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췌싱, 한자음으로 '소확행(小确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로서, 경제 침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늘날 대만(타이완)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 최근에는 작가, 예술가, 학자들에 의해 대만의 사회 문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고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소확행'은 현재의 대만을 보여주는 문화적 상징어가 되고 있다.
'소확행'은 사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사용한 용어다. 그는 2002년 발표한 <랑겔한스섬의 오후>라는 산문집에서 1970~80년대 버블 경제 붕괴로 인한 경제 침체 시기에 힘들게 보냈던 경험을 토대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를 담아 이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고, 현재 대만인들에 의해 이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재 대만의 사회상과 그로 인한 대중의 정서에 이 용어가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자본주의 발전이 정체되면서, 월급의 감소, 사회 보장 제도의 축소, 생산 활동의 위축, 초과 근무, 실업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확행'은 깊은 무력감에 빠진 개인과 대중이 바라는 꿈이 됐다. 동시에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며 절망감에 빠진 청년·중년 세대의 좌절과 고통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만 동해대학교의 자오강(赵刚) 교수는 소확행은 이상(理想), 꿈(夢想), 미래(未來)를 상실한 오늘날 대만 젊은이들의 자괴감과 함께 실리 추구적인 정신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대만의 사회 심리적 전환은 내부적으로는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 사회적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했고, 외부적으로는 중국(대륙)의 경제 발전과 그에 따른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나타났다. 2008년 민진당에서 국민당으로의 두 번째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마잉주(马英九) 정부가 들어섰다. 동시에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기점으로 '일어서겠다'(평화굴기, 平和崛起)는 중국의 모습은 이제 당면한 현실이 되었다. 대만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모습이 '중국 위협론', 즉 "너(중국)는 정말 커서, 나(대만)는 정말 겁이 난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대만 사회의 '소확행' 심리는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대만 사회 내 누적된 정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내부의 힘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분산되어 있는데, 1990년대 민주화 이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러 정치 사회적 운동들로 인해 대중들의 피로감이 쌓여 갔다. 이에 통일파와 독립파 간의 지속적인 대립과 각 정파 및 정당 내부의 당파 투쟁에 대한 조소와 비판이 이어졌다. 이러한 대립 과정에서 대만인들에게 탈정치화 현상이 확대됐고, 이와 함께 '소확행' 심리가 싹트는 환경이 조성됐던 것이다.
지난 5월 3일 중국과 대만이 공동개최하는 '양안경제무역문화논단'이 상하이에서 열렸다. 중국 국민당 주석 주리룬(朱立伦)이 처음 중국을 방문하고,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기도 한 이 회의에서 통일파의 대만 신당(新黨) 청년단장 양스광(杨世光)은 현재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대만 청년 세대의 심리를 재밌는 비유를 들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딸기족(연약하다는 의미로)으로 불리는 젊은이들은 사과(미국, 애플사 상징)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석류(값싼 과일)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하루 종일 여주(쓴 맛 나는 과일)의 얼굴상, 즉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국민당 청년노동자총회의 회장을 지냈던 쩡원페이(曾文培)는 논단에서 대만 학생들의 부정적인 정서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실업률, 저임금 및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것이라면서, "대만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대륙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에 따른 고통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직 안정된 직업을 갖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소극적인 생활태도를 반영하는 의미의 '소확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의 '소확행' 심리의 확산을 우려하고,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쩡원페이는 "사실 대만 청년들은 융통성을 갖고 있으며, 창의력, 시대의 트렌드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단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와 정부나 사회의 배려가 부족할 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대만 지식인들은 양안 교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중국이 충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一带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와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창립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대만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결국 양안 교류의 최종 목표인 통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통일파 정치인 양스광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융합은 청년들에게 달려 있다. 양안 정부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들이 희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희망이 있어야 변화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이러한 시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양안 교류 확대를 반대하는 정파는 대만 젊은이들의 소소한 꿈인 '소확행'을 실현하기 위해서 양안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기능할 때 비로소 대만 젊은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蔡英文)은 지난 2.28 사건 기념식에서 자신이 만일 2016년 총통선거에서 당선되면, 탈중국화 노선과 대만 독립 정책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면서, 대만 독립이 곧 대만인의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국 중국에 맞서고 있는 지금 대만에서는 통일파와 독립파 사이의 대립과 갈등 문제가 사회 문화적 현상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광수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사회인문연구소에서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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