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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문제, '보이지 않는 손'을 자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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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문제, '보이지 않는 손'을 자르라

[기자의 눈] '열린우리당 체제' 못 벗어나면 문재인 '미래'는 없다

"친노패권주의(親盧覇權主義)"라는 말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29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있지만 친노(친노무현)패권주의를 (원인으로)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 친노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해 있다"며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겠다면 패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문재인 대표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최고위원회의는 즉각 논쟁의 장이 됐다. 문 대표의 표정은 굳어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반박했다. 그는 "이번 참패 원인은 호남, 친노, 그리고 계파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라며 "진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패배 핵심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금 친노가 어떠니, 호남이 어떠니 하는 남 탓, 네 탓으로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며 "지금은 선명한 야당의 깃발을 들 때"라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후 새정치민주연합에 '계파 갈등'이 본격화됐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친노 패권주의, 이런 말을 들으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면전에서 본인이 가장 아파하는 말을 직접 들은 문 대표의 심경은 오죽했을까. 문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어찌됐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현실"이라며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결국 털어내진 못한 것 같다. 본인도 인식하고,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도 인식하고 있는 그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바로 재보선 참패다. 왜 안되는 것일까?

'열린우리당 체제' 못 벗어나면 문재인은 '아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는 복잡하다 말할 수 있다. 당직자들, 의원들, 기자들이 모이면, "누구는 어디 계파로 봐야 한다", "아니다 요즘은 어디 계파로 갔다", "OOO계파와 XXX계파가 중첩된다", "△△△계파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난무한다. 정치인의 계파를 규정하는 문제로 난상 토론이 벌어진다. 결론도 없다. 허무하다.

계파의 실체가 없으니, 계파 문제가 매번 불거진다. 언론이 이를 '친노 패권주의'라는 프레임으로 매만지고, 당 안에서는 이를 재인용, 반대파를 공격하는데 사용한다. 계파는 점점 괴물이 돼 간다. 문 대표의 측근 전해철 의원은 이를 "악의적 프레임"으로 규정했지만, 있는 것을 없다 할 수는 없다.

계파 문제는 야당이 새누리당보다 못한 '낡은 정당'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계파 논란'이 '열린우리당' 체제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지금, 여기에서 야당의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문제가 된다. '난닝구 빽바지' 논란은 물론 2003년 분당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게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이다. 낡았다. 낡아도 너무 낡았다. '열린우리당 체제의 끝자락',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영원히 과거에 갇힐 수밖에 없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게 정치판이다. '호남 정치'의 실체라는 것도 사실 실체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아전인수적 해석과 분석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동교동계'가 호남을 대표하는 주요 정치 행위자로 부상하는가 하면, '고문급' 어르신들의 '삐침'의 정치가 정국을 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 모든 낡은 것들을 이용하며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것은 호남의 '정치 토호'들이다. '친노패권주의'와 '호남소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인들의 행태에 유권자들이 지쳤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친노패권주의는 그 실체가 있건 없건, 현실이 됐다. 문 대표는 억울할 만도 하지만, 당대표 경선 때 숱하게 언급했던 '친노 해체'를 이제는 단행할 수밖에 없다.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다.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다음에는 '비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삼철이(전해철 의원·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로 대표되는 측근 그룹이다. 이미 일부 언론은 이를 거론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들도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문 대표의 '비선 실세', 혹은 문 대표의 '보이지 않는 측근'들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표의 메시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되는 지 알 수가 없다"는 당직자들의 푸념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인 이춘석 의원은 "전략은 역시 당대표 측근이 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선'이 사라지고 '비선'이 판치는 현실에 대한 씁쓸한 지적이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람, 제도, 정책, 당의 운영 방식까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신뢰'의 문제다.

계파를 해체하겠다고 끊임없이 되뇌였던 게 문 대표인데, 또 다시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인가. 문 대표는 신뢰를 잃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않게 됐다. 이날 문 대표가 광주를 찾은 것도 급하게 결정이 난 듯한 인상이다. 최고위원들이 당대표의 광주 방문을 일방적 통보로 알게 됐다는 것은 그런 '보이지 않는 측근'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한다. 광주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언급한 문 대표의 말을 무겁게 들을 사람은 없다.

문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당원들에게 꽁꽁 숨겨왔던 측근들을 공개하고, 그들을 내쳐야 할 때다.

한 정치 전문가는 재보선 참패를 두고 "오히려 문 대표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문재인 이름 석자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꾼다면, 오히려 재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어설프게 이겼다면 변화의 기회도 놓쳤을 것이다. 당을 살리기 위해 대권 행보를 중단하라는 이른바 "대선 불출마 선언" 요구가 너무 가혹하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야권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기 전에, 문 대표가 먼저 행동해야 한다. 비선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고, 있다면 공개한 후 도려내야 한다. 스스로 몸을 던지고 희생할 때,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법이다. 말의 성찬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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