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지켜줄 장군이 없다
이 나라 국민들은 슬프다. 자신들을 지켜줄 장군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요체 그리고 좋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좋은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주의가 도탄에 빠지고 정치가 엉망으로 되고 있는 핵심적인 요인은 좋은 대표를 뽑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이 땅의 정치를 바꾸고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바로 좋은 야당을 장군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정치 구도는 항상 국리민복은 도외시한 채 이전투구, 도긴개긴 자기들끼리의 정쟁으로 전락함으로써 국민들은 식상했다. 식상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줄 장군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슬픈 국민이다.
이번 성완종 사건은 '잘못된 로비 정치인'의 문제로서 본인들도 그 로비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국민 모두 그 사실을 명백하게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은 전가의 보도인양 정권 심판론만 주창하면서 '남 탓'만 했다. 국민의 눈에는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기이다.
백약이 무효다
우리의 야당은 모든 문제를 정쟁화하고 희화화한 채 편을 갈라 오로지 자기 진영의 소수 마니아들을 선동하고 뭉치게 하는 재주와 능력의 면에서는 참으로 탁월하였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회피한다. 세월호 문제만 해도 유일한 승부는 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라는 카드를 걸고 투쟁했어야 했다. 그러나 야당은 한 번도 승부다운 승부를 펼친 적이 없다. 현실에 안주하면서 그저 체면치레, 보여주기 쇼로 연명해 왔다.
심지어 어떤 야당 간부는 억지로 총리에 임명된 '비타 500' 이완구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 전에는 야당 중진이 홍준표에게 '화이팅'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니 야당성까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야당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모습은 선거 중독자 그것이다. 항상 선거만 생각한다. 더구나 야당의 존재가 희미해질 무렵만 되면 때를 맞추어 보궐 선거가 이어진다. 이에 오랜 기간 관성화된 야당은 정치 공학과 선거 공학의 분야에서만 특별하게 비대화하였다. 국민은 오로지 표로만 간주된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난공불락의 야당의 성은 독점적으로 구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디 출중한 인물, 좋은 사람도 많았건만 일단 의원으로 진입하고 나면 모두가 하나같이 그 밥에 그 나물로 되어버렸다.
혼돈으로부터 비로소 개벽이 열린다
마땅히 힘을 가진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포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적이 거의 없다. 현 야당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가 바로 대단한 자리 욕심이다. 이는 얼마 전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프레시안> 인터뷰 기사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다.
"보수층 흉내 내기로 그냥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캠프 당시에는 자리 싸움은 아주 치열했다. 누가 외교 안보를 주도하느냐, 자문단은 누가 이끄느냐, 차기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은 누구고, 장관은 누가 가느냐 등등 경쟁과 다툼이 심했고, 목소리 큰 특정한 사람들이 주도했다." (☞관련 기사 : "서해교전 대패, 해군 기강 문란이 진짜 원인이다")
그러면서 항상 과거에 대한 향수로 '과거 회귀' 방식으로 일관하였고 수세적으로 노무현 지키기에만 급급했으면서도 정작 현실에 대한 해결책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각자 분립하여 다시 큰 강에서 만나라
백약이 무효다. 반성할 기미도 없고 크게 개혁할 의지도 없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열두 척이 아니라 백 척도 더 남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위기 뒤에 찬스가 있다. 혼돈이 있고서야 비로소 개벽이 있고 통일이 오는 법이다. 이제 각 정치 세력이 선의의 경쟁으로 분립하여 각자 발전을 도모하는 길만이 남아 있다. 노동을 강조하는 세력은 노동으로, 환경을 중시하는 세력은 환경으로, 호남을 주창하는 세력은 호남으로 각자 나아가서 실천하는 것이다. 연후에 다시 모여 큰 강을 이룰 수 있다. 지금의 구불구불 가느다란 강은 큰 강으로 성장할 수 없다.
천정배, 호남당
천정배가 광주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광주만이 아니라 전 지역에서 호남 출신들이 야당을 '포기'하였다. 이제 호남은 총선에서 따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대선은 그때 가서 다시 조성된 형세에 의거하여 창조적으로 '통일'을 이루면 된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계승하되 DJ에만 갇히지 말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 시대정신과 사명감으로 뭉친 세 명이 능히 나라를 구할 수 있다. 한 점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