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7월 1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각의(내각) 결정을 내리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일본의 재무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는 '한중 역사 공조'를 통해 '한미일 군사 공조'에 균열을 내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각'을 세우면서도 군사 협력에서는 사실상 '손'을 잡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전문가들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10가지 미신'이라는 제하의 글을 7월 10일 자 <더디플로맷>에 게재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과 한미일 군사 협력에 깊숙이 관여해온 제프리 호닝 호놀룰루 대학 교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반대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언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태평양을 사이에 둔 것만큼이나 인식의 차이를 느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지자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 사람 주장의 요지를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덧붙여봤다.
10가지 미신?
첫째는 "자위대의 역할과 임무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한다. 두 전문가는 "구체적인 변화는 올해 가을이나 내년 봄 일본 의회의 입법화 이후에 드러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자위대의 무력 사용은 △일본 국가에 분명한 위협이 있거나 일본 국민들의 헌법적인 권리가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격을 격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무력 사용은 최소한의 한도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자위대의 무력 사용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미·일 동맹에서의 역할도 병참 지원과 미사일 방어(MD) 및 대잠수함 작전 등 방어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는 "일본의 군사력이 외국 전쟁에 투입될 것"이라는 인식도 오해라고 한다. 이들은 "아베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해외 전쟁에 일본이 개입하는 것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점을 강조하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더라도 "일본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한" 전수방위, 즉 오로지 일본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셋째는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협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 투입될 수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소개하면서 "이는 일본 정부의 해석과 전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자위대가 한국 정부의 협의 없이는 한반도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넷째는 "아베가 평화헌법 정신을 저버리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비판자들은 집단적 자위권이 헌법 9조와 완전히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린과 호닝은 일본 내각법제국이 1954년 이래로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일본도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최소한의 방어"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위협 환경과 기술의 변화함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최소한의 방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강변한다.
다섯째는 "이번 결정이 비민주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에 관한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비판은 일본 안팎에서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전문가는 아베 정권이 두 달 동안 11차례의 연립정부 내 협의를 거치고 수시로 언론과 국민에게 알리는 등 "놀라울 정도로 투명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앞으로 자위대법과 해안경비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입법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여섯째는 "이번 결정이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도 오해라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은 개헌을 위해서는 일본 의회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가까운 미래에 개헌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곱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일본 재무장으로 이어질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이 타국에 대한 전쟁 개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에 따라 "자위대의 군사력 증강이나 군사 태세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여덟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도 기우라고 한다. "미·일 동맹의 능력이 강해지고 보다 대등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 자체가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미·일 동맹의 강화는 미국-소련 양극 체제 종식 이후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 증대 등 "아시아의 도전에 대한 대답"이라며 이는 "억제와 안정, 그리고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아홉째는 "일본 국민 대다수가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인 과반수가 집단적 자위권이나 개헌을 반대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과반수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지지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이 "과거와의 결별은 걱정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인식시키면 일본 여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끝으로 "아시아는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 및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지만, 아시아 전체를 보면 판세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이미 지지 입장을 밝혔고, 동남아의 상당수 국가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사적으로는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미신이 아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 단순히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입장을 비교적 정확히 대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입장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전문가들이 미신이라고 열거한 10가지 문제는 상당 부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근거들이 있다.
우선 집단적 자위권 발동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일본 국가에 대한 명시적인 위협과 일본 국민들의 헌법적인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는 구절 자체가 대단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이 갈수록 세계화되고 안보 문제도 초국가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일방적, 자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한 전수방위에 충실하겠다던 일본 자위대의 해공군력은 이미 세계 5위권 안팎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면 군사력 행사 범위와 군사력의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동북아 국가들은 반대 의견이 강한 반면에 비교적 먼 나라는 방관하고 있거나 지지하는 것도 결국 일본과의 지리적 거리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다. 옆 나라가 재무장하는 것과 먼 나라가 재무장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은 결코 이 문제의 본질을 잘 몰라서가 아니다. 헌법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달리한다면, 그건 결코 민주적 헌정주의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미·일 양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수도 없이 강조해왔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데에는 '일본이 평화국가와 결별하려고 한다'는 정체성의 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집단적 자위권 문제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미·일 동맹의 강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다. 중국이 과거에 미·일 동맹의 필요성을 내심 인정한 데에는 일본 재무장을 억제하는 '병마개' 역할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그 병마개가 열린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일 동맹 사이의 전략적 불신과 군비경쟁의 위험성은 더 커졌다. 이 점이야말로 집단적 자위권이 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사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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