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받은 월급은 87만원. 그 해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그 돈으로 용준씨는 월세도 내고 교통카드도 충전하고 교재도 사고 밥값도 냈다. 방학에는 학자금을 위해 공사판에서도 일했다. 친구들은 과외를 하라고 권유했지만 누구를 가르친다는 게 부담스러워 직접 노동을 해 생활비를 댔다.
졸업반인 용준씨는 현재 대구 동성로에 있는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햄버거 전문점에서 6개월째 캐셔로 일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서 일자리를 찾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동성로까지 오게 됐다. 주5일 8시간 근무에 월급은 116만원. 2015년도 최저임금인 시급 5580원에서 10원의 오차도 없다.
알바를 끝낸 늦은 밤 용준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 도서관으로 간다.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좁은 취업의 문턱에서 용준씨에게 알바를 통해 번 월급은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매달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 식사를 굶고 먼 길을 걸어 다녀도 포기해야 하는 것 투성이다. 그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현실에서 더 포기할 것도 물러설 곳도 없다"며 "밥도 제때 먹고 학자금도 한 번에 턱턱내고 월세도 걱정 없는 삶을 꿈꾸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최소 1만원은 돼야 한다"고 소망했다.
"원룸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동성로 한 화장품점 매니저로 2년째 일하고 있는 김수진(32.가명)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당장 고시원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27일 말했다. 수진씨는 직장과 가까운 곳 월 20만원짜리 2평 남짓한 고시원에 2년째 살고 있다. 방값과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곳이지만 월급이 조금 더 오르면 당장 오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보다 조금 많은 월급 150만원으로 이사를 꿈꾸기는 어렵다.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고, 부모님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고, 각종 세금과 생활비를 내고 나면 통장 잔고는 텅텅 빈다. 5년 사귄 남자친구와 2년 뒤 결혼을 약속했지만 현재 월급으로는 저축도 꿈만 같은 얘기다.
수진씨는 "주변을 봐도 내가 특별히 월급이 많거나 적은 것은 아니다. 딱 최저임금에 맞춰 받는다"면서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내 또래 대부분이 가난하게 산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때문에 "넉넉하게가 아닌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물가에 맞게 올라야 한다"며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1시간 일하면 밥도 못 사먹는다. 최소한 1만원으로 내년은 제발 오르길 바란다"고 했다.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27일 대구지역 청년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5,580원에서 4,420원 오른 "1만원"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청년유니온(위원장 최유리)은 이날 오후 4시부터 2시간 가량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캠페인'을 벌이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한 1만명 서명운동과 적정한 최저임금 설문조사, 홍보활동 등을 펼쳤다. 특히 캠페인에 참가한 2백여명의 시민들은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으로 대부분이 1만원을 요구했다.
최유리(29)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청년들의 첫 월급이고 그 월급으로 생계를 꾸린다"며 "현재 최저임금으로는 미래는커녕 생활을 잇기도 벅차다"고 지적했다. 또 "OECD 대부분 국가의 최저임금은 최소 1만원에서 2만원인데 절반 밖에 안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최저임금이 최소 1만원은 돼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자 생활과 노후를 보장하고 소비도 촉진시킨다"며 "노동자와 중소영세상인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고용노동부가 위촉한다.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청년유니온에서, 사용자위원은 경영자총연합회와 중소상인연합에서, 공익위원은 노동·사회학 분야의 전문교수로 5년 이상 재직한 학자를 각각 위촉한다. 오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현재 근로자위는 "1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위는 "동결"을 주장해 어떤 합의도 하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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