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백기 든 정부…최경환 "환자 발생·경유 병원 공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백기 든 정부…최경환 "환자 발생·경유 병원 공개"

崔 "박근혜 대통령, 지난 3일 '공개하라' 지시했다"

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에서 대대적인 "방향 선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그간의 비공개 기조에서 전면 공개 기조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시민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 부총리의 회견은 사실상 그간의 정부 대응 방향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백기를 든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앞서 <프레시안> 등 언론과 야당, 시민단체 등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을 많은 부분 받아들였다. 병원 명단 등의 정보 공개와, 감염 의심자에 대한 관찰 강화, 병원 통제 강화 등이다.

단 '제2의 감염 허브'가 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격리 등 구체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점, 위기 단계를 '주의'로 유지한 점, 자택 격리를 시설 격리로 전부 전환시키지 않고 '관리·관찰 강화' 수준에서 머문 점 등은 미진하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최경환 "병원 대한 강력한 통제 불가피…병원 명단 공개"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 회견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대응 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며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 등의 정보를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공개하고자 한다"고 기존의 '비공개' 방침을 전면 폐기했다. (☞관련 기사 : 정부,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병원 24곳 명단 공개)

최 부총리는 "이번에 경유 병원을 함께 발표하는 것은 확진 환자들의 이동 경로를 정부가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고, 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환자 발생 병원의 명단을 공개해 병원 내 접촉자를 보다 능동적으로 발굴하고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부총리는 이 공개 배경에 대해 "메르스의 실제 감염 경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게 되었다"며 "대통령께서도 지난 3일 민관 합동 긴급 점검 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야 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날 최 부총리의 입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 지시 이후 이날 공개까지 나흘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신고 폭증에 대비한 신고 체계 구축 및 격리 병상 추가 확보 등의 사전 준비를 마치고 오늘 공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들로부터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갑자기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무작정 병원명을 공개했을 때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하자 이틀간 1000건 이상의 문의와 신고가 들어왔다. 병원을 공개했을 때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동요가 얼마나 큰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데, 그런 것들에 대해 대응 체계를 갖추지 않고 그냥 공개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문 장관은 병원 공개에 따른 후속 조치로 "그 기간 동안에 병원을 방문하신 분들이 혹시 우려되는 점이 있거나 건강상 이상이 있으면 신고를 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접수를 받아서 보건소 직원들이 나가 문진을 하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격리 이송을 하는 체제로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최 부총리 뒤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격리자 휴대폰 위치 추적 추진" 초강수…삼성서울병원엔?

정부는 특히 감염 의심자 관리에 휴대폰 위치 추적까지 동원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최 부총리는 "초기에 다소 미흡하게 수행되었던 자택 격리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격리자 전원을 보건소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1대 1로 매칭(matching), 책임관리하는 체제를 신속히 구축 운영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휴대폰 위치 추적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는 우리의 이웃과 가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정부는 메르스 차단의 최대 고비인 6월 중순까지 지방자치단체·민간·군·학교 등 모두가 참여하는 총력 대응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대응 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재난 관리 기금, 예비비 등을 활용해 신속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 전체를 공개하고, 휴대폰 위치 추적 등 1대1 대응 체제를 대폭 강화하게 된 것은 지금까지 정부 대응 기조와 달리 보다 차원 높은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춤으로써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정부의 방향 선회"라고 시인하면서 "앞으로 메르스 관련 정보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단, 정부는 "(감염의) 두 번째 파도로서,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몇몇 병원에서 집중적인 환자 발생 경로가 보이기 때문에 이제 전체를 다 공개하고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입장에서 이런 전격적인 결정(병원명 공개)을 하게 됐다"(문형표 장관)며 삼성서울병원이 기조 전환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추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장관은 '다른 병원에 비해 삼성서울병원에는 응급실 폐쇄 등 보다 강화된 특별 대응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감염이 일어난 것은 벌써 2주 전"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아마 병원에서도 충분한 소독 등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응급실 자체를 이용하시는 데 두려움이나 이런 것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어제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대규모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배경은 14번 환자가 상당한 중증 상태에서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그때 입원실이 충분하지 않아 거기(응급실)에 2~3일간 계셨다. 그러면서 상당한 정도의 전파·감염을 시킨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삼성서울병원이 충분히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속히 철저한 모니터링망을 만들어서 그동안 계속 관리해 왔다"며 "100여 명 정도는 밀접 모니터링망을 갖고 있었고, 그 외에도 응급실을 그 시간 중에 방문하셨던 분을 포함해 800여 명을 우리가 전부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반란'에도 "아무 문제 없어"…꼬리 내린 복지부

최 부총리는 위기 대응 수준을 현재의 '주의' 단계에서 '경계'로 격상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아직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은 안 되었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라며 "병원 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감염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의' 단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대응하는 조치 내용은 사실상 '경계'를 넘은 '심각' 단계 수준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시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모두 의료 기관 내에서 감염된 사례들로서 지역 사회에 전파되지 않고 있어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각자 개인위생을 준수하시고,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국민들께서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일반 독감 수준으로 적절한 격리가 이뤄지고, 개인 위생 규칙만 잘 지키면 사회적 확산은 없는 통제가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한다"면서 "현재 환자들은 음압격리병상이 설치된 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께 전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등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복지부의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련 메르스 정보를 공개하면서,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들에 대한 비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 부총리나 문 장관 모두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 5일 청와대와 복지부가 박 시장의 심야 기자 회견을 공개 비난한 것과 비교하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메르스 대응 관련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되, 창구는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과, "정치권·지방자치단체도 정부를 믿고 차분히 함께 대응한다면 성공적으로 메르스 사태를 이겨낼 수 있다"고 원론적 언급을 하는 수준이었다.

문 장관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동안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상당히 긴밀하게 협조를 해서 협력 체계를 유지하면서 작업을 해왔다.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며 "최근에 특정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 '협력 강화하자'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우리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 협력을 강화하는 데 복지부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정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