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언론 환경입니다. 선정성과 편향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종합편성채널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이 식당과 점포 등 자영업 가게를 점령했습니다. 공중파 뉴스의 임원진은 중립성을 놓아버렸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시위의 배후 중 하나로 진보적 언론을 지목하면서 2009년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했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운영업체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2009년 7월 <한겨레21>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다음에 <프레시안>을 빼라 압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다음의 뉴스 페이지에 <프레시안>이 제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합니다.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이용자가 포털 사이트 뉴스 섹션과 뉴스 검색을 통해 온라인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국내 포털업계가 네이버와 다음 등에게 점유된 상황에서, <프레시안>은 뉴스 서비스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유력한 플랫폼 하나를 상실한 셈입니다.
<프레시안>은 2001년 창간 이래 한국 사회를 움직인 굵직한 기사를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보도입니다.
열기 가득히 폭주하던 팬덤 현상은 <프레시안>을 비난하는 쪽으로 돌진했습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을 맨몸으로 맞을지언정 기사는 <프레시안> 홈페이지에 꿋꿋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황우석 사태'의 진실은 밝혀졌습니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와 촛불시위 관련 보도로 인해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습니다. 삼성 비자금 보도도 외압에 굽히지 않는 <프레시안>을 잘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밝히는 취재 현장에서 <프레시안> 기자들은 가장 최일선에 있었습니다.
최근 <프레시안>이 메르스 병원 6곳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보도 후 5일이 지나서야 정부는 메르스 병원 24곳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프레시안>의 메르스 병원 실명 공개가 옳았음을 정부가 뒤늦게 인정한 것입니다. <프레시안> 보도가 없었더라면 정부의 우왕좌왕 대응은 한참이나 더 지속될 것이고 사태는 현재보다 훨씬 심각해질 뻔했습니다.
<프레시안>이 정부의 각성을 유도해 새로운 대응 국면을 만들게 한 것은 '병원 실명 공개' 기사에 사태의 핵심이 분명하게 박혀 있어서입니다. 어떤 두려움에 의해 기사의 중심을 굴절시키거나 외면하지 않았고, 진실의 농도를 희석시키지 않았습니다.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어떠한 외압의 간섭에서도 확연히 독립하기 위해서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조합원 1만 명이 모이면 상업 광고를 없애겠다고 했다는데 현재 24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기사를 통해 <프레시안>의 저력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손가락을 들어 문제의 핵심을 지목하는 것조차 과거 독재시절처럼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20여 명의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기자들과 데스크에 탄탄한 울타리가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최악의 언론환경에서 저널리즘의 복원을 모색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의 핵심이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하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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