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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미국 영주권자 아니다"…조희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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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미국 영주권자 아니다"…조희연의 운명은?

[현장] 조희연 교육감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교육감 선거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조희연 당시 후보는 상대 후보 가운데 한 명인 고승덕 후보(현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고 후보는 조 후보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반발했고, 결국 검찰이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검찰 기소는 공소 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3일에 이뤄졌다. 혐의는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이다.

1심 재판은 지난 20일 시작돼 오는 23일 선고로 끝난다. 4일간 매일 공판이 진행되며,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민참여재판은 조 교육감 측의 요구였다. 사건을 담당한 최행관 검사는 전에도 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연루된 '나꼼수' 사건이다. 이 재판 역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무죄'로 결론이 났다. 조 교육감 측의 요구는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자라는 의혹은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가 처음 제기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5월 23일 이런 의혹을 담은 문장을 트위터에 실었다. 이후 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25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고 후보 측이 이런 의혹을 해명하도록 촉구했다.

다음날, 고 후보는 자신이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해명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쟁점은 그 다음부터다. 고 후보의 해명 편지 이후에도 조 교육감 측은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조 교육감 측은 당시로서는 고 후보의 해명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고 후보 및 검찰은 조 교육감 측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고 후보의 해명을 무시했다고 본다.

우선 궁금증 한 가지. 고 후보는 과연 미국 영주권자일까? 이게 밝혀진 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20일이었다. 검찰 역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한 채 기소했던 것이다. 검찰이 외교부의 협조를 받아 미국 정부에 요청해서, 미국 대사관을 통해 최근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 후보는 미국 영주권자였던 적이 없다.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고 후보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또 확인된 사실은 미국 영주권자 여부를 확인하는 게 대단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복잡한 미국 이민법 체계, 그리고 미국의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방침 때문이다. 형사 재판 등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당사자 외에는 미국 영주권자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나는 미국 영주권자다'라는 점을 확인하는 건 그나마 쉽다. '나는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인하는 건, 당사자가 요청한 경우에도 수개월 이상 걸린다.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미국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이런 사실에 대한 진술은 일치했다.

그렇다면, "조 교육감 측이 '고승덕 후보는 실제로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알고서도 '미국 영주권자'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점은 검찰 역시 동의한다. 실제로 고위 공직 후보자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사례가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런 경우다.

다음 문제는 '지난해 선거 당시 고 후보 측의 해명은 의혹 해소를 위해 충분했는가'라는 점이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검찰이 이긴다. '나는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받는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고 후보가 완벽한 해명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의혹 해소를 위해 충분한 노력은 해야 한다.

고 후보는 과연 그랬나. 조 교육감 측 변호인들은 이 대목을 주로 거론했다. 당시 고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은 다양했다. 자녀 영주권 의혹이 제기됐고, 이는 곧 확인됐다. 고 후보는 자녀들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인정했다. 다른 의혹들도 금세 인정했다. 그런데 유독 고 후보 본인이 미국 영주권자인지에 대해선 애매하게 넘어갔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고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이는 주관적 기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나중에 고 후보는 여권 사본 일부도 공개했으나, 이것만으로는 고 후보가 평생 미국 영주권을 가진 적이 없는지를 입증할 수 없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프레시안(손문상)

반면,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당사자가 미국에서 고소득 전문직종에 종사할 경우엔 미국 영주권을 받는 게 쉽다. 또 대개의 한국인은 자신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한다. 변호인 측 증인이 확인해준 사실이다. 검찰 측 증인 역시 이견을 달지 않았다.

고 후보는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의 대형 로펌에서 일했었다. 따라서 미국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충분하고 적극적인 해명이 없는 한, 의혹 제기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를 뽑는 선거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는 게다.

반면 검찰은 조 교육감의 학력 및 지위 등을 고려할 때, 고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본다. 고 후보가 미국 변호사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온 뒤로는 국회의원을 하는 등 국내 활동에만 전념했다는 게다. 대개 이런 경우는 미국 영주권을 유지할 수 없다. 조 교육감은 이를 알 수 있었으라는 게다.

앞으로 진행되는 공판에선 고승덕 당시 후보(현 변호사), 의혹의 최초 제기자인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핵심 관계자가 등장하는 만큼,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 그런데 검찰이 '혐의 있다'며 기소한 것이다.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조 교육감은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 형량이 아무리 낮아도 그렇다. 서울에서 뽑힌 진보 교육감의 잇따른 법정 수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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