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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좀비들', 호남을 '좀팽이'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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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좀비들', 호남을 '좀팽이'로 만들다

[기자의 눈] '호남 민심' 최악? 수도권은, 영남은?

호남 민심의 정체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조국 교수는 <한겨레> 기고를 통해 호남 개혁 방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 (관련 기사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요구하는 것 세 가지) 문제는 이 관점을 넘어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호남 개혁과 별도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 처한 상황을 조망해보자.

4.29 재·보선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야권에 독이 됐다. 첫째 문제는 모두가 공감하듯 '전패' 자체의 문제다. 둘째, 호남 1곳-수도권 4곳의 선거 결과를 내년 총선, 대선으로 연결짓는 섣부른 판단을 촉발시켰다. 여기서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 '호남 민심 잡기'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다.

초미니 재·보선 결과 침소봉대

초미니 재·보선 결과가 드러낸 몇 가지 당의 취약점을, '호남 홀대론'의 격발 장치로 삼고 몇몇 인사들이 집요하게 이용하고 있다. 거기에 당이 통째로 휘둘린다. 그들은 보통 '비노'로 불리고 '호남의 대변자'로 불린다. 그 과정에서'종합 편성 채널(종편)' 등 보수 언론들이 간악한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이 글에서 일단 논외로 하겠다. (관련 기사 : 종편이 낳은 '동교동 좀비들'부터 물갈이하자!)

북 정읍이 지역구인 유성엽 의원이 "공천 혁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퇴를 선언한 전남 여수 출신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위원장을 맡기자"고 문재인 대표의 면전에서 주장했다. 자,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렸해진다. '공천'이다.

원혜영 의원이 중심이 된 공천 혁신 추진단이 공천 혁신안을 내놓은 게 4월 중순이었다.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국민 60%, 권리당원 40%' 경선에, 전략 공천은 20%로 못박았다. 이 안마저 현역 기득권 호남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언론의 비판이 나왔지만, 호남 의원들은 "그것도 부족하다"고 하는 꼴이다. 볼썽사납다.

더 참담한 것은, 일부 호남 의원들이 재보선 패배를 호남 패배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 대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재보선 문제를 '호남 vs. 친노' 갈등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것이 고작 '공천룰 변경 참여권'이다. 천정배의 당선이 공천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말인가. (물론 공천은 실패했다. 무소속 출마, 즉 해당 행위 경력자를 당의 선수로 내보낸 것이니.)

이런 공천 싸움이 '호남 민심'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언론에 전달된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호남 의원들은 무소속 천정배 당선에 책임이 없나? 호남 유권자들이 문재인과 친노 패권주의를 심판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호남 정치가 친노 패권주의를 심판하는 것이 지금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제1의 과제인가?

이들은 특히 '분열의 언어'를 적극 구사한다. 이른바 '비노', '호남'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분당의 조짐으로 읽힐 수도 있다. 실제 몇몇 당내 인사들은 '분당'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들은 '호남 민심'에 별 관심이 없다. 기득권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야권이 분열하더라도, 호남에서 살아남으면 된다는 인식이 '분당론'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런데, 언론에 거명되지 않은 대다수 호남 의원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왜 침묵하고 있는가? 왜 호남의 대표성을, 당 대표를 지낸 특정 정치인의 색깔이 짙은 일부 '호남 내 소계파'에 넘겨주고 있는가?

호남 민심 비상? 수도권, 영남 민심은 괜찮은가?

'친노 패권', 문제인 것은 맞다. 말의 뉘앙스가 격해서 그렇지, 이 문제점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심지어 문재인 의원도 공감한다고 한다. 그런데 '친노 패권주의'(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없어,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용한 말을 그대로 쓴다) 타파를 주장하는 호남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영남 민심은 괜찮나. 호남 민심만 잡으면 대권이 눈앞에 보이는가.

2004년, 2006년 열린우리당의 패배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호남 유권자들은 결국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을 만들어냈다. 분열의 정치를 그만 두라는 것이 '호남 민심'의 요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눈을 돌려야 할 곳은 오히려 수도권 그리고 영남이다. 수도권 민심을 토대로 '친노 패권주의'든 '문재인의 전횡'이든, 친노 세력의 이기주의든, 가열차게 비판해야 한다.

오히려 관악(을) 지역 선거 결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 4곳 전패인데, 1곳의 문제만 부각시켜 '계파 정치'를 하려는 세력은 '친노 패권주의'를 제 이익 관철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무소속 천정배 당선, 즉 광주 서(을) 패배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인사들이 그렇다.

호남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를, 정동영 후보를, 문재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총선에서 매를 들더라도, 결국 그들은 '통합'의 리더십을 원한다. 그리고 이들은 영남에서, 수도권에서 '먹히는' 리더십을 원한다. 밖에서 잘하는 '자식'을 밀어준다. 호남 잡고 영남·수도권 잡자? 영남·수도권을 잡으면 호남은 자연히 잡게 된다.

지금 '호남 민심'을 부르짖는 인사들은, 호남 유권자들을 자꾸 '좀팽이'로 만들고 있다. 만약 호남당 만들고 싶다면, 만들어라. 호남 민심의 '진가'를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총선, 대선에서 새정치연합과 함께 패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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