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새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18일(한국시각) 2015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 발표했다. 올 시즌 강정호 출전경기에서 마르고 닳도록 만나게 될 해적단 선발투수 5인을 미리 만나보자.
1선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좌완)
2014 성적: 29경기 162.1이닝 ERA 3.38 FIP 3.59 175삼진 81볼넷 fWAR 1.6
리리아노는 2006시즌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부진했던 선발투수 카를로스 실바 대신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무기로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면서 당시 팀의 에이스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요한 산타나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지금까지도 리리아노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단짝 친구 ‘부상’이 찾아왔다. 8월 초 왼팔에 통증을 느낀 리리아노는 처음에는 재활을 택했지만 결국 시즌을 마감하고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된다.
부상 복귀 이후 리리아노는 다시는 2006년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매 시즌 널뛰기를 하듯 기복이 심했고 매 경기마다 제구가 흔들리며 많은 볼넷을 내줬다. 그럼에도 탈삼진을 잡아내는 능력 하나만큼은 죽지 않아 로테이션을 계속 지킬 수 있었다. 문제는 지독하게도 그를 따라다니는 부상이었다. 구글에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를 쳐보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검색어가 injury일 정도다. 리리아노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지만 단 한 시즌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해 본 적이 없으며, 3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시즌은 2010년이 유일하다.
부상이 잦고 시즌별로 성적이 널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지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1선발을 맡게 된 것은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이 많은 투수기 때문이다. 리리아노는 평균시속 92~93마일대의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이는 작년 규정이닝을 채운 좌완투수 중 4위에 해당(데이빗 프라이스-클레이튼 커쇼-크리스 세일-리리아노 순)되며, 패스트볼의 상당수가 포심이 아닌 투심이라는 점에서 이는 더 대단하다.
그러나 이런 빠른 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리리아노는 강속구 투수로 유명하기보단 ‘슬라이더’로 유명하다. 리리아노는 30%가 넘는 슬라이더 구사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슬라이더 구사율이 절반 이상으로 올라간다. 80마일 중반대의 이 슬라이더는 엄청난 헛스윙을 유도해내는데 작년 슬라이더 헛스윙율은 무려 21.21%에 달했다. 슬라이더와 구속이 비슷한 체인지업도 수준급이다. 지난 시즌만 놓고 봐선 체인지업의 헛스윙율이 슬라이더보다 살짝 더 높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리리아노에겐 (시기가 문제일 뿐) 부상이 찾아올 것이다. 리리아노가 30경기 이상 선발등판 하면서 200이닝 이상을 던져줄 거라고는 소속팀 피츠버그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마운드에 서면 많은 헛스윙을 유도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준다는 게 리리아노에게 계속해서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2선발: 게릿 콜(우완)
2014 성적: 22경기 138.0이닝 ERA 3.65 FIP 3.23 138삼진 40볼넷 fWAR 2.1
좋은 투수가 유독 많았던 2011년 드래프트(호세 페르난데즈, 소니 그레이, 딜런 번디, 아치 브래들리, 트레버 바우어, 대니 헐츤 등이 지명됨)에서 전체 1번째 픽으로 지명된 선수는 UCLA 출신의 게릿 콜이었다. 102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던 콜에게 피츠버그는 당시 아마추어 계약금 사상 최대액인 800만 달러를 안겨주면서 계약에 성공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구속은 매우 빠르지만 헛스윙이 적어 탈삼진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 받았던 콜은 시즌 막판 적극적으로 변화구를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구위를 탈삼진이라는 결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피츠버그가 20년 만에 올라간 플레이오프에서, 콜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면서 팬들에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어깨 피로누적 등의 부상으로 작년엔 138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위력적인 광속구와 드래프트 시절부터 20-80 스케일 기준 70점으로 평가받았던 슬라이더, 그리고 발전하고 있는 커브를 던지는 콜은 당당한 체구, 위력적인 공, 수준급 제구력까지 모두 갖춰 진정한 에이스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피츠버그 경기를 볼 때 강정호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콜이 언제 껍질을 깨고 당당히 리그 에이스급 투수로 도약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3선발: A.J. 버넷(우완)
2014 성적: 34경기 213.2이닝 ERA 4.59 FIP 4.14 190삼진 96볼넷 fWAR 1.0
올해로 메이저리그 17년 차에 들어서는 ‘노장’ 버넷은 2013시즌 해적단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가난한 팀 사정으로 인해 퀄리파잉 오퍼조차 제시받지 못한 채 필라델피아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리그 최다 패(18), 최다 자책점(109), 최다 볼넷(96)이라는 안 좋은 추억을 남기고 다시 해적단에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버넷이 정말 리그 최악의 피칭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답이 없는 팀 중 하나이며, 홈구장 시티즌 뱅크 파크는 투수에게 불리한 조건을 가진 구장이다. 투수에게 유리한 PNC 파크로 돌아왔기에,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버넷은 더 이상 예전 같은 강속구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사상 최초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1마일대로 하락했다. 때문에 점점 포심 패스트볼의 비율이 떨어지고 싱커의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특유의 ‘너클커브’가 여전히 건재한 점은 다행이다.
7년 연속으로 30경기 이상 선발등판 했고 지난 시즌에도 200이닝, 190탈삼진을 잡아내면서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 버넷이지만 투수 나이 38세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2005년 이후 38세 이상 투수 중 fWAR 2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는 1) 명예의 전당급 투수거나(랜디 존슨, 그레그 매덕스, 존 스몰츠, 마이크 무시나, 커트 실링, 톰 글래빈) 2) 너클볼러거나(팀 웨이크필드, R.A. 디키), 3) 약을 한 경우(바톨로 콜론, 앤디 페팃)를 제외하고는 제이미 모이어, 케니 로저스, 데이빗 웰스, 히로키 구로다 4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4선발: 밴스 월리(우완)
2014 성적: 18경기 110.2이닝 ERA 2.85 FIP 3.44 79삼진 22볼넷 fWAR 1.4
2005년 드래프트에서 고졸이었던 월리는 30라운드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된다. 그러나 프로를 뒤로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고, 2008년 드래프트에서 다시 3라운드에 필라델피아에 지명되면서 결국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었다. 차근차근 성장한 월리는 2011시즌, 당시 판타스틱 4(로이 할라데이-클리프 리-로이 오스왈트-콜 해멀스)의 무적 로테이션에서 오스왈트가 부상으로 잠시 빠진 사이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활약(25경기 131.2이닝 ERA 3.01 FIP 3.32 fWAR 2.3)을 남기면서 신인상 투표 3위에 올랐다. 월리는 다음 시즌에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은 2012년 겨울 자신들이 두 번이나 드래프트에서 선택했던 투수를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했다.
미네소타에서 개막전 선발을 꿰차기도 했지만 2013년은 월리에게 있어서 최악의 해였다. 월리는10경기에 등판한 후 마이너로 내려갔고, 시즌을 마치고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현금 트레이드’ 되고 만다. 국내의 현금 트레이드와는 다르게 메이저리그에서 현금 트레이드가 되었다는 소리는 사실상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고 트레이드가 되었다는 굴욕적인 의미이다. 굴욕 이후 절치부심해서일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월리는 6월 중순 피츠버그의 로테이션에 진입한 이후 좋은 피칭을 보여줬고 결국 2015 시즌 로테이션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월리는 80마일 후반대의 흑마구를 던짐에도 패스트볼 구사율이 70%에 가깝다. 볼넷을 잘 허용하지 않는 덕에 메이저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형의 투수다. 그러나 딱 그 정도만을 기대할 수 있는 유형의 투수로 잘하면 그냥저냥 하위 로테이션을 책임져주고, 못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투수다.
5선발: 찰리 모튼(우완)
2014 성적: 26경기 157.1이닝 ERA 3.72 FIP 3.72 126삼진 57볼넷 fWAR 1.3
정말 별볼일 없는 투수였지만 2011시즌 로이 할라데이의 투구폼을 벤치마킹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투수다.(2010시즌 ERA 7.57 FIP 5.29 -> 2011시즌 ERA 3.83 FIP 3.77) 할라데이를 따라 하면서 싱커와 커브가 좋아졌고 이는 모튼이 우타자를 상대로 매우 위력적인 피칭(2011년 우타자 상대 .220/.289/.278)을 보여줄 수 있던 이유였다. 그러나 할라데이 만큼의 커터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피OPS 9할대로 얻어맞으며 ‘보급형’의 한계를 보여줬다. 이에 약점인 커터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다음 시즌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마운드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복귀 이후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2013 시즌 이후 피츠버그는 모튼과 3+1년의 연장계약을 채결했다. 모튼은 이런저런 실험을 많이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투구폼을 바꾸기도 했고, 2011년부터는 체인지업 대신 스플리터를 던지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는 원래 던지던 구종인 슬라이더와 커터를 던지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스프링캠프에서 피칭 메커니즘을 수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시범경기에선 메커니즘 수정이 익숙하지 않아 커맨드에 난조를 겪고 있다. 모튼은 2013~2014 2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몸에 맞는 볼 1위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는데 2년 연속 리그 몸에 맞는 볼 1위를 기록한 투수는 2000년대 들어와 제이미 라이트(2000~2001), 박찬호(2001~2002), 케리 우드(2002~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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