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한상희(56)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대구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 비판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권력자 의무에 대한 의견발표"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기소하고 구속하는 것은 한심한 구시대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명예훼손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상 절대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심장이고 억압하면 국가는 죽는다"고 했다. 때문에 "대통령은 비판을 벌로써 입을 봉하지 말고 언론을 통해 방어하면 된다"면서 "입을 막기 전 자신의 입을 열면 된다"고 했다.
또 "미국의 경우는 명예훼손 기소 건이 연간 1건도 채 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간 200여 건에 해당한다"면서 "대부분 정치적 이유에서 기소된다. 약자가 비판하는 권력자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명예훼손은 공직자들이 자기 정책에 대한 비판자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선진국에선 사문화됐다. 우리나라도 이제 폐지를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야 대통령 비판을 명예훼손이라고 기소한다 해도 법관마저 아무 생각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면 이렇게 된다는 냉각 효과, 입을 봉하는 효과를 불러온다"며 "한 마디로 법을 통해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제작자인 사회활동가 박성수(42.전북 군산) 씨가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지역사회 교수, 변호사, 언론인, 인권단체는 이 사건에 대한 쟁점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 자유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9개 단체는 28일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논하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는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류제모(40.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 변호사, 패널로는 서창호(42)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김일우(34) <한겨레신문> 기자, 이대동(44) '포럼 다른대구' 대표가 참석했다. 객석에는 이재동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과 최병우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시민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4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류제모 변호사는 "박 씨를 기소한 검찰의 주된 주장은 박 씨가 전단과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과 정윤회가 연인관계에 있다',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라며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추론과 현 시국에 대한 의견표명에 지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기소해 표현의 자유의 정당한 행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인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박 씨는 현 정부 정책과 국정운영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해 그 신념과 의지에 따라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는 "대통령 비판이 명예훼손이 되는 나라, 대통령을 비판한 국민을 구속하는 나라. 현재 한국의 실상"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적 발전 척도와도 맞닿아 있지만 정권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진영논리로만 해석해 대통령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혐오세력으로만 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정치검찰도 퇴행적인 모습만 보여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김일우 <한겨레신문> 기자는 "지난 2월 박 씨가 제작한 전단이 대구에서 뿌려졌을 때만 해도 이 사건이 크게 번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박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경찰이 사건을 수사한다 했을 때 이례적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게다가 "박 씨가 주거지 없이 돌아다니며 유인물을 배포하고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구속까지 하는 것을 보고서는 기존의 명예훼손 건과 상식선에서 매우 벗어나 있다고 봤다"면서 "대통령 사건이기 때문에 검경이 정치적으로 사건을 풀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대동 '포럼 다른대구' 대표도 "박성수 씨 사건으로 앞으로 우리는 대통령 비판을 할 때마다 자기검열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검경이 조성한 공안적 공포 분위기로 침해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씨의 개 사료 살포나 전단 제작은 현 정권에 대한 풍자적 비판에 지나지 않지만 정권과 검경은 무조건 배후세력을 찾으려 한다"면서 "국민의 자발적 비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공안적 시각으로 또 다른 박성수 씨를 찾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앞서 4월 30일 박 대통령 비판 전단을 만들어 배포한 박성수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박 씨는 올 초 박 대통령 비판 전단 3만여 장을 제작해 이를 서울과 부산, 군산, 대구 등 37곳에 배포하고 전단 내용을 트위터에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4월 21일 경찰 '과잉수사'를 규탄하며 대구 수성경찰서에 개 사료를 뿌렸다. 일주일 뒤에는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 비판 퍼포먼스를 하다 미신고 옥외집회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 이후 박 대통령 전단 제작 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은 대구 수성경찰서에 신병 인수됐다. 경찰은 박 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대구지방검찰청 형사 제1부(검사 박순배)에 송치했다.
검찰은 4월 30일 "박 씨가 출판물과 트위터로 박 대통령과 정윤회 염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법(정영식 판사)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행위가 상습적이고 도주와 증거 인멸, 재범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박 씨는 대구구치소에 구속돼 있다.
박 씨가 제작한 전단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또 "정 모 씨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 자리 돌려줘"라고 적혔다. 대부분 종북몰이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편 박 씨에 대한 변호는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 소속 김미조, 류제모, 이승익 변호사가 맡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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