원이더라. 이 분들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병국 : 초선 의원들이 과거 경험담을 말해 달라고 해서 가서 얘기해준 적도 있다. 우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당시 우리는 놀이부터 같이 했다. 여행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같이 하고, 가족 모임도 했다. 아침소리도 저렇게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면 공고해질 수 있다고 본다.

"비노+비박 신당? 의미 없어…중도 지향 신당은 가능"

프레시안 : 지난 4월에 민본21, 수요모임, 미래연대 등 여당 내 구 쇄신파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회동을 가졌었다.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당내 그룹이 새누리당의 진로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병국 : 그때의 모임 자체가 반성적 차원에서 했던 것이다. 초재선 때 우리가 부르짖었던 정당 혁신, 정치 혁신을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하고 있느냐 점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 모임은 지속될 것이고, 우리가 중진이 됐건 어쨌건 정치 혁신, 쇄신이란 것은 계속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뭉뚱그려 '합리적 보수'라고 하지만, 복지정책 시각 등을 놓고 보면 사실 여당 비주류 내에서도 갈린다. 예컨대 오세훈 전 시장과 유승민 원내대표는 복지 노선에서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여당 내의 '합리적 보수'라는 것은 뭔가?

정병국 : 보수의 기준이 뭐냐는 이념 논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국 원하는 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를 놓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게 뭐냐는 방향, 키를 어디에 놓을 것이냐도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세세한 정책 하나하나를 놓고 보수냐 진보냐 얘기하기는 어렵다. 어느 나라든 정책 기조를 가지고 정치세력의 이념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점차적으로 중립, 가운데 지역으로 수렴하지 않나. 극단적 보수나 극단적 진보가 아니라 중간 지대로 모아지는 방향이기 때문에, 그런(정책 노선으로 구분하는 : 편집자) 관점보다는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중시해야 한다.

분명한 건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지탄받는다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 찾아서 고쳐 나가는 것이 저는 쇄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대통령중심제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이다. 기술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4~5년이란 기간을 오롯이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이제 사람들이 못 참는다. 체제를 바꿔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통령보다) 너희 국회의원들이 더 불안하다'고 하는데, 국민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하자는 것이다. 2년마다 평가받아서 잘 하면 계속하면 된다. 대통령중심제의 장점인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안정성이 지금은 다 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장관 평균 재임기간이 1년 2개월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방금 정 의원이 '정책 방향에서 보수-진보가 아닌 중간지대로 수렴하는 것이 추세'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여당의 비박과 야당의 비노가 함께하는 신당'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병국 : 야당의 친노-비노나 여당의 친박-비박이나 이런 부분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대립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건 '이 사람이 누구 편이냐' 하는 거다.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 중 가장 문제라고 했던 것이 3김 시대의 인물 중심 정당 운영이었는데, 3김이 물러났지만 아직도 그렇다. 세상의 어느 나라가 사람 이름을 따서 계파를 형성시키나. 지금 정치형태가 굉장히 후진적이다.

그렇게 비노-비박 모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본다. 만약에 새로운 정당이 탄생되려고 한다면, 이념적으로 중도를 지향하는 합리적 정당이나 지역주의 타파의 계기를 마련하는 정당 같은 것이 가능하다면 그래도 관심을 좀 받을까…. 그렇지 않다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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