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난 4월3일 거행된 제67주년 4.3국가추념식 추모곡 변경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했다. 하지만 행자부는 "정치적, 이념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 새정치민주연합)은 9일 행정자치부 이상길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과 정의동 4.3사건처리과장 등을 의원실로 불러 4.3추념식 식전행사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제외된 경위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단장은 "식전행사에서 제외된 노래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제주4.3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돼 엄숙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통상적인 국가 의전과 의례 기준을 갖고 준비했을 뿐이지 어떠한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제주도 측에 노래 변경을 지시했느냐는 강 의원의 질의에 이 단장은 "4.3추념식은 민간이 아닌 국가기관이 주최하고 예산도 정부에서 지원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추념식에 참석하신 분들이 널리 알고 있는 노래가 어떻겠느냐'하고 제안했을 뿐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정부가 본 행사도 아닌 식전행사에서 4.3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들을 바꾸도록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강 의원은 또 "4.3평화재단의 위상 강화와 유족 생계비 지원, 유해 발굴 및 유적지 보전 등 아직 미진한 부분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단장은 "4.3추념식 식전행사는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희생자 유해발굴 및 발굴유해 신원확인 등 4.3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갖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3월18일 4.3실무위원회가 추념식 일정을 최종 확정지을 때까지만 해도 4.3을 소재로 한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식전행사 추모노래 목록에 포함됐지만 정작 당일에는 이 노래들이 불리지 않았다. 대신 '비목'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비목'은 한국전쟁 전사자들을 기리는 노래다.
이 때문에 관련 4.3단체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한국전쟁 전사자를 기리는 노래가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원혼들을 위로하기에 적절한 것이냐"며 식전행사 추모곡이 갑자기 바뀐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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