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유족과 현장 노동자,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이하 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6일 오후 7시 20분께 작업 현장에 쓰러져 있는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이 모(37) 씨를 같은 업체 소속 동료가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병원 도착 직후 사망했다.
유족과 노조는 이번 사고를 과도한 노동에 따른 '탈진' 사망 사고로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사고 당일 고로(용광로)에 바람을 주입하는 설비인 풍구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작업은 최근 잇따른 재해에 따라 투입된 특별근로감독관이 시정을 지적한 후, 예정에 없이 갑자기 잡힌 것이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고인은 당진공장 상주 근무자로, 사고 전날에도 자정이 넘도록 잔업을 했으며 사고 당일에는 오전 8시 30분께 작업 현장으로 출근했다. 이 씨와 같은 작업을 했던 하청 노동자 김 모 씨는 7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 씨가 쓰러지기 전 '나 너무 힘들다'고 했다"며 "나한테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공사가 끝나기 전엔 사실상 노동자들이 현장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작업 독촉이 있었다"며 "또한 이날 작업 때는 기존 작업복보다 더욱 무겁고 더운 알루미나 방열복을 입었어야 했다"고도 설명했다.
장용관 수석부지회장은 "고로가 내뿜는 열기 옆에서 장시간 작업을 하면 탈진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도 비슷한 탈진 사고가 있었다. 인원 증가 없이 과도한 작업량을 감내하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7일 당진공장을 방문했던 고인의 매형(55)은 "사고 전날 잔업을 하지 않고 예정대로 5시 반에 퇴근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며 "책임자를 만나러 당진공장에 갔더니, 질문에 책임 있게 답변할 사람은 없고 말단 직원들만 나타나 유족들을 맞았다. 어쩌라는 거냐. 사람 죽은 곳을 그냥 보고 집에 가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은 "간신히 성사된 원청 쪽 관계자와의 면담에서도, 협력업체와 먼저 협의하라는 말만 들었다"며 "회사는 심근경색에 따른 죽음이었다고 몰고 가려 한다. 그런데 얘(고인)는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기업 타이틀을 달고 싶어서 들어간 회사다. 그런데 하청 비정규직이라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현대제철서 제대로 된 사과조차 안 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무슨 권한이 있나. 원청이 책임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 6일 오후 사망한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이 모(37) 씨가 일했던 당진공장 모습. ⓒ프레시안 |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 대국민 사과 잉크도 안 말랐는데…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선 지난 5월 가스 유출로 하청 노동자 5명이 사망했고, 지난달 26일에는 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점검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가스 누출로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다. 또 지난 3일에는 당진공장 지붕에서 38세 노 모 씨가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망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해 종합안전진단을 하는 등 특별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현대제철은 5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제철소 내에 '안전경영총괄대책위'를 신설하고 1200억 원을 안전 관련 투자 예산으로 확보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지회는 "현대제철의 대국민 사과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하청 노동자들은 '내일도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넘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 정부와 현대제철은 형식적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모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원청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