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불안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여야 대표가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주앉았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회동 첫머리부터 "정부는 병원 명단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하는 등 강한 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 대표는 7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마주앉았다. 김 대표는 "문 대표가 먼저 제안해 회동을 하게 돼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조하고 대처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자"고 간단히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반면 문 대표는 준비해 온 입장문을 줄줄 읽어내려갔고, 김 대표는 당황한 듯 웃음지으며 옆에서 문 대표의 원고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회담을 제안했다. 기꺼이 응해준 김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김 대표의 인사에 화답했으나, 이후 바로 "이번에도 정부는 위기 관리에 실패했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부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은 나서지 않고 컨트롤 타워가 없다"고 몰아치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사라졌고,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다"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른 병에 걸려도 메르스가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지금 시급한 것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정부 대응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이 점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정부는 여야 간 합의를 즉각 수용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8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그는 "첫째,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운을 떼고 "둘째, 정부는 병원 명단을 포함해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모두 즉각 공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가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전날까지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6일 기초단체장협의회 모두 발언)라고만 했었다.
그는 셋째로 "정보 공개와 공유를 토대로 정부와 여야·지방자치단체·교육청·민간 전문가와 의료 기관까지 참여하는 공조·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역학 조사 권한을 주고 지방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메르스 확진 권한을 위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요구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박원순, 삼성서울병원에 "(폐쇄 포함) 모든 조치할 것")
문 대표의 나머지 요구 사항은 △위기 수준 격상 및 국가 지원 총동원, △자가 격리를 시설 격리로 전환, △격리 피해 보상 대책과 생계 지원 방안 강구,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포함한 지역 경제 피해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 △감염병 전담 병원 설립 등 공공 의료 체제 강화 등이었다. 그는 "여당의 적극적인 동의와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을 마쳤다.
들러리를 선 셈이 된 김 대표는 멋적게 웃으며 "모두 발언만 하려 했는데, 야당이 구체적 주장을 말했다. 오늘 회의에서 원만한 합의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회동은 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여야는 이날 회동 결과 문 대표의 '8대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된 9개항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국회에 메르스대책특위를 구성하고 위기 경고 수준 격상을 정부에 촉구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단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지방정부에 확진 판단 권한을 달라'는 부분은 "정부와 지자체는 역학조사 및 확진검사가 신속·정확히 이뤄지도록 적극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로, '가택격리의 시설격리 전환'은 "격리시설을 조속히 확보한다"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여야는 6월 국회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검역조치 강화, 지원방안 마련 등 제도 개선 관련 법안들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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