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는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 55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후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에 따른 정치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이 총리는 야당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압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 총리는 앞서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자유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적 어려움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석현 국회 부의장이 "(국내 국정 상황과 관련해 외주 중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날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 정의당 천호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는 그러나 정부 행사보다 2시간 가량 앞서 4·19민주묘지를 별도로 참배한 후, 정부 공식 행사에 불참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정부 기념식은 이 총리가 주관하는 행사인데, 사퇴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총리의 업무수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4·19 정신을 이어받자고 한 것은 웃지 못할 희극이자 민주영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말까지 이 총리에게 스스로 거취를 정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만큼,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인 전략 검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을 전후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경기도 성남 중원 재보선 지원현장인 상인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할 때까지 국정공백이 없어야 한다. 일주일만 참아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완구 '전혀 흔들림 없이 국정 수행하겠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한 후 "이쯤 되면 식물총리가 아니라 동물총리"라고 비판했다. 노 전 의원은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무덤을 너무 깊이 팠다. 거듭된 거짓말로 계속 삽질해서 이제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 내려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노 전 의원은 "대통령은 묻어버리지도 구하지도 않고 12일 후 결정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민폐다. 무책임의 극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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