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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시민들이 무슨 죄라고…"

[2015, 이제는 평화] 한반도 사드 배치, 무엇이 문제인가 ④ 미군에 쫓기고 쌍용차에 치이고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최근 논란이 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내 배치 문제를 다루는 4편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드 문제를 기존의 '국익'과 '안보' 관점에서 벗어나 '평화'의 관점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문제의식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강박증과 공포감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드립니다.


▲ 지난 2006년 행정대집행을 위해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모인 경찰 ⓒ프레시안

평택이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 방어) 배치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을 해결해야 할 정부는 미군 측에서 '요청'이 없어서 '협의'가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면서 '3 NO' 입장만 고수하고 있고, 애꿎은 평택시민들만 좌불안석이다.

박근혜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총대를 메고 사드 배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시스템(MD, Missile defense)에 참여하겠다면서 실용적인 경제·군사외교를 주장하지만 이렇게 갈팡질팡하다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드는 사거리 1000km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무기로, 대부분의 탄도 미사일이 사거리 500km 이하인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어렵고, 설령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한다 해도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결국 사드 배치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는 데 있는 셈이다.

최근 미국의 연이은 경제 상황 악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은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을 입안하고 아시아 지역에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는 중국의 맞대응으로 미-중간의 신(新)냉전이 도래하고 있고 사드 배치가 기폭제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순간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방패를 뚫기 위해 북한, 중국, 러시아는 더욱 강력한 창을 개발할 것이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과 한국은 더 강력한 방패와 창을 보유하려 할 것이다. 결국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평택은 2004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와 경기 북부에 있던 미2사단을 이전하겠다는 미군기지 확장 발표와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농사를 하늘이 내려준 업으로 여기며 평화롭게 고향 땅에서 살고 있던 농민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 땅을 미군에게 주기로 했으니 '국가안보', '한미동맹'을 위해 고향 땅에서 나가라"며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고, 이에 항의하는 농민들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내쫓아버렸다. 이로 인해 마을 공동체는 산산이 파괴되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픔은 치유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만 해온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며 보란 듯이 어버이날에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하였다.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자녀들에게 축복받아야 할 노동자들에게 참으로 잔인한 날이었다. '해고는 살인'이라며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에게 노-노 간의 대립을 유발하고, 결국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노동자들을 짓밟고 말았다. 해고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26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우리 곁을 떠났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고자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두 사건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당사자'들과는 단 한 번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방적인 결정으로 당사자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고, 정부의 무책임함에 그 상처는 곪아 썩어가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사드 배치 유력후보지로 평택이 거론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번에도 국가안보, 한미동맹을 위해 평택 시민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셈인가!

사드 운용에 필요한 레이더를 설치하려면 축구장 4배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레이더 정면을 기준으로 전방 5.5㎞ 거리까지는 어떤 시설물도 없어야 한다니 그로 인해 발생할 재산상 피해는 오롯이 평택 시민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평택 시민들은 이미 지난 60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는 미군 전투기, 헬기 소리에 고막이 찢어지고 천장이 내려앉아도 끽소리 못하며 살아왔다. 군용항공기의 소음을 규제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법 제정을 과다한 예산 소요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온 정부 때문에 매번 민사소송을 통해 하루 1500원~3000원의 쥐꼬리 보상금을 받고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인색한 정부가 수조 원에 달하는 도입비용과 유지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려는지 모르겠다.

설사 사드 배치가 국가안보, 국토방위에 0.0000001%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왜 평택시민들만 국가안보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부는 답해야 한다. 평화는 총, 칼이 지켜주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진정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 세계의 안정과 평화라면, 군비축소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선택은 너무나 쉽고 간단한데 왜 자꾸 거꾸로만 가려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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