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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대사 필요없는 '천리안'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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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대사 필요없는 '천리안' 외교부?

[기자의 눈]리비아 대사 소재도 모른 채 대책회의라니...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무장 괴한에 의해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 정부는 현장에서 상황을 책임져야 할 대사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수습의 기본도 챙기지 못한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이다.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한국시각) 주리비아 대사가 신임 대사와 교대 중이라 리비아 인근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리비아 대사는 지난 1일 이미 인사발령에 근거해 한국에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임 대사는 지난 13일부로 현지에 부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종국 리비아 대사가 (귀국 직후) 당장 시급하게 처리할 현안도 없고 해서 공관장 회의가 끝나고 적당한 시기에 본부에 보고하겠다고 했다"면서 본부의 보고 체계에 있는 인사들에게 아직 대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 사건 발생 이후 외교부는 누구와 현지 상황을 조율했을까? 이 당국자는 "리비아 대사관에 있는 참사관 직원과 (소통을) 했고, 인근 튀니지에 있는 대사관과는 사건의 시급한 처리를 위해서는 교신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에 대한 보고와 현지 상황 파악을 최종 책임자인 대사와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리비아의 현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사가 현장에 없는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다. 현재 리비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수많은 무장단체가 난립해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현지 주재 공관원 일부를 튀니지로 임시 철수시켰고 리비아 트리폴리에 있는 공관원과 2주 간격으로 교대 근무를 하도록 조치해왔다.

문제는 대사가 현장에 없는지, 신·구임 대사가 교대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교대를 마쳤는지 등등 대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외교부가 전혀 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장 책임자로부터 사건에 대한 정황을 듣고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외교적인 것도 아닌 '상식적인'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고 대처 과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사건 발생을 인지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외교부를 포함해 청와대, 국방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이 모여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현장 책임자의 보고도 제대로 접수되지 않은 채 범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사후 대책 논의를 한 셈인데, 대체 누구의 어떤 보고를 듣고 이 회의를 진행한 것인지 의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을 인지했을 당시 경황이 없었다면서 리비아 대사의 거취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수차례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13일 대책회의 때까지도 리비아 대사의 소재를 파악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리 사안의 시급함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현재 리비아는 한국 대사관에 대한 무장 공격이 있었을 정도로 치안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리비아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에게 철수를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리비아에 교대로 들어가고 있는 공관원을 철수시키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위중한 상황에서 현장 책임자의 소재도 몰랐던 외교부가 앞으로 이같은 상황이 또 발생했을 때 과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또 다른 위험 지역인 예멘의 대사는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는 점을 외교부는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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