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국방·외교 분야를 바라보는 평화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최근 논란이 됐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내 배치 문제를 다루는 4편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드 문제를 기존의 '국익'과 '안보' 관점에서 벗어나 '평화'의 관점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문제의식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강박증과 공포감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드립니다.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 논란이 한창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대기권 중상층 고도(40~150km)에서 다른 미사일로 요격하여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어떠한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 참으로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국제관계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상대방은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을 다시 개발할 것이다. 상대방의 방패가 방패로 인식되지 않고 자신을 위협하는 또 다른 창으로 인식되면 오히려 공격적인 방패를 개발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드의 핵심인 X 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1000~2000km에 이른다는 것을 안 중국은 한중관계에 크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 배치가 중국에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고어 모순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때가 있겠는가 싶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를 '안보 딜레마'라고도 한다.
안보딜레마의 최대 희생자는 국민이다. 우선 당장 사드 1기를 구입하는데 1조 원이 들지 2조 원이 들지 모를 일이다. 사드를 운용하는 비용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인데,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지 않고서야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또한 이러한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어 상호 대결국면이 펼쳐지면 X 밴드 레이더 기지가 있는 지역은 상대국의 최우선 공격목표가 될 것이고,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은 송두리째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사드 배치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해 비공식 부지 조사(평택, 원주, 부산 등)를 진행했다는 공세적인 발표가 이어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누가 누구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종심이 짧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고고도 지역방어체계인 사드가 별로 한국 방어에 유용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이른다면,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더욱 귀가 기울여지기만 한다.
나아가 2012년 한국과 일본이 군사보호협정을 체결하려다가 국민의 반발에 부딪히자 2014년에는 미국을 끼워 넣어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러한 의구심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발전한다. 북의 미사일 발사를 한국이나 일본에 배치한 레이더로 추적하여 그 정보를 미국 본토 방어용 미사일 방어체계에 전달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군사정보가 미국을 경유하여 군사 대국을 준비하는 일본에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한미일 간의 군사정보 공유'라는 방패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에는 삼각군사동맹이라는 창으로 인식되어,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촉진하는 새로운 안보 딜레마로 상승작용할지도 모른다.
국군의 사명을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음에도 상호무력행사를 약속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조차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할 것을 약속(제1조 전단)하고 있고, 국제연합의 목적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후단)하고 있는데도 현재 미국에 의해 공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드 논의가 충실한가도 살펴볼 일이다. 결국 동북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물어보나 마나 한 얘기일 것이다.
안보 딜레마에 의해 초래될 평화적 생존의 저해 현상을 우려하여 1984년 유엔 총회에서는 인류의 평화적 생존이 인권임을 선언하였다. 더불어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에서는 이를 구체화하고 안보 딜레마 상황을 없애기 위하여 군축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권 선언 초안을 작성한 바 있다. 어떠한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또는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인간의 안전이 저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온 국민의 평화로운 생존을 위해서도 누구를 위한 논란인지 모를 사드 논란을 이제는 접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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