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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쇳물에 빠진 노동자…현대제철은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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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쇳물에 빠진 노동자…현대제철은 답하라!

[기고] 노동자 사망에 '개선 권고' 조치가 끝?

지난주 금요일(3일) 오후 6시 2분, 인천 현대제철 60톤 제강공장에서 쇳물을 주입하던 노동자가 펄펄 끓는 용광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신은 없었다. 아니, 그 쇳물 속에 있었다.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환영철강이라는 중소 사업장에서도 동일한 사고가 있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환영철강의 사망 노동자는 20대 청년이었다는 점, 그리고 현대제철 노동자는 40대 중년이라는 점, 그리고 한쪽 쇳물은 동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고 한쪽 쇳물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하나 더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과 있는 곳이라는 차이다. 그런데 사고의 원인은 거의 동일했다. 현장에서 긴급하게 사고 조사를 진행했던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현대제철지회 안전·보건 담당자들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그렇다.

① 안전난간 미설치, 추락방지 조치 미비{산업안전법(이하 법) 제23조 안전조치 위반,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이하 규칙) 제13조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위반, 규칙 제43조 개구부 등의 방호조치 위반 가능성}
② 작업장 바닥에 쇠볼과 철분진이 깔려있어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 존재(법 제 23조 안전조치, 규칙 제4조 작업장의 청결 위반 가능성)
③ 작업공간에 각종 호수와 배선 등이 널려 있음(법 제23조 안전조치, 규칙 제3조 전도의 방지 위반 가능성)
④ 작업장 적정조도를 유지하지 않음(법 제23조, 규칙 제8조 조도 위반 가능성)
두 사고의 동일한 점은,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초대형 사업장에서 무려 5년 뒤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똑같이 안전조치 미확보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독점자본의 안전보건 정책이라는 것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충격을 안겨준 셈이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우리나라 철강 업체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인 동국제강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매출을 보이고 있는, 그야말로 독점 자본이다. 지난 수년간 당진공장에서 월평균 1명 이상의 노동자 사망 재해가 일어난 곳인데, 이제는 인천공장이다. 당진공장 증설 과정에서는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가 건설플랜트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을 불렀다. 신년사에서 공기를 단축하자는 정몽구 회장(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의 한 마디가 당초 설계를 변경시키게 된 핵심 원인이었다. 이는 곧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사로 진행되었다.

2013년 사내하청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당진공장 특별 점검을 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초일류기업 현대제철은 또다시 노동자에게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2000°C에 가까운 쇳물을 다루게 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노동자 주검을 삼킨 쇳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인가. '현대판 에밀레종'이라도 만들 작정인가.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이 초대형 기업집단의 총수는 왜 지금까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것일까. 이사 몇 명 사표 수리 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총수가 변화하지 않는, 책임지지 않는 이유는 매우 간단해 보인다. 두려운 게 없는 것이다. 연매출 약 15조 원, 순이익 약 1조 원을 매년 확보하는 이 사업의 책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국제적 이슈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고용노동부 장관조차도 일련의 노동자 죽음에 대해 사업주에게 '개선 권고' 조치를 취했을 뿐이니까.

ⓒ한인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우리 사회는 아직 변화하지 않았다. 물론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고민과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일류 기업에서조차 이런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초일류 기업은 총수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창업주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국민이 그 속에서 생산했고 소비했으며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도 독불장군같은 행동으로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 이제는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관계 당국은 철저한 감독을 수행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업 살인법'과 '원청 책임성 강화' 법안을 제(개)정해야 한다.

노동조합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조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 조합은 깊이 반성하고 더욱 적극적인 현장 활동이 필요함을 각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제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방관하게 되면, 마틴 니묄러가 그의 시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에서 얘기하듯, 내가 위험할 때 도와줄 이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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