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윤모 씨를 통해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1일 도의회 본회의에 출석, 신상 발언을 통해 도의원들에게 사과했다.
홍 지사는 이날 "최근 성완종 리스트 연루 사실 자체에 대해 도의원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산적한 도정을 앞에 두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진실은 언론재판에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절차에서 앞으로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긴 여행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도 있고 가시에 찔릴 때도 있고 생채기가 날 때도 있다"면서 "의연히 대처해 의원 여러분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면서 흔들림 없이 도정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회의에서 노동당 여영국 도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홍준표 경남지사는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와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경우에 따라 경남도정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 의원은 "행정의 혼란과 도민의 불행을 막는 길은 홍 지사의 결단에 달려 있다"며 "정치적 환경을 보더라도 홍 지사의 1억 원 수수 의혹이 정리될 때까지는 조례 재·개정뿐만 아니라 진주의료원 리모델링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홍 지사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한 기자가 거취 표명에 대한 질문을 하자 해당 기자의 소속을 되물으며 "거취는 참 얘기하는 게 불쾌하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홍 지사는 "그것(이완구 총리의 사퇴설)은 임명직의 문제지, 선출직의 문제는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거취 표명 운운 얘기하는 것은 불쾌한 얘기다"라며 "관례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그럼 기소가 돼 거취 표명하는 일이 있느냐"면서 "선출직들이 선거법 위반에 연루돼 재판이 확정 때까지 거취 표명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중도 사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홍 지사는 "지금 내가 성완종 리스트란 올무에 얽혀 있다. (내가) 왜 이런 올무에 얽히게 됐는지 그것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년 전에 처음 정치할 때 선거법 위반이란 올무를 한번 뒤집어쓴 적 있다"며 "정치판에는 곳곳에 올무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기억했다.
홍 지사는 "성완종 회장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같이 있었던 분이라는 진경스님의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니까 거기에는 내 이름을 말한 일이 없다고 한다"며 "메모지 8명 중에 내 이름이 왜 포함됐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향신문 녹취록에 (성 전 회장이)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홍준표한테 돈을 주었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한나라당을 사랑한 이유하고 홍준표에게 돈을 준 이유하고 연결되는지…(성 전 회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들을 남기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내가 왜 올무에 얽혔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일 예정을 묻는 말에 그는 "수사를 어떻게 하든 간에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오면 수사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에 가서 할 얘기를 언론에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식으로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국민적 의혹 눈초리가 있는데, 내가 이 시점에서 무슨 얘기해 본들 믿겠느냐고 앞서 얘기한 적 있다"며 "(기자들이) 매일 아침에 나와 본들 나는 더 이상 사실 관계 대해 얘기할 것이 없다. 나중에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는 단정을 못한다. 사실 관계는 검찰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매일 오전 출근길 언론 취재에 대해 그는 "아침마다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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