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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언제는 그토록 '사드 타령' 하더니…

[정욱식 칼럼] 북한의 SLBM, 호들갑과 경각심 사이에서

한마디로 호들갑이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 대한 보수 언론의 반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조선>은 11일자 사설에서 "악몽(惡夢)이 현실로 닥쳤다"며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면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사드 모두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다가는 어느 순간 이 나라, 이 민족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종말론적 예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같은 날 <중앙>도 사설에서 "(북한이) SLBM 보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북한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이를 두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명명했다. 특히 "KAMD와 킬체인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대응책의 "출발점은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 역시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면 하늘과 땅은 물론이고 바다에서도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착수","이지스 구축함을 늘려 동·서·남해에 상시 배치", "소나(음파탐지기) 성능이 우수한 차기 해상초계기를 도입해 대잠(對潛) 조기경보체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토록 사드 타령하던 조중동이

이들 언론 논조의 공통점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SLBM 전력화 시기를 1~2년 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SLBM을 전력화하면 한국에겐 '존재론적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킬체인과 사드를 비롯한 MD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당수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북한이 SLBM 전력화를 시도하더라도 5년 안팎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SLBM를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 즉 3000톤 급 이상의 잠수함 확보인데, 북한이 이 정도 규모의 잠수함 건조에 착수했다는 정보는 아직 없는 상태이다.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은 킬체인과 사드를 비롯한 MD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개탄한 점이다. 조중동은 킬체인과 MD의 비효율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일축하면서 조속한 전력화를 촉구해온 대표적인 매체들이다. 특히 사드가 없으면 대한민국 안보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일체의 반성도 없이 이들 무기는 무용지물이 될 터이니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다.

대안이 될 수 없는 대안들

<조선>은 "한·미의 무기력·무대책이 지금껏 북의 핵·미사일 위협을 키워왔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뭐가 무기력하고 대책이 없었다는 것인지는 일체 언급이 없다. 제2의 한국전쟁을 각오하고서라도 북핵을 선제공격했어야 했다는 말인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중앙>과 <동아>의 대안은 더욱 한숨짓게 한다. <중앙>은 한미일의 긴밀한 정보 공유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를 가장 반색할 나라는 일본이 될 것이다. 북한 잠수함 감시를 이유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인근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SLBM 동향도 작년에 체결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의 대상이라며, 일본 자위대의 작전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동아>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 이지스함 및 해상 초계기 증강 등 대규모의 해상 전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런 전력을 구비하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다. 남한이 이런 전력을 갖추더라도 북한은 조중동의 표현처럼 이들 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방사포나 단거리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아>는 아마도 해상 전력이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경각심은 어디를 향해야 하나?

물론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북한의 SLBM 보유 시도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한미일 삼각동맹과 대규모의 군비증강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자해적이라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일단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서 북한의 SLBM은 결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둘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SLBM을 포함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한미연합전력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미동맹은 이미 북한의 SLBM 대응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LBM 그 자체를 무력화할 군사력은 부족하더라도 종합적인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장사정포를 요격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런데 왜 수십년간 북한은 장사정포로 서울을 공격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북한이 장사정포로 서울을 공격하는 순간 평양도 불바다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SLBM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또 하나는 한반도의 지정학이다. 북한이 남한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핵무기로 선제공격하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북한의 SLBM을 대수롭지 않게 보자는 뜻은 아니다. 호들갑을 떨면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말려드는 격이라는 취지의 얘기이다.

북한의 SLBM 전력화 시기를 5년 후라고 가정하면,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지난 7년간 해왔던 것처럼, 대북 협상은 외면하고 대북강경책과 군비증강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 정책을 더 위험한 형태로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 가지 접근을 융합하는 것이다. 첫째는 단호하면서도 절제력 있는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한반도의 지정학을 한국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끝으로 조속한 대북 협상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능력이 강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동결을 도모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다. 핵물질이 늘어날수록 북한은 핵 투발 수단을 다양화, 다종화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6자회담이 중단된 2009년부터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고 오늘 이 순간에도 원자로는 돌아가고 있다. 이걸 멈춰 세우는 게 북한의 핵무기 장착 SLBM 전력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평화적인 '게임 체인저'가 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건 바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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