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시간을 되돌리는 '요술방망이'를 구한 모양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오늘 발생한 사건 관련 기사가 열흘 전에 입력됐다고 하면 믿어지십니까? 누군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요술을 부리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볼까요? 17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5일 아침 8시에 발생한 '10대 북한군의 귀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브리핑했습니다. 그 시간이 사건 발생 두 시간여 뒤인 10시 40분쯤이었습니다.
이 브리핑을 듣고 기사를 실시간으로 작성한다 해도 오전 10시 40분 이후에나 기사 출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 관련,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보면 동아일보(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와 서울신문(온라인뉴스부)의 기사입력 시간은 짧게는 하루 전, 길게는 9일 전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요술방망이라도 구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언론사가 '조작'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간 언론사들의 네이버 기사노출 경쟁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장사부터 어뷰징(동일기사 반복 전송) 등을 서슴지 않고 벌여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언론사에서 중시하는 건 속도입니다. 기사를 빨리 올려야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상단에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사 노출이 잘 되면서 PV(page view)가 상승하게 됩니다. PV는 광고수익과 비례하는 수치입니다.
한마디로 기사가 네이버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되면 광고수익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데스크들이 속보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언론사가 가장 많은 PV를 얻는 곳은 '네이버 검색'입니다. 모 경제지의 경우, 검색어 기사를 빨리 올리기 위해 30명의 기자가 '기사 베끼기'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건 발생시간보다 빠르게 기사가 입력된 것은 '조작'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조작을 언론사에서 하는 이유는 역시 광고수익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기사 어뷰징을 막기 위해 검색한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을 '클러스터링'으로 바꾼 뒤 일어난 일입니다. '클러스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먼저 작성한 기사가 제일 윗줄에 노출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렇게 되면 막대한 PV를 챙길 수 있겠죠. 네이버 검색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합에서 탈퇴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프레시안> 조합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요청사항은 간단했습니다. 기사를 읽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광고를 중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광고는 기사를 읽는 독자가 짜증나서 도망가지 않는 수준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요청 사항은 간단했으나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프레시안 재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읽는 데 방해되는 광고를 빼면 프레시안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은 듯합니다. 프레시안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고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다른 매체처럼 어뷰징도, 실시간 검색어 기사도 쓰지 않습니다. 다른 매체에 비해 PV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광고수익은 바닥을 치고 있죠.
죄송합니다. 기사를 가리는 광고를 지속해서 올리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그런 광고가 프레시안의 '진심'을 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조합원수가 1만 명이 되면 광고를 내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굳이' 지저분한 광고를 싣는 프레시안에 힘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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