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완구 총리가 계속 버티고, 박근혜 대통령의 조치가 없으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외로 나서는데 발목을 잡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성완종 리스트'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있고 총리는 '식물 총리'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식물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고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총리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이미 법적, 전략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이 발의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재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은 134명으로 발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제출되면 72시간 안에 표결을 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총 4차례에 걸쳐 총리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지만, 한번도 통과된 적은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비주류 인사들이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동조하면,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만으로도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 총리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격을 받는 것도 불가피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 총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총리는 연일 거짓말이 들통나 궁지에 몰리고 있다.
때문에 당내 여론도 싸늘하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이 총리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박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대통령 직무대행을 총리가 맡게 되는데, 총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없어지면 이 12일 동안 직무대행을 맡는 기간과 관련해 많은 걱정과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리 사퇴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치 공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당내 중진급인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의원 등은 이 총리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리의 행보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다. 이 총리는 16일 오전 9시경 경기도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기습 방문했다. 일정에 없는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퇴진 여론을 무마시키고, 특히 야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리면서 '국정 운영'보다 '정치 행보'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날 이 총리의 방문 사실은 20여 분 전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