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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는 아이의 입맛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텃밭 가꾸기, 입맛을 철들이다

"아빠, 상추하고 쑥갓하고 치커리 모두 함께 싸줄게요."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와 동네 가게에서 사 온 삼겹살로 저녁을 먹다가, 난생처음 딸아이가 싸주는 쌈을 받아먹었습니다. 엄마에게 밀려 두 번째이긴 했지만 '아이가 벌써 이렇게 자랐나'하는 생각과 '나는 부모님께 쌈을 싸 드린 적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순간 교차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쌈을 싸 주었다는 사실보다 신기한 것은, 전에는 그렇게 먹이려고 노력해도 한두 번 먹고 말거나 맛이 없다고 뱉어내던 상추, 쑥갓과 같은 채소를 아이가 스스로 먹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흙과 친해지게 해줄 요량으로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아이의 입맛을 바꾼 것이지요. 매일 저녁 마을농장에 가서 물을 주고 지주를 세워주면서 채소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다 보니, 아이의 속내에 뭔가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편식을 해서 고민이라며 한의원을 찾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감기를 오래 앓은 것처럼 질병 이후 몸이 약해지고 위장기능이 떨어져서 생긴 경우도 있지만, 나쁜 습관에 의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뭐든 먹이기는 해야 하는데 아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이다 보니 식성이 그렇게 굳어진 것이지요. 이렇게 먹으면 열량은 채워줄 수 있지만,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없게 되어 아이가 잔병치레를 자주 하거나 성장에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번 자리 잡은 식성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부모들은 어떻게든 고쳐주려고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와 승강이를 벌이게 되어 양측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즐거워야 할 식사가 괴로워집니다. 결국, 아이는 먹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훗날 과식, 편식, 폭식 혹은 거식증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상담하다 보면 성인 환자 중에서도 유난히 입만 즐겁고 영양은 부족한 음식을 즐겨 먹어 건강을 해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식성은 아마도 어릴 적부터 이어졌거나, 즐겁지 않았던 식사시간의 나쁜 경험 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식성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여러 음식을 자주 접하게 해주거나, 안 먹으면 굶기는 것과 같은 엄격한 밥상머리 교육이 당장 떠오릅니다. 저는 아이에게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밥상에 놓이게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텃밭 가꾸기가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텃밭 가꾸기는 좋은 가정 교육입니다. ⓒ연합뉴스

흔히 요즘 아이들은 음식 귀한 줄 모른다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온갖 음식이 가득 쌓여 있으니까요. 이걸 두고 귀하다고 표현하는 게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이지요. 하지만 텃밭에 나가 직접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는 걸 지켜보고, 그 씨앗이 자란 것을 수확해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아이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 시작할 것입니다.

음식이 마트에서 쉽게 구해 엄마가 만들어주는,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라 아이의 세상으로 들어온, 말하자면 나와 상관있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직접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채소의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현장을 아이에게 경험하게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음식과 친해지다 보면 아이는 자연히 음식 귀한 것도 알게 되고,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음식과 입만 즐겁게 하고 속을 괴롭게 하는 음식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모든 질병은 아니겠지만, 꽤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어제저녁 딸아이는 '아욱은 왜 뜯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잎은 작지만, 맛과 향이 더 좋아 어머니가 보내주신 씨를 뿌린 것이 이제 아이 손바닥보다 조금 작게 자랐습니다. 그래서 며칠 후에 뜯어다가 국을 끓여 먹자고 했습니다.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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